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앞두고 E-M1X가 손에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여행 카메라로서 제게 필요한 몇 가지 핵심 기능들 때문이었는데, 이번 동경 여행에서 아주 잘 활용했고, 결과 역시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중 최고로 꼽는 내장 GPS와 그것을 활용한 지오태깅의 성과(?)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GPS는 E-M1X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치입니다. 간간히 타사 제품 중 눈에 띄긴 했지만 요즘 GPS를 탑재한 DSLR/미러리스 카메라를 보기 쉽지 않죠.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 중에서도 GPS와 필드 센서를 채용한 것은 E-M1X가 유일합니다.
여행 중 멋진 풍경, 영감을 준 장소를 만나면 그 때의 느낌과 함께 그 장소도 기록해 두고 싶죠. 그 때마다 지도를 펴 표시를 해 둘 수 없기 때문에 사진에 GPS 위치 정보를 기록하면 언제고 찾아볼 수 있고, 언젠가 다시 찾아갈 수도 있죠. 그래서 지오태깅 기능을 좋아합니다.
E-M1X의 GPS와 지오태깅 기능에 대한 소개는 지난 포스팅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mistyfriday.kr/3422?category=721094
동경에 7박 8일간 머물며 7000여 장의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바쁘게 다닌터라 기대했던 위치 정보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확인을 못했는데, 돌아와서 이미지들을 편집 프로그램에 넣으니 상당 수의 사진들이 지도에 표시됐습니다. 이 때의 짜릿함이란!
아쉽게도 모든 이미지의 위치 정보가 기록되지 않았지만, 주요 촬영 장소를 빠짐없이 담고 있기 때문에 상세한 촬영 위치와 더불어 대략적인 여행 동선을 파악할 수도 있었어요. 올림푸스 E-M1X의 위치 정보 기록은 이미지에 위치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과 위치 로그를 파일로 저장하는 방식 두 가지가 있는데, 로그 파일 기록을 선택하면 시간별 이동 경로를 좀 더 상세히 확인할 수 있겠죠. 다만 배터리 소모가 심해 저는 이미지에만 위치 정보를 기록하는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이미지들을 보니 그 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동경에 도착한 첫 날 밤, 오다이바 전망대에서 본 풍경입니다. 일본같지 않은 바다 건너 풍경,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아서 한 발짝 뒤에서 장노출로 담았는데, 이 사진에도 위치 정보가 기록돼 있습니다.
위치 정보를 토대로 스마트폰/PC에서 해당 위치를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위해 제가 한 것은 출발 전 카메라 설정에서 GPS 위치 기록을 ON으로 설정한 것뿐입니다.
다음은 신주쿠역 앞에서 찍은 사진. 이 장소가 제게 특별한 것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오프닝에 나온 그 길이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오프닝 씬의 그 길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어요. 이 사진에도 정확한 위치 정보가 기록돼 있습니다.
감격에 겨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몇 장씩 같은 곳을 찍었는데, 연속 촬영한 이미지에도 정보가 다들 잘 기록돼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지 편집에 사용하는 라이트룸은 이미지에 기록된 위치 정보를 MAP 탭에서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양한 형태의 지도 화면에 해당 위치에서 촬영된 이미지의 수를 표시하고, 해당 말풍선을 클릭하면 해당 위치에서 촬영된 사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지도를 확대/축소해서 선택 범위를 조절할 수도 있고요.
위치 정보 외에도 다양한 정보들이 이미지에 함께 기록됩니다. 아래는 위치 정보가 기록된 세 장의 이미지와 파일에 저장된 정보입니다.
GPS 정보 외에도 고도와 방향에 대한 정보가 이미지 내에 포함돼 있습니다. 롯폰기 힐즈 전망대에 올라 촬영한 이미지는 두 개 층에서 촬영한 이미지의 고도가 275.8m, 295.1m로 매우 상세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GPS 좌표와 함께 전망대, 언덕의 높이까지 기록돼 있는 것이 정말 좋더군요. 게다가 촬영하는 시점이 어떤 방향인지도 알 수 있으니 다시 찾아가 같은 장면을 촬영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여행 카메라로 이만큼 매력적인 기능이 또 있을까요.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카메라에서 GPS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기도 한데, 배터리 소모가 일반 촬영과 비교해 눈에 띄게 큽니다. 이미지에 위치 정보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체감상 두 배쯤 배터리 소모가 크고, 로그 파일 기록까지 함께 설정하면 그야말로 배터리가 소모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가 됩니다. 카메라 전원을 끄더라도 위치 정보를 기록하거든요. 배터리 두 개를 한 번에 적재할 수 있다지만 GPS 관련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것으로도 하루 촬영이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필드 센서 로그 옵션이 배터리 소모가 크기 때문에 저는 GPS 위치 기록 옵션만 설정 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니 배터리 두 개로 하루를 촬영하는 데 크게 부족함이 없더군요. 다만, 동영상 촬영의 비중에 따라 이것 역시 차이가 커서 저는 여분 배터리 2개를 포함 총 4개를 챙겨 나섰습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으로는 GPS 센서 특성 상 위치 정보를 검색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촬영을 하지 않을 때 카메라 전원을 꺼 두는 제 촬영 습관에서는 중간중간 위치 정보 공백이 발생해 버렸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전원을 켜 둔채로 다녔을텐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위치 정보를 빨리 찾는 편이라 옆 이미지의 위치 정보를 복사하는 방식으로 보완이 가능할 것 같아요.
여행은 장소, 장소를 기억해야 진짜 여행 사진
여행은 사람이 한다지만, 어디까지나 장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가 머문 장소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떤 여행자에게나 큰 바람이고 숙제일 것입니다. 여행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GPS 그리고 지오태깅이 중요할 테고요. 그런 면에서 저는 여행 카메라로 이 크고 무겁고 비싼 E-M1X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배터리 소모가 많지만 그만큼 많은 배터리를 수납할 수 있고, 별 다른 노력 없이 내가 사랑한 장소들을 표시해 줍니다. 다음 여행에서도 이 카메라가 함께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꼭 이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촬영지 정보를 기록하는 법이 있으니 시도해 보세요. 여행이 더 진하고 특별하게 기록돼 언제까지고 영감을 줄 거예요.
[ 올림푸스 E-M1X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