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사진보다 영상 촬영을 주로 하게 되면서 장비와 편집 역시 영상 중심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올림푸스 카메라도 영상 작업을 하게 되면서 구성이나 활용이 크게 변화하게 됐고요. 가장 큰 변화라면 손떨림 보정에 유리한 12-100mm F4 PRO 렌즈의 사용 빈도가 늘고, 짐벌 등의 액세서리를 사용하게 되면서 E-M1X보다 E-M1 Mark II를 주로 사용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최근 E-M1 Mark II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OM-LOG400 지원 등 동영상 촬영 성능이 E-M1X와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됐죠. E-M1X와 E-M1 Mark II를 함께 운용하고 있는 저는 이 OM-LOG400를 통해 두 대의 카메라로 유기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돼 활용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펌웨어 업데이트에 대한 내용은 이전 포스팅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mistyfriday.tistory.com/3443?category=721094
이번 포스팅에서는 올림푸스 E-M1 Mark II로 촬영한 뒤 편집한 간단한 V-LOG 영상을 통해 영상 작업에서 올림푸스 카메라가 갖는 장단점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영상 트렌드에선 아직 비주류로 분류되는 올림푸스 카메라지만, 4K와 OM-LOG 지원 등 영상 기기로써의 기본기와 우수한 PRO 렌즈같은 가능성 등을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올림푸스 카메라로 영상 작업을 계획하시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얼마 전 행사 촬영 차 강남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방문했습니다. 프라이빗 룸에서 회사 관계자와 블로거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었는데 저는 현장 영상/사진 촬영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E-M1X과 7-14mm F2.8 PRO 렌즈, 그리고 FL-900R 세트는 사진 촬영을, E-M1 Mark II와 17mm F1.2 PRO 렌즈로 4K 영상 촬영을 했습니다. 어두운 실내에서 FL-900R 플래시는 충분한 광량과 빠른 재충전으로 밝고 깨끗한 결과물을 안겨줬고, 짐벌과 함께 운용한 E-M1 Mark II과 17mm F1.2 PRO 렌즈는 빠른 AF 전환과 얕은 심도 표현이 돋보였습니다.
실제 촬영에 사용해보니 동영상은 E-M1 Mark II, 사진은 E-M1X 쪽에 조금 더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약 두 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 촬영 클립을 V-LOG 형태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짐벌을 사용했기 때문에 렌즈는 17mm F1.2 PRO 렌즈 하나만 사용했고, 촬영본은 모두 OM-LOG400을 적용했습니다. 후보정에서 일반 촬영보다 월등히 나은 명/암부 표현이 장점입니다. 편집 용이성을 위해 조리개 값과 셔터 속도, 감도, WB를 가급적 통일해 촬영했고요.
아래는 현장의 분위기를 간단히 40초 정도의 V-LOG로 편집한 영상입니다. OM-LOG에 기본적인 컬러 교정과 무료 LUT을 적용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5Lbtg6Sm_Q
[영상 스크린샷]
색온도를 4800K로 설정한 것은 홀 촬영에선 문제가 없었지만 그에 비해 어둡고 노란 조명이 사용된 룸 안에선 색이 틀어져 컬러 교정에 비교적 많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E-M1X와 E-M1 Mark II 모두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에서 OM-LOG400를 사용하면 녹색이 부각되더군요. 그래서 청록색 톤을 가진 LUT를 적용해 필름 느낌의 분위기로 색보정을 했습니다. C4K 포맷의 24p 영상과도 잘 어울려서 개인적으로 만족합니다.
4K 해상도
이 날 촬영은 4096 x 2160의 C4K 포맷으로 촬영했습니다. 17:9 비율로 일반적인 16:9 4K 동영상보다 가로 비율이 더 넓고, 프레임도 24p 고정이라 조금 더 영화같은 느낌의 연출이 가능합니다. 물론 최종 출력 영상은 16:9 비율에 맞추지만 일반 4K 30p가 102mbps의 비트레이트를 갖는 것에 비해 C4K는 237mbps로 조금 더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Full HD보다 4배 가량 큰 4K 동영상은 Full HD로 작업할 때에도 그 장점이 명확합니다. 영상을 확대해도 세부 묘사에 손실이 없기 때문에 영상의 일부분을 추출해 쓰는 등 원활한 작업이 가능하죠. 그래서 최종 출력물이 Full HD라도 모든 촬영은 4K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4K 30p 포맷의 비트레이트가 102mbps로 고정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OM-LOG400과 LUT
OM-LOG400 이후부터야 올림푸스 카메라로 영상 작업을 그나마 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LOG의 장점은 대단합니다. 명/암부 표현이 뛰어나 보정 작업에 따른 데이터 손실이 적고 LUT를 적용해 다양한 스타일로 영상을 편집할 수도 있죠. 올림푸스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LUT외에도 다양한 유/무료 LUT를 적용하면 원하는 분위기의 영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파이널 컷 프로 X에서 사용하는 LUT 로더 mLut와 그 안에 포함된 무료 LUT입니다. 다섯개의 무료 LUT의 분위기와 활용도가 좋아서 영상 편집에 관심을 가진 분들께 적극 추천합니다.
https://www.motionvfx.com/store,mlut-plugin,p1949.html
위 세 장의 이미지는 동일한 영상에 다른 LUT를 적용한 것입니다. 노출부터 대비, 컬러 톤까지 한 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죠. 이 LUT를 일반 촬영 영상에도 적용할 수 있지만 명/암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LOG 촬영한 영상이 아무래도 유리하죠.
거기에 음식을 조금 더 생기있게 표현하기 위해 오렌지색 컬러 필터를 적용했습니다. 촬영 직후 실내 촬영 결과물을 보며 틀어진 컬러를 어떻게 바로잡을까 고민됐는데, OM-LOG400과 LUT 덕분에 괜찮은 분위기로 보정이 가능했습니다. OM-LOG400이 E-M1 Mark II까지 확대되면서 올림푸스 카메라도 조금씩 영상 작업의 가능성을 넓혀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액세서리 활용
기본적으로 올림푸스 카메라의 5축 손떨림 보정 성능은 매우 뛰어나지만 이동하면서 안정적인 영상을 촬영하기엔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가한 것이 미러리스 카메라용 짐벌 DJI 로닌-SC인데, 짐벌 자체의 성능은 좋고 촬영 결과물 역시 만족스러웠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는 올림푸스 카메라에 충분한 기능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타사 카메라들이 짐벌의 버튼을 통해 영상 녹화/정지 그리고 포커스 조절까지 가능한 것과 달리 올림푸스는 일체의 부가 기능 지원이 되지 않거든요. 앞으로 올림푸스 카메라가 영상 지원을 더 확대해 액세서리 지원도 넓어지길 바랍니다.
비주류의 설움이 있긴 하지만 올림푸스 카메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제가 진행 중인 작업에서 큰 불만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상 촬영에 올림푸스 카메라를 적극 활용하며 장단점과 가능성을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나올 신제품은 영상쪽에 조금 더 힘을 준 제품이 되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마이크로포서드가 풀 프레임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