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미친 여행으로의 이끌림 - 모스크바, 러시아 여행은 이미 몇 주가 지나고, 거리 풍경과 시끄러운 지하철 소음도 이제 어렴풋하게, 동화속 풍경같던 건물들과 낯선 얼굴들도 이제는 꿈처럼 아득할 정도로, 그렇게 여행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왜 모스크바였을까?’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왜 일년 중 가장 춥다는 1월 첫 주에 굳이 그 곳에 ‘극한 체험’을 하러 간 것인지. 그것도 러시아라면 푸틴밖에 모르던 제가 말이에요. 겨울이면 한국도 충분히, 아니 과분하게 춥습니다. 매일 아침 영하로 떨어진 기온에 가방보다 무거운 옷가지를 몇 겹씩 겹쳐입기도 하고, 가끔은 추운 날씨에 외출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저는 추위에 강한 편이긴 합니다. 혹한기 훈련 때도 내복 없이 지냈었고, 뚱..
# 0 2009. 6 초여름,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헤매기 시작한 건 사실 이때부터. 도톤보리 나에겐 '오사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사카 '먹자 골목' 도톤보리 호텔 책에서 봤던 게 정말 있네! 오사카 '치보' 기대 가득했던 첫 식사. 생각보다는 평이했던 맛, 비싼 가격. 도톤보리 다리 오사카에서의 첫 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여행의 정취가 물씬 풍겨오던 곳. 질서있는 풍경 타니마치 욘초메 역, 역사박물관 앞에서, 차들이 어딘지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이다. 되돌아왔다 가는 길 아침부터 떨어진 1D의 배터리, 이대로 가다간 오후부턴 이 무거운 녀석이 짐만 될 것 같아 호텔에 들러 충전하고 다시 오사카성으로. 오사카 성 수백년 전에 이렇게 크고 반듯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다니! 아마 옛날 사람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정취마저 마무리하고 겨울잠을 준비하는 남이섬의 늦가을 나들이, 세번째입니다. 호떡을 물고 남은 반바퀴를 보기 위해 또 걷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손이 얼어서 웬만하면 카메라도 잡고 싶지 않습니다 ^^; 생각해보니 밤송이를 본 게 벌써 몇 년이 됐는지, 어렸을 적에는 가을마다 시골에서 밤나무도 흔들고 목장갑 끼고 밤도 줍고 그랬었는데, 할아버님이 편찮으시고 통 못가게 됐네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참 가을만의 즐거움을 많이 잃어버렸었군요.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ㅁ; 공터가 많지 않은 남이섬 한쪽에 뻥하고 뚫린 공터 이렇게 넓게 트인 공간에 햇살이 뜨럽게 내리쬐니 이곳에 있을 때 만큼은 하나도 안춥더라구요. 어짜피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여기에 무작정 드러누워서 언 손과 몸을 녹였습니..
실망스러울 정도로 짧은(?)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면 남이섬 가장자리의 한적한 산책길이 나타납니다. 남이섬을 두르는 강을 바라보며 운치있는 나무 산책길을 걸을 수 있는 운치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은 눈부시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한가하게 마냥 바라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러기엔 너무너무 춥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사진에 담을 수 없었을 뿐, 어마어마하게 추웠습니다. 국내 여행지 어디든 공간이 있으면 무차별적으로 적혀있는 수많은 '방명록' 나름대로 이런 것도 시간이 만들어주는 유니크한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없는 게 좀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요, 이 사진에 담기지 않은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공기는 어떻게 설명을 해 드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