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다녀와 남는 것은 아무래도 사진인지라, 조금 무겁고 번거로워도 카메라를 꼭 챙기게 됩니다. 지난 터키 여행처럼 마음 먹고 사진을 위해 떠날 때도 늘어나는 장비만큼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게 되죠.
여행용 카메라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고요.
제 경우에는 종일 걷는 여행을 많이 하기 때문에 무게를 중요시하고, 그러면서도 이미지 품질이 상급 제품에 필적하는지를 확인합니다. 그 외에는 편리한 인터페이스나 뷰 파인더를 보며 찍는 재미 등을 중시하고요.
이번 여행에선 올림푸스 미러리스 중 가장 크고 무거운, 하지만 가장 뛰어난 E-M1X와 여행용 카메라 콘셉트로 나온 컴팩트 미러리스 카메라 E-M5 Mark II를 사용했습니다. 둘을 함께 사용해 보니 각자의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더군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행용 카메라로서 E-M1X와 E-M5 Mark III의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하려고 합니다. 직접 사용하면서 느낀 가장 차별화된 점 두, 세가지로요.
E-M1X의 GPS/지오태깅
E-M1X를 여행용 카메라로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장 GPS입니다. 촬영한 장소의 위치 데이터를 이미지에 기록하기 때문에 여행 사진을 정리하고 추억을 복기하는 즐거움이 더 큽니다. 사람에 따라 그 중요도는 다르겠지만 내가 여행한 장소들을 상세히 기록, 기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E-M5 Mark III에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E-M1X의 내장 GPS에 대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에 조금 더 상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3444?category=721094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GPS 정보를 수집한 뒤 이미지에 기록하는 방법이 있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스마트폰 배터리 소모가 많은 것이 단점입니다. 여행 중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난처하잖아요.
기록한 이미지를 확인하니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산골짜기지만 E-M1X로 찍은 사진에는 위치 정보가 잘 기록돼 있습니다. 파일 정보를 확인하니 지도를 통해 실제 위치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이스탄불에서 찍은 사진에도 위치 정보가 잘 남아있죠. 맥OS의 경우 이미지 정보 탭에서 '지도에서 보기'를 누르면,
위 사진과 같이 이미지 촬영 장소와 주변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스마트폰으로도 지오태깅을 해 뒀는데, 그 데이터는 E-M5 Mark III 촬영 이미지에 사용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직접 E-M1X의 내장 GPS만큼 편하고 정확할 수는 없겠죠.
5000만 화소 핸드헬드 고해상도 촬영
최근에 출시된 올림푸스 상급 미러리스 카메라에는 연속 촬영 후 합성을 통해 5000-8000만 화소 이미지를 기록하는 고해상도 촬영 기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을 일반 촬영의 두 배가 넘는 높은 해상도로 기록할 수 있는 것이 큰 매력이죠. 하지만 연속 촬영 기반이다보니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도록 삼각대에 고정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종일 삼각대를 챙겨 다니고,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여행용으로는 사실 그리 유용하지 않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E-M1X는 이보다 진보된 핸드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채용했습니다. 삼각대 없이도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5000만 화소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일반 촬영처럼, 거기에 연속 촬영에 필요한 시간만 조금 더 투자하면 더 크고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위 이미지가 5000만 화소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입니다.
이미지를 확대해 보면 샤프니스와 질감 묘사가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 2000만 화소 촬영 이미지보다 더 뛰어나서 정적인 장면에선 적극적으로 핸드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사용했습니다.
아래는 이전에 정리한 E-M1X의 핸드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 관련 포스팅입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3436?category=721094
5000만 화소 이미지를 확대한 것과 14-150mm F4-5.6 렌즈의 150mm 최대 망원 촬영 결과물을 비교해도 오히려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를 확대한 쪽이 샤프니스가 더 뛰어나 보입니다. E-M1X의 화소가 2000만으로 E-M1 Mark II, E-M5 Mark III 등과 동일하지만 더 크고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비결입니다.
