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을을 타고, 가을은 쓸쓸하고 문득 외로워지고 결혼하는 커플들 보면 더 그렇고, 갑자기 바람이 매서워지니 빈 옆구리를 봐야 되고 손 잡고 걷는 커플을 보면 벌써 3년전에 날 떠난 그 혹은 그녀가 떠올라야 되고 떨어진 낙엽 보면 그게 왠지 또 내 신세 같고 누군가에게는 가을이 축복일텐데, 쓸쓸하다는 그 바람도 힘든 여름을 보낸 후의 선물일텐데 모두들 가을만 되면 왜들 그렇게 외로워하고, 외로워지라고 하는지. 적어도 나한테 가을은, 세상 가장 많은 색을 혹여 모자랄까 한 눈 안에 가득 담아주는 외할머니같은 계절이다.
북서울 꿈의 숲에서 물살을 발로 가르고 차 내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멀리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른들도 때로는 눈치 보지 않고 같이 뛰어 놀고 싶다 아직 나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니까 이것저것 생각해야 될 게 많아져 선뜻 뛰어들 수가 없는 슬픔이란 게 있더라.
두물머리에서 강가에 있는 나무는 강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강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같은 자리에서 어떤 얘기라도 들어줄 것 같은 기분,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의 비밀을 속으로만 간직하고 지켜주는 듯한 모습 벤치와는 또 다른 느낌의 묵직함, 믿음직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