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돈 버는 이유'였던 양갈비. 회사 다닐 땐 월급날 양갈비 집에 갔어요. 그래서 당시 유명한 집들 여럿 가 봤는데 저는 이곳이 가장 좋았습니다. 튀르키예에서 거대한 통양갈비에 눌린 뒤 한동안 양고기 자체를 멀리했는데 요즘 불쑥 불쑥 생각이 났어요. 오랜만에 방문할 땐 역시 가장 좋아하는 곳을 찾게 됩니다. 후암동에 있는 야스노야 본점.
지점이 몇 곳 더 있었는데 용산점은 사라졌고 본점과 압구정 야스노야 지로 둘이 남았더라고요. 야스노야 지로와는 메뉴에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메뉴를 찾아보니 코스 요리격인 오스스메 세트가 있습니다. 양고기 함박이 본점에는 없다죠. 대신 본점에는 삿포로식 스프 카레가 있습니다.
시그니처 생 양갈비와 특수부위를 주문했습니다. 두툼한 고기, 두근거리는 시간.
일반적인 양갈비집과 같은 방식입니다. 바 테이블에 팬이 놓여있고 직원들이 고기부터 채소까지 일일이 구워주는 방식. 테이블에 서빙 해 주는 곳도 가봤지만 역시 눈 앞에서 보는 즐거움, 구워지자 마자 먹는 맛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태원이었나, 다 구워진 양고기를 먹으니 금방 식고 냄새도 좀 났고.
고기는 육향이 덜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구워집니다. 잘 구워진 첫 점은 소금만 찍어 먹는 것을 추천해 주지만 저는 와사비 올려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클라이막스는 양갈비. 부위마다 호가 갈리겠지만 저는 그래도 갈비를 가장 좋아합니다.
기름기가 많고 고기가 부드러워서 갈비는 늘 빠지지 않고 주문합니다. 일반 생 양갈비와의 차이를 찾아보니 시그니처 생 양갈비는 가장 고급 부위인 프랜치 랙을 마리네이드 한 것이라고 합니다. 가격 차이가 10% 정도니 아무래도 이쪽이 낫겠죠. 사실 양갈비가 가성비 따지는 메뉴와는 거리가 있으니.
와사비를 두 번 추가 요청하니 다시는 부르지 말라는 의미인 듯 푸짐하게 받았습니다. 간장 소스도 있지만 저는 와사비랑만 먹어요.
고기를 다 먹으면 마무리로 숙주를 구워 줍니다. 이거 나름대로 맛이 꽤 좋아서 기다려 질 정도입니다. 다른 양갈비집에 방문할 때도 숙주 구이가 있나 찾아볼 정도로.
이 집 사이드 메뉴 중 가장 유명한 마늘밥. 감칠맛 강한 양념이 밴 밥을 김에 싸서 먹습니다.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밥 자체가 맛이 좋습니다. 역시 고기에는 탄수화물이 있어야죠.
이 집에선 고기를 추가하기보단 마무리로 삿포로 스프 카레를 시키는 편입니다. 전골 느낌의 스프 카레가 이제는 꽤 유명해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잘 하는 집이 흔치 않거든요. 각종 채소 구이가 토핑으로 나오고 마지막으로 양고기 꼬치가 추가 됩니다. 구성이 꽤 괜찮죠. 거기에 우동 토핑까지. 식사 마무리로, 안주로도 좋지만 이것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됩니다.
왜 그렇게 양고기를 좋아 했는지 오랜만에 느껴 본 시간. 요즘 또 신상 양갈비 맛집들이 생겼던데 찾아 다녀 봐야겠어요. 아직까지는 이곳이 1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