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후 오히려 사진에 흥미를 잃은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낯선 도시의 장면들을 담는 일이 너무 즐거운 나머지 돌아와 서울에 있는 동안에는 음식이나 소품 등 일상의 장면을 간간히 담을뿐, 사진 찍으리라 마음을 먹고 나서는 날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답답한 날은 가까운 한강이나 언덕에서 도시의 야경을 감상하며 머리를 비우곤 합니다. 그리고 그럴때, 그냥 앉아만 있으면 뭐하나 싶어 카메라를 챙깁니다. 삼각대도 함께요. 셔터를 누르면 짧게는 10초, 길게는 1분 가까이 카메라가 사진을 찍습니다. 그 동안 저는 야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또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면 야경 사진을 찍는 건 낚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다..
언젠가 다시 갈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평생 그렇게 믿어왔고 직접 다녀와서 확인한 낭만의 도시 체코 프라하. 오늘은 철지난 사진첩을 넘겨보던 중 눈물나게 그리워진 프라하 카렐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천 년 역사의 도시를 잇는 가장 오래된 교각이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낭만, 환호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리 이상의 공간. 이 사진들은 설렘 가득했던 첫번째 재회의 감격으로 채워진 두 번째 여행에서 기록한 장면들입니다. 낭만의 도시에서도 단연 아름다운 장면들이 가장 많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프라하, 카렐교(Karlův most) 프라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 비투스 대성당이 있는 프라하 성과 구시가 광장, 그리고 이 카렐교를 꼽습니다. 특히나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 그리고 카렐교가..
일본, 오키나와. 이름마저 아름다운 이 섬은 비행기로 몇 시간 걸리지 않는 짧다면 짧은 거리지만 언제나 가고 싶다는 마음뿐 수많은 여행이 반복되는 동안 유독 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오사카와 후쿠오카를 몇 번이나 다녀왔으니 단순히 거리의 문제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첫번째 프라하 여행을 주저했던 것처럼, 간절히 열망하면서도 망설이며 미루고 미뤄왔던 것이겠죠. 체코 프라하 다음으로 동경했던 섬에 얼마 전 짧게나마 머물고 왔습니다. 영화 한 편으로 시작된 동경- 영화 카후를 기다리며(カフーを待ちわびて) - 섬에 대한 동경은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한 편으로 시작됐습니다. 한적한 시골 바닷가 마을의 청년에게 갑자기 찾아온 기적같은 일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바닷가에 의자 하나를 놓고 여주인..
훌쩍, 하지만 너무 멀리 떠나고 싶지 않을 때나를 위로하고 싶을 때 생각나는 도시.- 공항 밤샘은 힘들어 - 지난 여름 후쿠오카 여행은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원고에 한창 시달리던 중에 다녀왔습니다. 난생 첫 공항 밤샘에 잠시 눈 붙일 새도 없이 도착해버렸던 가까운(?) 도시. 특유의 분위기와 멋진 음식들에 반했고, 언제든 다시 올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원고를 탈고하던 날, 다시 이 도시를 떠올렸고, 삼개월여 만에 두 번째 여행을 했습니다. 이제 제주도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일본 후쿠오카. 얼마 전 세 번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제 교통편을 체크할 필요도 없고, 가고싶은 곳을 검색하지도 않게 된 곳이 됐지만 역시나 아직 먹을 음식들이 많기에 언제든 즐겁습니다. ..
어깨가 가벼워진 만큼 여행은 즐거워진다, 올림푸스 PEN-F와 두 개의 렌즈 (17mm F1.8, 12mm F2.0)
2017. 5. 15.
"가벼운 카메라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가까운 나라 일본,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 5박 6일을 보내기엔 따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떠나있는 동안 분비되는 독특한 호르몬은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저는 여행을 좋아한다거나 여행에 미쳐 있다고 저를 소개하지 않지만 낯선 도시를 걷는 동안 다른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느끼는 것은 분명합니다. 되도록 새 카메라와 함께 여행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것 못지 않게 새 카메라를 만나는 것을 즐거워하기 때문에요. 하지만 이번 여행은 도시도 카메라도 익숙한 것들이었습니다. 벌써 세 번째인 도시 후쿠오카, 그리고 세 번째 여행을 함께하게..
지난 싱가포르 여행 중 센토사 섬에서의 시간은 '회복'이라는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마리나 베이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 화려한 싱가포르의 도시 풍경과 상반된 여유로운 섬에서는 왠지 시간마저 조금 느리게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여행 전 친구가 '루지 한 번 타고 와'라고 추천했던 이 섬에서 저는 루지는 커녕 그 유명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구경도, 해질녘 펼쳐지는 레이저 쇼도 보지 않았지만, 그저 빛나는 오후에 모래 사장을 걷고 가만히 앉아 해가 지길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긴 청바지를 입었던 것과 운동화를 벗어 맨발로 걷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 아쉬워요. 점심을 먹고 출발한 센토사 섬. 여덟 시쯤 해가 완전히 진 후 섬을 빠져나왔으니 대략 여섯 시간 정도 머물렀습니다. 섬에서 저는 별다른..