크고 무거운 카메라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행용으로 사용하기에 E-M1X는 역시나 너무 크고 무겁습니다. 렌즈를 제외한 본체 무게만 1kg에 육박하고, 이것은 여행용 카메라, 렌즈 조합인 E-M5 Mark III와 14-150mm F4-5.6를 합친 것보다 무거운 수준입니다. 크고 무거운 만큼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배터리 용량 역시 넉넉하지만 종일 카메라를 휴대하니 어깨가 아프더군요. 내장 GPS와 핸드 헬드 고해상도 촬영 기능 정도만 추가해서 E-M5 Mark III 정도 크기와 무게로 만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E-M5 Mark III의 가벼움
E-M5 Mark III의 매력은 역시나 날아갈 듯한 가벼움입니다. 본체의 무게가 약 400g, 렌즈에 따라 다르지만 F1.8 단렌즈와 14-150mm F4-5.6 렌즈 등 컴팩트 렌즈 시리즈를 사용할 경우 1kg 내로 카메라+렌즈 구성을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여행하며 느낀 E-M5 Mark III의 매력 포인트를 정리한 포스팅입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3474?category=721094
가장 좋아하는 렌즈인 17mm F1.8 렌즈와의 조합은 기동성과 휴대성 모두 탁월합니다. 디자인도 썩 잘 어울리고요. 영상 작업이나 제품 촬영을 할 때는 E-M1X, E-M1 Mark II를 사용하겠지만 평소 일상을 담을 때는 E-M5 Mark III를 많이 사용할 것 같아요.
E-M5 Mark III가 처음 발표됐을 때, 풀 메탈 소재를 포기하고 플라스틱을 채용한 것이나, 엔트리급 제품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채용한 것 때문에 기존 E-M5 시리즈보다 급이 낮아진 것이 아닌가라는 반발이 있었지만 더 가볍고 캐주얼한 카메라로서 컨셉을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E-M5 Mark II와 비교하면 E-M5 Mark III의 인터페이스는 E-M1 시리즈에 좀 더 가까워졌습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버튼과 다이얼을 배치하느라 버튼의 크기와 조작성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인터페이스가 한층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만족도는 E-M5 Mark II보다 높습니다.
미니 E-M1 Mark II
E-M5 Mark III 출시 전 루머에서 보았던 '미니 E-M1 Mark II'라는 닉네임이 직접 사용해보니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M5 Mark III는 작고 가벼운 E-M5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상위 제품인 E-M1 Mark II에 뒤지지 않는 이미지 품질과 촬영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 결과물 역시 부족함을 느낄 수 없어서, 여행용 카메라로 훌륭한 절충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존 E-M5 시리즈는 AF의 속도와 정확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는데, E-M5 Mark III는 E-M1 Mark II와 동일한 121포인트 위상차/콘트라스트 AF 시스템이 탑재돼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여행 중에도 몇 번 그 덕을 봤고요. 연속 촬영은 초당 10매라 상위 제품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여행용으로는 크게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오직 사진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여행용으로는 E-M1 Mark II보다 가벼운 E-M5 Mark III를 선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일 것 같아요.
부족한 밥통
아쉬움은 역시 배터리. 가벼움을 위한 것이라지만 배터리 용량이 작다보니 하루 촬영하기가 빠듯합니다. 제조사 발표 기준 약 310매까지 촬영 가능하다지만 4K 동영상을 촬영하면 배터리 소모가 매우 빠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존 E-M5 시리즈 그리고 PEN-F에 사용했던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어요.
제가 직접 두 카메라를 사용하며 느낀 E-M1X와 E-M5 Mark III의 장단점은 위와 같습니다. 서로 넘볼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 여행때도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역시나 둘 다 챙기게 될 것 같습니다.
여행용 카메라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