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의 컴팩트 VM 렌즈 컬러스코파 28mm F2.8 렌즈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 28mm 프레임의 매력과 이 렌즈의 결과물에 대한 내용이 주가 되겠지만 그보다 이 작고 가벼운 렌즈가 가져다 준 즐거움이 대단했다는 얘기를 먼저 하고 싶어요. 현행 렌즈들 다 좋은 거야 이미 알고 있지만 이 렌즈의 해상력은 그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결과물을 보면서 굳이 더 크고 무겁고 비싼 녹턴 빈티지 라인 28mm F1.5 렌즈를 써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저조도 환경에서는 차이가 제법 납니다만 이 렌즈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개척 했다는 것을 사용 하면서 느꼈습니다.
보이그랜더 컬러스코파 28mm F2.8 asph 렌즈 - 예쁜 렌즈가 좋은 렌즈인가? (Voigtlander Color-Skopar 28mm F2.8 asph)
28mm 프레임, 요즘은 이게 제일 편하지 않던가요?
스마트폰 카메라가 자리 잡으며 우리의 시선이 전보다 조금 넓어진 느낌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프레임이 24-26mm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예전엔 35-50mm 렌즈를 표준 화각, 표준 렌즈로 불렀지만 이젠 35mm 렌즈의 프레임도 종종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던가요? 저도 그렇게 된 건지 컬러스코파 28mm F2.8 렌즈를 쓰는 동안 프레임이 넓어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어요. 그보단 풍경과 스냅, 음식사진까지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겠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50cm 근접 촬영 덕이 크지만.
내가 보는 것보다 조금 더 넓게, 덕분에 보지 못한 것도 함께. 28mm 프레임은 딱 이 정도입니다. 누군가에겐 이 여유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50mm 혹은 그 이상의 망원 렌즈보다 주제를 부각시키기가 여러모로 까다롭잖아요. 배경 흐림, 배경 압축, 클로즈 업 효과 없이 프레임 구성만으로 이것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35/50mm 렌즈 위주로 사용한 분들은 한동안 사진이 너무 밋밋하다 혹은 주변부가 번잡하다 싶어 실망할 수 있지만 시선은 곧 렌즈 프레임에 맞춰지기 마련입니다. 이후론 눈 앞의 장면을 넉넉하게 담을 수 있는 28mm만의 매력을 즐길 수 있고요. 제 메인은 늘 35mm 렌즈지만 여행에선 광각 렌즈가 꼭 필요합니다. 풍경이든 실내/외 건축이든 더 넓게 담고 싶을 때가 수시로 생기거든요. 그리고 렌즈를 여러 개 챙기기 싫다면 또는 어렵다면 28mm가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컬러스코파 28mm F2.8 렌즈 역시 평소 제가 좋아하는 28mm 렌즈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잘 표현하고 있어요. 넓은 프레임은 당연하고 와이드 앵글에 적합하도록 주변부까지 해상력이 준수합니다. 다만 개방 촬영의 비네팅이 문제가 되는데 이건 크기와 무게를 고려해 봐 주자고요. 라이카 엘마릿 렌즈 심지어 즈미룩스도 최대 개방에선 어쩔 수 없으니까. 게다가 이 비네팅이 잘 활용하면 심도 효과 못지 않게 주제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비네팅에 대한 감점보다 주변부 해상력의 득점을 높게 삽니다.
F2.8 개방 x 비네팅 = ?
그렇다해도 주변부 비네팅은 이 렌즈의 확실한 한계입니다. 어쩌면 유일한 단점일 수도 있고요. 사실 쓰면서 '이게 최선입니까?'했던 순간이 몇 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렌즈의 크기, 무게를 줄였으니 더 크고 무거운 울트론 28mm F2, 녹턴 28mm F1.5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긴 합니다. 선택권을 준 것이죠. 주변부 광량 저하는 F2.8부터 F4까지 눈에 꽤 띄고 F5.6부터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개선됩니다. 물론 이는 원본 이미지 기준으로 라이트룸 등 편집 프로그램에서 보완할 수 있고요.
