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될 일은 그렇게 된다고, 두 달 전 모키보 키보드를 구매할 때 예상했습니다. 결국 매직 키보드를 사야 이 여정이 끝난다는 것을. 제 용도를 만족하는 아이패드 프로용 키보드를 찾기 위해 그간 세 개의 제품을 사용해 봤습니다. 모키보, 키즈 투 고 2 그리고 콤보 터치.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해서 모두 다 못 쓸 정도는 아닙니다. 매직 키보드까지 전부 다 비교해 보고 싶은 욕심이 더 컸죠. 아래는 그간 사용해 온 키보드에 관한 포스팅입니다.
모키보 키보드 구매 후기, 매직 키보드 대신 (아이패드 프로 M4)
로지텍 키즈 투 고 2 구매 후기 - 매직키보드 대신 & 모키보와 비교 (keys to go 2)
로지텍 콤보 터치 for 아이패드 프로 13인치 M4 사용 후기 - 매직키보드와 다른 결에서
성능도, 일체감도 마음의 안정도 결국 정품 매직 키보드가 가장 낫지 않겠습니까. 가격이 문제죠. 다만 이전 세대보다는 매직키보드를 사야 할 이유가 늘었습니다. 메탈 소재가 더 넓게 적용돼 외형이 전보다 고급스러워진 게 가장 마음에 듭니다. 결합한 모습을 보면 맥북의 룩을 많이 따라 잡았어요.
가격은 519000원. 만원만 보태면 10.9인치 아이패드 64GB 모델을 살 수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매직 키보드 구매를 미뤘던 이유입니다. 트랙패드와 스마트 커넥터 연결이 필요하다면 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로지텍 콤보 터치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 케어 +를 등록했다면 액세서리까지 보증이 적용되므로 정품만의 장점이 있기도 합니다. 저는 블랙 컬러, 영문 키보드 옵션으로 구매했습니다.
< 매직 키보드 블랙 >
< 매직 키보드 화이트 >
사용 중인 아이패드가 실버 모델이라 매직키보드도 화이트 색상을 구매하고 싶었으나 오염이나 변색이 영 신경 쓰여서 블랙으로 선택했습니다. 애플 스토어 전시품을 봐도 외부 소재가 오염에 취약해 보이더라고요.
12.9 vs 13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이패드 프로 M4 시리즈에 맞춰 매직 키보드 역시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구조가 일부 변경되면서 하판의 면적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에 맞춰 트랙패드가 넓어졌고, 기능 버튼이 한 줄 추가됐습니다. 이전 버전을 사용할 때 가장 불편했던 것이 로지텍 폴리오 터치, 콤보 터치에 있는 기능 버튼이 없는 것이었는데 이것만으로도 활용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넓어진 트랙패드도 그렇고요. 아이패드를 거치할 수 있는 각도도 조금 더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팜레스트 소재를 메탈로 변경하면서 오염,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준 것도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이 메탈 소재 때문에 전체적인 룩이 맥북과 유사해졌어요. 재미있는 것은 매직키보드와 아이패드를 합친 무게가 현행 m3 맥북 에어 13인치와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애플은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패드가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별도의 블루투스 페어링 없이 아이패드를 올려 놓기만 하면 거치와 연결이 동시에 완료되죠. 일반 무선 키보드와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스마트 커넥터를 통해 전원을 공급받기 때문에 매직키보드에 별도의 배터리가 없는 것, 커넥터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기 때문에 무선 연결보다 안정적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로지텍 콤보 터치와 비교하면 케이스 결합 과정이 없기 때문에 탈착이 쉽지만 아이패드 측면이 외부로 그대로 노출된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트랙패드의 크기는 이제야 좀 쓸만해졌어요. 전에 썼던 매직 키보드는 구형인데다 11인치 모델이라 트랙패드가 더 작았거든요. 무게 중심 때문에 키보드 윗쪽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플로팅 캔틸레버 구조 안에서 최대한 사용 면적을 넓힌 결과입니다. 아 그리고 트랙패드의 소재 역시 맥북과 동일한 유리로 바뀌었어요. 실제로는 트랙패드가 눌리지 않고 햅틱 피드백으로 클릭감을 주는 방식 역시 동일합니다. 곳곳에 맥북의 요소들을 많이 채용했습니다.
이전 세대보다 각도 조절도 좀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무게 중심이 잘 잡혀서 어느 각도로 해도 넘어지지 않고요. 거기에 기능 버튼까지. 여러모로 기존 매직 키보드 대비 업그레이드됐습니다.
힌지에는 충전용 USB C 포트가 있습니다. 전작과 동일한 위치, 방식이지만 충전 효율이 개선됐다고 합니다. 아이패드의 충전 포트와 반대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작업 환경에 따라 양쪽 어디든 충전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매직키보드의 USB C 포트로 충전하면서 아이패드의 USB C 포트로는 외부 기기를 연결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도 있고요. 다만 매직키보드의 포트는 충전만 가능하다는 것.
가격 다음 가는 단점이 무게였는데 이는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전작보다 30g 가벼워졌을 뿐이라서요. 대신 아이패드 프로도 13인치 기준 전작보다 100g 다이어트하면서 전체 무게에서는 유의미한 개선이 있었습니다. 휴대성을 이유로 11인치만 고집하던 제가 이번에 13인치로 기변한 이유기도 해요. 아이패드 프로+매직키보드의 무게가 맥북 에어와 동일한 1.24kg이라 이제는 불만 갖지 않고 쓰려고 합니다.
가장 좋은 아이패드용 키보드라는 것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매직키보드를 구매했으면 몰랐을 단점들이 보여서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이 가격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물건이냐는 의문이 있지만 그만큼 아이패드의 활용폭이 넓어진다면 가치가 있는 거겠죠. 현재로선 의문입니다만 앞으로 좀 더 써 보면서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함께 사용 중인 로지텍 콤보 터치도 이 못지 않게 매력적이라서요. 아, 이제 모키보와 키즈 투 고 2는 아쉽지 않습니다. 트랙패드의 유무 그리고 반응성이 아이패드 작업에선 중요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