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는 회사원의 일상과 주말마다 흐려 좀처럼 외출할 수 없는 아쉬움을 이런저런 취미 생활로 달래고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손글씨를 쓰기도 하고, 아직 다 갖추지 못한 가죽공예 도구들을 검색해 보기도 하죠. 그리고 요즘에는 목수 친구의 목공방에 가 구경을 하거나 작은 소품 하나 둘 만드는 즐거움을 누리기도 합니다.
취미 생활을 즐길 때 꼭 카메라를 챙기는 것은 블로그나 SNS 포스팅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손재주 없는 제가 조금씩 그럴듯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기록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때 제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렌즈와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작은 카메라인 PEN-F를 사용할 때는 대부분 17mm F1.8 렌즈를 사용했지만, E-M1X와 E-M1 Mark II를 사용한 후로는 F1.2 PRO 단렌즈 시리즈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공예나 전시 관람 등 취미 생활에는 25mm F1.2 PRO의 촬영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35mm 환산 약 50mm의 대표적인 표준 단렌즈, 그리고 F1.2의 밝은 조리개 값 거기에 개방 촬영부터 뛰어난 이미지 품질까지. 25mm F1.2 PRO 렌즈는 올림푸스의 수많은 M.ZUIKO 렌즈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그리고 마지막까지 사용해봐야 할 렌즈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본래 17mm 렌즈를 가장 선호하지만 25mm F1.2 렌즈는 심도 표현과 이미지 품질, 공간 연출 능력 등이 탁월해 취미와 스냅 등 일상 촬영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렌즈가 됐습니다.
아래는 여름이 오기 전 친구의 나무 공방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이를 촬영하고 편집하며 느낀 25mm F1.2 PRO 렌즈의 특징과 장단점을 짧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내 시선과 가까운 프레임]
35mm 환산 약 50mm는 가장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표준 초점거리입니다. 흔히 사람의 시선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수식어가 붙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약간 좁다고 하지만 기록이라는 것을 전제하면 오히려 시선의 집중도가 높아서 주 피사체를 부각시키기에 더 효과적입니다. 거기에 광각 렌즈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변부 왜곡과 광량 저하가 적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이에게도 편안하게 전달됩니다.
테이블 건너편에 있는 친구가 찍어 준 장면들은 그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어떤 배경 속에서 저를 보고 있는지, 어디에 초점을 두고 집중하고 있는지 말이죠. 제 모습과 함께 제가 만드는 것을 담기에도 프레임이 부족하지 않아서 특별히 줌렌즈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친구의 이야기였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것을 정직하게 담아내는 것이 표준 단렌즈의 가장 큰 힘이죠. 그것이 나무를 깎고 사포로 다듬으며 하루하루 변화하는 모습들을 가감없이 담아내고자 하는 제 목적에 정확히 부합했습니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심도 연출]
첫 번째 장점의 연장선에서, 이 렌즈의 F1.2 조리개 값은 얕은 심도 연출로 주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기에 발군의 능력을 갖췄습니다. 거기에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른 사진적 효과로 감성적인 연출이 더해지죠. 얼마 전까지 심도 조절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F1.2 PRO 렌즈 시리즈를 사용한 후로는 표현의 폭이 더욱 넓어졌고, 얕은 심도의 사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업 공간을 F1.2의 최대 개방 촬영으로 담는것만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걸 보면 이런 것이 단순한 기록을 넘은 사진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어두운 실내에서도 깨끗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잇는 장점도 있으니 같은 25mm 렌즈라도 F1.8 대신 F1.2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죠.
[빠른 셔터 속도 확보 능력]
밝은 최대 개방 촬영은 카메라가 빛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이로 인한 장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로 낮은 ISO 감도의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두 번째로 빠른 셔터 속도를 설정할 수 있어 순간 포착이 가능해집니다. 나무가 갈려 나가며 톱밥이 날리는 모습, 칼로 깎아낸 나무 조각이 튀어 나가는 모습 등 손길이 스치는 모습들을 더욱 다양하게 담을 수 있죠. 흔들림 없는 사진으로요.
그런 면에서 F1.2가 갖는 순간 포착 능력은 어쩌면 얕은 심도 표현, 낮은 ISO 감도 확보보다 더 큰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남기고 싶은 것들을 생생하게 담아주니까요. 사실 그래서 다음에는 더 밝은 F1.0 또는 그 이하의 조리개 값을 갖는 렌즈가 출시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담는 능력]
근접 촬영 능력 역시 이 렌즈를 사용하며 크게 만족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소품이나 작은 글씨들을 찍을 때 원하는 것에 원하는 만큼 다가가서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크게 좌우하기도 하거든요. 이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는 약 30cm입니다. 다른 올림푸스 렌즈가 30cm 이내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동등 또는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25mm의 주목도 높은 프레임 덕분에 실사용에 아쉬움은 없습니다. 오히려 17mm 렌즈와 비교해 클로즈업 효과와 얕은 심도를 통한 입체감이 만족스러웠어요.
테이블 위 맛깔나는 음식을 찍고 싶지만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를 머리 위까지 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다면 최단 촬영 거리가 렌즈를 평가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는 것에 공감하실 것입니다. 거리의 제약 없이 원하는 장면을 빠르게 남기고 곧장 다음 작업에 들어갈 수 있는 기동성을 이 렌즈의 중요한 장점으로 꼽는 이유입니다.
작은 스툴 하나를 만드는 동안에도 남기고 싶은 장면들이 많았고, 많은 사진들이 남았습니다. 그 사진들을 넘겨보며 부족하나마 내가 즐기고 있는 것들 그리고 그 순간의 행복을 담는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올림푸스 E-M1 Mark II와 25mm F1.2 PRO 렌즈 조합은 일상과 취미를 담을 때 필요한 요소들을 충실하게 갖추고 있었습니다.
종목은 아직 미정이지만 언젠가 제 공방을 갖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 때쯤이면 카메라는 조금 더 좋은 신형으로 바뀌어있겠지만 렌즈는 변함없이 이 렌즈를 사용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프로 포토그래퍼들의 인물, 제품 촬영에도 좋은 결과를 안겨주지만 소소한 일상에서도 이 렌즈는 이름값을 충분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