F2.8 최대 개방 조리개 값과 주변부 비네팅은 프레임 중심으로 시선을 잡아 끄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풍경보다는 거리 스냅, 정물, 인물 사진에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도 풍경 촬영할 때는 '이 렌즈는 28mm F5.6 렌즈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보니 전에 쓰던 중마론 28mm 렌즈와 비교해도 이 렌즈의 크기나 무게가 충분히 경쟁력 있네요.
F2.8이란 숫자에서 심도 연출은 없다 생각하실 분도 많겠지만 사실 단렌즈 기준으로 F2.8이 어두운 것이지 줌렌즈에서 F2.8이면 매우 밝은 값이잖아요. 생각보다 배경 흐림도 괜찮습니다.
<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차이 >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차이를 비교해 봤습니다. F2.8의 심도가 생각보다 얕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28mm 광각이지만 풀프레임 포맷과 F2.8 조리개 값의 연출이 이 정도는 됩니다. 거기에 이 렌즈는 50cm까지 근접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기존 M 마운트 광각 렌즈보다 더 얕은 심도 표현도 가능합니다.
< 조리개 값에 따른 주변부 비네팅 비교 >
주변부 비네팅도 비교해 봤습니다. 최대 개방에서는 작은 이미지로 봐도 주변부가 꽤 깜깜한 것이 보입니다. 실제 촬영에서도 꽤나 신경 쓰이는 부분이고 특히 풍경 촬영에서는 완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특성을 알아두고 적절한 조리개 값을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F4로만 촬영해도 F2.8보다 주변부 노출이 꽤 높지만 F5.6은 되어야 실제 촬영에서 주변부까지 걱정 없이 쓸 수 있겠더군요. 깊은 심도의 원경 촬영에서는 F5.6 이상의 조리개 값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광량에 따라 F5.6-8 사이의 값을 사용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해상력입니다.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을뿐 해상력 자체는 F2.8 최대 개방에서도 매우 좋은 편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F2.8/F4/F5.6이 차이가 나기에 결론은 F5.6이 최적이다, 이지만요.
100g짜리 렌즈의 놀라운 디테일
앞서 주변부 비교에서도 봤지만 이 렌즈는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신기할 정도로 해상력이 좋습니다. 풀 프레임 대응 렌즈를 이 정도 화질로 이렇게 작게 만들 수 있다니, 광학 기술의 발전 덕분이겠죠? 중심부 해상력은 당연히 주변부보다 월등하고 F2.8 최대 개방에서도 매우 샤프합니다. 다양한 환경,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해 봤습니다.
<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 >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를 중심/주변부로 나눠 비교해 봤습니다. 중심부는 F2.8 최대 개방부터 충분히 샤프하지만 F4,F5.6에서 조금씩 더 개선돼 이후로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주변부는 역시 F2.8 최대 개방에서의 광량 저하가 눈에 띕니다. 해상력 역시 최대 개방에서 다소 떨어지며 조리개 값에 따라 조금씩 개선됩니다. F5.6 이후로는 일정하게 유지되고요. 주변부에서 오히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색수차. 경계면의 수차는 조금씩 개선되긴 합니다만 확대해 보면 결국 사라지지 않고 유지됩니다.
< 컬러스코파 28mm F2.8 vs 녹턴 빈티지 라인 28mm F1.5 해상력 비교 >
28mm VM 렌즈 시리즈 중 최상위 제품인 녹턴 빈티지 라인 28mm F1.5 렌즈와 중심부/주변부 해상력을 비교해봤습니다. 보기에 따라서 역시 체급만큼의 차이가 난다고 볼 수도 또는 컬러 스코파 28mm F2.8 렌즈가 크기/무게/가격을 고려하면 오히려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 중심부 >
중심부 해상력은 딱 체급만큼의 차이가 납니다. 두 렌즈 모두 해상력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녹턴의 F1.5가 컬러스코파의 F2.8과 비슷할 정도로 녹턴쪽이 샤프합니다. 이는 모든 조리개 값에서 딱 그만큼 차이를 두고 이어지고요. 하지만 컬러스코파의 F2.8 결과물 역시 웬만큼 확대하지 않으면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좋아서 중심부 해상력 비교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예상대로기도 했고요.
