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더웠던 날이 그것도 이만큼 오래 이어진 적이 있었나 싶어요. 외출을 자제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나가면 몇 걸음만 걸어도 정신이 쏙 빠집니다. 밥 생각도 안 나고 그저 시원한 곳, 시원한 것 생각만 나죠. 예를 들면 빙수. 겨울에도 빙수 먹던 시절만큼은 아니더라도 올해 빙수 자주 먹습니다. 지난 주말엔 북촌에 있는 부빙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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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빙수 전문점 유행하던 시절엔 골라 가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호텔 빙수 외에는 눈에 띄는 곳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전부터 다닌 부빙 그리고 을지로에 있는 카페 적당, 두 곳을 주로 가고 있어요. 부빙은 예전부터 개성있는 빙수 메뉴로 유명했는데 최근에 방송까지 타면서 대기 시간이 긴 집이 됐습니다. 다행히 예약 시스템이 추가돼서 땡볕에 기다리진 않아도 됩니다.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 대표 메뉴인 팥빙수, 흑임자, 딸기, 카라멜, 밀크티, 말차 빙수 등이 사계절 판매되고 제철 과일과 시즌, 테마에 맞춘 메뉴들을 간간히 선보입니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판매 중인 메뉴를 미리 확인 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매장 벽면에 걸린 역사를 보니 기발한 것들도 있더라고요. 완두콩, 감자, 로즈 빙수는 그 맛이 궁금하고 무화과 빙수는 나중에 시즌 맞춰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1인 빙수가 있어서 1인 1빙수를 할 수도 있고 2인 빙수를 함께 먹을 수도 있습니다. 메뉴가 다양하니 하나씩 시켜서 이것저것 맛 보는 게 좀 더 좋겠죠. 가장 유명한 흑임자 빙수는 흑임자 소스와 팥, 떡이 들어 있습니다. 흑임자 소스는 고소함과 단맛이 아주 강해서 어르신들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소스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첫 방문이라면 꼭 드셔 보세요.
호지차 빙수는 처음 도전해 봤습니다. 얼음 자체가 호지차를 얼린 것이라 호지차 라떼 혹은 프라푸치노를 먹는 기분입니다. 흑임자 빙수와 마찬가지로 팥과 떡이 있습니다. 단맛이 강하지 않아서 깔끔한 디저트로 좋습니다.
공통적으로 빙수가 매우 빨리 녹습니다. 오죽하면 맛있게 먹는 방법에 '녹은 빙수는 빨대로 드세요'라는 말이 있을까요. 그래서 생각보다 먹기 바쁘고 그만큼 머무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간만의 방문도 만족입니다. 여름 가기 전에 한 번 더 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