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누구라도 와서 쉬었다 가세요, 마음껏 감탄하고 즐기다 가세요. 외로움, 쓸쓸함, 그리고 허전함. 하고 싶은 얘기들, 걱정하는 것들. 모두 다 터놓고 가세요. 나는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아요. 그 날의 가을바다는 모든 것을 품어줄 듯 넓었다.
아무리 단단한 끈을 많이 꼬아 묶더라도 신경쓰고 보살피지 않으면 한 올 한 올 풀려 끝내 끊어져 버린다, 묶임의 반대말은 풀림이기에, 애초부터 한 몸이 아니었기에. 그대와 나를 묶고있는 끈은 얼마나 단단할까.
열정이 있는 사람은 그 생김과 상관없이 아름답다, 차가운 아침바람을 가르는 열정을 가진 저 사람은 멀리서 실루엣만 보아도 충분히 멋지고 아름답다.
빛이 쏟아지는 바다, 황금을 가득 머금은 듯 찰랑인다. 누구의 것도 아니기에 더 아름다운 황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파랑" 바로 이날의 바다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바람이 너를 쓰다듬는다, 나를 어루만진다. 가을 섬의 바람은 누구에게나 가장 부드러운 그 혹은 그녀의 손길이 된다.
겨울이면 더 그리운 것들이 바다, 하늘, 바람, 사람. 그 모두가 녹아있던 지난 섬 여행은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그립다. 겨울바다는 또 다른 느낌이겠지? 오늘처럼 이유없이 답답한 날이면 더 그리운 비어있는 듯 가득 찬 바다.
네가 왔다 가는 것, 아니 네가 아니라 누구라도 상관없다. 흘러가는 물은 다시 알아 볼 수 없는 것처럼 이곳을 흘러가는 사람들도 그저 이 잔잔한 풍경 중의 하나일 뿐. 바다, 바람, 빛 모든 것들은 한순간도 같지 않지만 풍경은 한결같은 이 항구의 바다.
주말이면 늘, 갑자기 훌쩍 바다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어디 있는 바다인 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어디라도 바다가 있는 곳이면 그날처럼 그렇게 종일 바라보기도 하고 저렇게 신나게 배타고 달리기도 하고. 나한테 주말은 '바다가고 싶은 날'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오사카 바다를 달린 한시간, 그 한 시간 동안 나는 아무 걱정도, 돌아갈 곳도 없는 사람이었다. 나를 마냥 맑게 웃게 하는 이 바다가 그래서 나에게는 특별하다. 곧 다시 가게 될 오사카항.
2010년 가을, 소매물도 유난히도 짧았던 지난 가을, 그 절정에서 소매물도의 바다는 유난히도 깨끗하고 파랬습니다. 가을바다의 아름다움을 제 눈 속에, 마음속에 깊이 새겨놓은 소매물의 바다, 그 추억을 담은 짧은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