< 주변부 >
주변부 이미지의 비교가 재미있었는데요, 해상력과 비네팅은 녹턴쪽이 우세했지만 색수차 억제력만큼은 컬러스코파쪽이 확실히 좋더군요. 녹턴 빈티지 28mm F1.5의 유일한 단점이 색수차 발생이 다른 VM 렌즈들보다 심하다는 것인데 이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그래서 5.6 결과물을 비교하면 색수차 적은 컬러스코파와 해상력 좋은 녹턴의 우열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이것만 해도 컬러스코파의 대단한 선방이죠. 종합적으로 크기, 무게 대비 상당한 결과물을 안겨 준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50cm 근접 촬영의 유용함
최단 촬영 거리를 50cm로 줄인 것도 광각 렌즈에서는 대단한 매력입니다. 70-100cm까지가 한계인 광각 렌즈들은 사실상 용도가 원경과 거리 스냅 정도로 제한되는데 이 렌즈는 음식, 정물 사진까지 그 용도가 확장되거든요. 20cm지만 이 차이가 촬영 장르 하나를 더하고 뺄 정도로 크다는 것이 28mm 렌즈에서 확실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간 별 기대하지 않았던 음식 사진들도 찍을 수 있게 됐죠. 테이블 위 음식을 찍기 위해서 전에는 일어서야 했지만 50cm 근접 촬영이 되는 렌즈는 팔만 위로 좀 뻗으면 되거든요. 이건 저한테는 아주 큰 차이입니다. 최근 28mm 렌즈가 인기있는 이유도 이런 올인원 렌즈로서의 가능성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그럴 때 최단 촬영 거리의 중요성이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보케는 기대만큼, 빛갈림은 기대 이상
F2.8 렌즈가 F1.5 렌즈보다 크고 아름다운 보케를 만들 수 없는 건 당연하죠. 이 렌즈에 그걸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F2.8 최대 개방 촬영에서의 보케의 모양은 동그랗기를 그리고 이선 보케 현상 없이 깨끗하기를. 그 정도를 바라겠죠. 이 렌즈는 그 정도 바람은 충분히 채워 줍니다. 보케의 모양은 F2.8 최대 개방 촬영에서만 원형이고 이후로는 10각형으로 변하며 점점 작아집니다.
주변부 보케는 쌀알 모양으로 찌그러지니 그것도 유의하는 것이 좋겠고요. 인물, 정물 촬영이라면 F2.8에 고정해두고 비네팅은 소프트웨어로 보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빛갈라짐은 기대 이상입니다. F3.5로 조리개 값을 한 단계만 높여도 선명하게 나타나며 이후 점차 크고 또렷해집니다. F11-16 구간이 최적의 설정 값이고요. 보케에선 큰 재미를 보기 어렵지만 야간 장노출 촬영에서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기대 이상의 렌즈입니다. 처음엔 작고 예쁜 외형 때문에 집어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이미 녹턴 28mm F1.5 렌즈가 있으니 잠깐 즐겨볼 만한 렌즈라고만 생각했는데 몇 번 쓰면서 갖고 싶어졌어요. 300g에 육박하는 녹턴이 부담스러운 날, 가볍게 촬영할 용도로 이만한 렌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 제일 좋은 것 또는 내 맘에 드는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왜 같은 화각의 렌즈를 여러 개 구비하는지 알 것 같더군요.
중심부 해상력은 울트론, 녹턴 등 상위 라인업과 충분히 견줄만 할 수 있을만큼 좋습니다. 주변부 비네팅은 태생적인 한계지만 조리개 값에 따른 결과물 특성을 미리 알고 있다면 환경, 피사체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게 선택할 수 있고요. 크기/무게/가격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 있을만한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0mm 렌즈를 주력으로 쓰고 있지만 가끔 28mm 렌즈가 필요할 때 제격인 렌즈입니다. 또는 컬러스코파 50mm F2.2 렌즈와 투톱으로 구성해도 충분히 좋겠네요.
보이그랜더 컬러 스코파 50mm F2.2 VM 렌즈 - 경쾌함이 매력 (Voigtlander COLOR-SKOPAR 50mm F2.2 VM)
[보이그랜더 컬러스코파 28mm F2.8 asph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라이카 M10)]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9761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