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의 광각 VM 렌즈 녹턴 빈티지 라인 28mm F1.5 asph의 Type I/II 디자인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2023년 출시돼 아직 정보가 많지 않지만 라이카 Summilux 28mm F1.4 렌즈와 비교 될 정도로 평가가 좋은 렌즈라죠. Type I 모델을 대여해서 테스트하던 중에 마음에 들어서 내돈내산 구매를 했습니다. Type I이 무게가 가볍지만 그놈의 황동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Type II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디자인과 블랙 페인트 마감도 구매를 결정하게 된 요소였어요. 이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보이그랜더 녹턴 빈티지 라인 28mm F1.5 asph VM 렌즈 - 코시나의 실수? (NOKTON Vintage Line 28mm F1.5 Aspherical)
Type I, Type II의 차이
녹턴 빈티지 라인을 포함한 주요 VM 렌즈들이 Type I, II로 나눠 출시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재와 디자인에 차이를 두고 있고요. 녹턴 빈티지 라인 28mm F1.5 asph 렌즈 역시 그렇습니다. Type I은 알루미늄 소재, Type II는 황동 소재로 제작됐고 이에 따라 손에 쥐고 조작할 때의 느낌이 달라요. 무엇보다 무게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디자인과 마감도 서로 다른데 Type I이 좀 더 심플하고 간결한 형태, Type II가 조금 더 고전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라이카 올드 렌즈의 디자인과 가까운 Type II 쪽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조리개 링, 거리계쪽의 디자인에 큰 차이가 있죠. Type II의 블랙 모델은 유광 블랙 페인트로 마감한 것도 눈에 띄고요. 이런 것들 때문에 제가 Type II를 구매했다죠.
디자인
Type I 실버, Type II 블랙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봤습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같지만 초점 링의 요철이 눈으로 보기에도, 조작할 때도 확연한 차이가 있어요. 외형의 아름다움이야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불규칙한 요철이 있는 Type II가 손가락을 올려 놓고 링을 돌릴 때 편한 것은 분명합니다. 거리계쪽 링의 요철 역시 다르지만 이건 외형의 차이일 뿐이고요. 거기에 하나 더해 Type II에는 막대 형태의 포커스 놉을 나사식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보기에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만 올드 렌즈에 많이 활용된 형태인만큼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꽤 유용한 옵션이 될 것입니다. 기대한(?) 것과 달리 외형에서는 Type I,II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Type II의 후드는 호환 제품입니다. 라이카 Q와 같은 룩이 마음에 들어서 잘 쓰고 있어요.
소재에서 발생하는 무게 차이는 꽤 납니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Type I이 220g, 황동 소재의 Type II가 330g입니다. 80g이면 전체 무게 중 약 1/4에 해당하니 꽤나 큰 차이죠. 손으로 쥐었을 때도 Type I은 크기 대비 가볍다는 느낌이, Type II는 이 정도면 어깨 좀 뻐근하겠다 싶을 정도로 묵직합니다. 그래서 휴대성 중시하는 분들은 Type I을 선호하시죠. 저는 고민 없이 Type II를 선택했지만 무게가 이게 맞나 싶긴 해요. 어차피 벗겨내서 쓸 것도 아닌데 황동이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하고.
황동/블랙페인트
하지만 블랙 페인트 렌즈가 Type II에만 있다면? 그럼 그 무게를 감당해야겠죠. 특히 블랙 페인트 바디를 쓰고 있다면 그 욕심이 더 클 수 밖에. 저는 블랙 크롬 피니쉬 모델을 사용하고 있지만 황동 + 블랙 페인트 조합에 매력을 느껴 Type II를 선택했어요. 1순위는 실버였습니다만 저렴한 매물이 0순위니까.
블랙 페인트의 장점이라면 역시 외형의 고급스러움. 디자인도 올드 Summilux 50mm를 닮아서 블랙 페인트가 더 잘 어울립니다. 블랙 페인트 바디를 들이고 싶을 정도로요. 단점이라면 페인트가 쉽게 벗겨지고 스크래치에 취약하다는 것. 이전 사용자분이 조심해서 쓰셨음에도 초점링, 조리개 링 모서리에 페인트가 벗겨져 황동이 일부 드러나 있었어요. 물론 이것을 블랙 페인트만의 매력으로 보고 일부러 웨더링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만. 바디가 블랙 크롬이니 되도록 조심히 써야겠죠.
조작감
알루미늄, 황동 소재는 조작감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습니다. 개체 차이도 있겠습니다만 황동으로 만들어진 Type II가 조금 더 정숙하고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Type I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경쾌하고요. 초점 링은 Type I이 가볍게 휙휙 돌아가서 좀 더 빠른 조작에 장점이 있습니다. 돌리는 감촉은 Type II쪽이 매끄럽고요. 조리개 링 조작에선 좀 더 차이가 나는데 Type I이 다소 가볍게 착,착하고 돌아가는 반면 Type II는 매우 낮은 소음과 함께 슥, 슥하고 움직입니다. 양쪽 다 끊어지는 느낌은 분명하기 때문에 촬영에 지장을 주기보단 취향과 감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가격
가격은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황동 소재의 Type II가 국내 판매가 기준 약 12만원, 10% 가량 비쌉니다.
선택권이 다양하다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좋은 일입니다. 관점에 따라 똑같은 렌즈를 더 가볍게,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더 좋은 소재로 만든 고급 버전을 택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올드 렌즈에 더 가까운 디자인, 황동 소재, 블랙 페인트에 대한 선호가 무게, 가격의 장점을 상쇄할 만큼 커서 Type II에 만족합니다만 이 포스팅을 보고 Type I 구매를 결심하실 분도 계시겠죠. 어쨌거나 구매, 지출, 취미에 참고가 됐기를 바랍니다.
곧 사용 후기를 포스팅 하겠지만 이 렌즈 참 잘 나온 것 같아요. F1.5 개방 촬영에서의 색수차만 제외하면 딱히 단점이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