빛으로 쓴 편지
맘을 열어 손을 잡고 따라 걷고 함께 웃다. 시작, 새봄.
그대 걸음에, 햇살이 가득하고 아무 걸림돌이 없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을 수 있기를.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이렇게 나란히 누워 함께할 수 있다면 인형처럼 움직일 수 없더라도
어디서든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지만 묵묵하고 소박한 매력으로 알아보는 이에게만 빛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녹색을 닮은 그대.
벽 너머로 보는 몇몇 단편적인 이미지를 보고 아름답다느니, 멋지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그저 내가 알 수 없으니 그렇게 포장하는 것일지도. 아니면 다 보지 않는 알지 않는 편이 좋다는 사실을 이미 알아버렸거나.
안는 느낌, 안기는 느낌. 둘의 사랑행위에 즐거워하는 사람들 .
피부와 피부가 맞닿는 느낌. 너와 내가 맞닿는 기쁨. 우리가 이어지는 행복.
지겹게도 추웠던 겨울, 그만큼이나 유난히도 더디게 오는 봄. 벌써 몇번의 비를 맞으면서 '이게 진짜 봄비구나, 이제 정말 봄이 오겠구나.' 그렇게, 간절히, 기다리는 봄.
"그거 알아? 노을이 아름다운 건, 그만큼 공기가 오염됐기 때문이래." 하루가 다르게 혼탁해지는 도시의 공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이곳 사람들의 삶이, 그리고 붉은 노을이 어쩐지 처량해보이는 늦은 오후.
정감어린 분위기의 카페, 햇살이 잘 드는 파란색 창문 앞. 달콤한 디저트와 향이 좋은 차, 웃음이 곁들여진 대화로 가득 채운 토요일 오후.
느끼지 못한 사이에 봄은 어느새 우리 곁에 있다, 우리보다도 봄 소식에 더 민감한 하늘과 구름과, 나무. 오늘따라 사방으로 기지개를 켠 모습으로 보인다.
수많은 '파랑'속에 홀로 서 있는 '빨강'은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때로 우리는 바다에서 '빨강'을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