마리나 베이의 야경에 반한 탓에, 여행 첫날은 자정이 지나서야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와 짐을 정리하겠다는 약속을 하루 더 미루고 쓰러져 잠을 청했던, 제법 고된 하루였어요. 다음 날 아침, 보기 좋게 늦잠을 잤고 호텔 조식 마감 시간에 겨우 맞춰 카야 토스트 하나와 두유 한 모금을 입에 가득 물고 로비를 나섰습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열대성 기후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슴팍을 미는 듯 막아선 여행 두번째 날, 저는 싱가포르의 골목을 여행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곳이 바로 이 곳, 하지 레인(Haji lane)이었어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 스팟 중 하나인 아랍 스트리트와 불과 한 블록 건너에 화려한 골목 하지 레인이 있습니다. 걸음을 재촉하면 십 분이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인 로마. 그 중에서도 로마를 찾은 관광객이 빠짐 없이 찾는 곳이 세 곳 있다죠. 콜로세움, 판테온 그리고 트레비 분수. 저 역시 1박 2일간 짧게 로마에 머물며 이 세곳을 잠깐씩 맛보고 왔습니다. 그 중 가장 처음 달려간 트레비 분수의 강렬함을 잊을 수 없어요. 분수의 규모와 조각상,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은 물론 발 디딜 틈 없이 분수 앞에 가득 들어찬 인파까지. 역시나 사랑받는 관광지는 규모나 아름다움 그리고 인기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한 곳이었습니다. 특히나 한바탕 거센 비가 쏟아진 직후 화창하게 갠 날씨에 700년 역사의 분수는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아쉬움 가득했던 여행지 로마 로마는 떠올리면 늘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1박 2일간의 시간은 이 고도에 가득한 유적..
싱가포르가 주목하는 작은 동네티옹 바루(Tiong bahru) 티옹 바루, 이 작고 조용한 동네는 싱가포르 여행을 앞두고 가야하는 곳을 고르다 발견한 곳입니다. 이름이 재미있기도 했고, 그동안 갖고있던 싱가포르의 화려한 이미지와 상반된 여유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호기심을 자극했달까요? 다양한 싱가포르 여행 책자는 이곳을 요즘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 중 한 곳이라는 역사적인 의미 외에도 1930년대 건축물과 최신 트렌드의 카페, 레스토랑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만의 분위기가 사람들을 이곳에 모이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방문한 티옹 바루는 처음엔 너무 조용하고 고요해서 사람들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불과 한 시간만에 푹 빠질 정도로 특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65층 루프탑 바에서 싱가포르 슬링 한 잔을 마시는 고상한 여유가 제게도 있었습니다. 3박 5일 짧은 싱가포르 여행의 마지막, 비행기 시각을 얼마 앞두고 벼르고 벼른 1-Altitude에 다녀왔습니다. 야경이 아름다운 싱가포르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루프탑 바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입니다. 나홀로 다닌 여행의 마지막 장면으로 전에 없이 화려하기도 했고, 이 날 많은 일이 있었기에 잊을 수 없습니다. 1-Altitude,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의 야경이 메인 뷰인만큼 1-Altitude는 마리나 베이와 멀지 않은 Raffles Place 지역에 있습니다. MRT Raffles Place 역과도 매우 가까워서 방문하기는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영업시..
도시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여섯 시, 소중한 두번째 밤을 위해 멋진 야경이 있다는 정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다른 도시였으면 이맘때쯤 '오늘 일정 다 끝났다'며 저녁 먹을 식당이나 기웃거리고 있을테지만, 싱가포르는 밤이 낮보다 더 아름다워서 어디서 노을을 보고, 나이트 쇼를 볼지 고민하곤 했습니다. 전형적인 '싱가포르 뷰' 멀라이언 파크에서 보낸 첫 번째 밤에 이어 두 번째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기준으로 그 반대편에 있는 거대한 인공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특별한 나이트 쇼를 보았습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뒤에 위치한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거대한 인공 정원으로 독특한 형태의 플라워 돔으로 유명합니다. 이 구조물은 플라워 돔(Flower..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싱가포르에선 늘 저녁 식사를 거르고 야경을 쫓아 다녔습니다. 아홉 시가 훌쩍 넘어 그제서야 배가 고파오면, 문 연 식당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죠. 여행 둘째 날에도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슈퍼 트리 쇼를 보느라 아홉시를 넘겼고 계획했던 식당은 영업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생각난 이름이 사테(Satay). 싱가포르 전통 꼬치 요리 사테 가게가 몰려있는 푸드 센터는 저처럼 밤을 헤매는 여행자를 두 팔 벌려 맞아준다고 들었거든요. 마침 마리나 베이와 멀지 않은 곳에 싱가포르 대표 사테 거리가 있어 서둘러 달려갔습니다. 이것마저 놓치면 굶어야 했으니까요. 싱가포르 사테 거리 라우 파 삿(Lau pa sat) 라우 파 삿, 그리고 텔럭 에이어 마켓(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