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가을을 타고, 가을은 쓸쓸하고 문득 외로워지고 결혼하는 커플들 보면 더 그렇고, 갑자기 바람이 매서워지니 빈 옆구리를 봐야 되고 손 잡고 걷는 커플을 보면 벌써 3년전에 날 떠난 그 혹은 그녀가 떠올라야 되고 떨어진 낙엽 보면 그게 왠지 또 내 신세 같고 누군가에게는 가을이 축복일텐데, 쓸쓸하다는 그 바람도 힘든 여름을 보낸 후의 선물일텐데 모두들 가을만 되면 왜들 그렇게 외로워하고, 외로워지라고 하는지. 적어도 나한테 가을은, 세상 가장 많은 색을 혹여 모자랄까 한 눈 안에 가득 담아주는 외할머니같은 계절이다.
너는 노랑, 나는 빨강 우리 서로 다르게 살아왔지만 지금은 이렇게 함께 떨어져 밟히고 쓸리기만을 쓸쓸히 기다리고 있구나 다들 새파란 하늘에 감탄하며 위만 바라볼 때 가을은 누군가에겐 힘 없이 떨어짐이 한 없이 두려운 계절 허브 아일랜드 파나소닉 출사대회 Panasonic DMC-FX65
낙엽 하나하나 떨어지는 게 올해만큼 다르게 느껴진 적이 없다. 해마다 낙엽이 떨어질 때 일년이 더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갈수록 멀어지고 길어지는 게 아쉬워서 점점 더 진하게 그리워질 것 같아서 이따금 눈에 초점이 흐린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 이제는 대상없는 그리움만이 남아 생각을 이어가는 힘이 되고 있다. 그렇게 가을은 내 일년의 시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