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의 APS-C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용 초광각 렌즈 11-20mm F/2.8 Di III-A RXD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품 정보 소개와 외형 훑어보기에 이어 이번 포스팅부터 본격적으로 촬영 이미지를 통해 이 렌즈의 특징과 장단점을 평가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제품의 정보와 외형이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포스팅을 참조하세요.
https://mistyfriday.kr/3639?category=981121
며칠 전 소니 a6400과 탐론 11-20mm 조합을 들고 송도에 다녀왔습니다. 초광각 렌즈의 광활함을 보여주기에 좋은 도시고 제가 좋아하는 야경 스팟도 있어서 이 렌즈를 테스트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반나절동안 송도를 산책하며 찍은 사진들로 이 렌즈의 특징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1-20mm 광학 약 2배 줌
11mm부터 20mm까지. 이 렌즈는 약 2배 줌이 가능한 초광각 줌렌즈입니다. 35mm 풀프레임 포맷으로 환산하면 약 17-30mm입니다. 대표적인 초광각 줌렌즈들의 16-35mm 초점거리보다 조금 좁지만 크기와 무게를 줄인 것을 더 좋아하는 유저들이 많을 것 같아요. 사실 24-35mm 구간은 표준 줌렌즈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17-30mm의 초점거리가 큰 단점으로 느껴지진 않습니다.
위 사진은 11mm 최대 광각과 20mm 광각의 촬영 영역을 비교한 것입니다.
광각에서는 1mm 차이가 크다는 말처럼 프레임의 차이가 제법 큽니다.
위 사진은 11mm와 20mm 촬영에서의 경통 변화입니다. 20mm 광각에서 가장 짧고 초점거리에 따라 점점 늘어나 최대 광각인 11mm에서 가장 깁니다.
[ 11 / 20mm 프레임 비교 ]
11mm 최대 광각은 그야말로 시원합니다.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16-35mm 렌즈의 최대 광각 프레임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이 떠오르더군요. 눈으로 보는 것보다 넓은 것은 물론이죠. 반면 20mm는 편안하고 익숙한 느낌을 줍니다. 환산 30mm 역시 광각 초점거리에 해당하지만 요즘 스마트폰 기본 카메라의 기본 카메라가 26-30mm 정도인 것 때문이겠죠.
해상력과 디테일
APS-C 포맷용 렌즈 출시가 뜸한 요즘, 탐론 11-20mm 렌즈는 많은 분들이 반길만한 신제품입니다. 특히 초점거리와 크기, 무게 등에서 VLOG 동영상 촬영에도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에 APS-C 포맷 미러리스 카메라 사용자들이 기대할만하죠.
남은 것은 이미지 품질. 거기에 따라 이 렌즈에 대한 평가가 결정날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테스트에 앞서, 간단히 해상력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20mm 광각, F2.8 최대 개방 이미지를 확대해보니 초점 부위의 묘사가 상당히 디테일합니다. 꽃잎에 매달린 물방울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대 개방 촬영인 것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이네요. 현행 탐론 렌즈들이 크기와 무게를 줄이면서도 이미지 품질에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초광각 렌즈에서도 이 평가가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0mm보다 상대적으로 화질 저하가 우려되는 11mm 최대 광각 촬영 이미지에서도 큰 열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모서리쪽의 해상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11mm의 초광각 프레임의 특징이자 한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초광각 렌즈에서 흔히 발생하는 색수차는 눈에 거의 띄지 않고, 광량 저하 역시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주변부 왜곡은 테스트가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F2.8 대구경 렌즈
이 렌즈는 APS-C 포맷 초광각 렌즈 중 최초로 F2.8 고정 조리개 값을 갖는 렌즈입니다. 그런 장점이 잘 드러나는 것은 역시 F2.8 최대 개방에서의 심도 표현이겠죠. 공원의 꽃들을 주인공 삼아 심도 표현을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초광각 렌즈지만 20mm 광각에서는 만족할만한 수준의 배경 흐림 연출이 가능합니다. 보케의 형태 역시 또렷한 원형입니다.
15cm 근접 촬영
최근 탐론 렌즈들의 장점으로 손꼽히는 근접 촬영 성능이 초광각 렌즈에서도 이어집니다. 탐론 11-20mm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는 15cm로 체감상 렌즈 끝에 닿을듯 말듯한 거리까지 다가갈 수 있어요. 광각 초점거리 특성상 근접 촬영에서도 주변까지 넓게 찍히기 때문에 표준-망원 렌즈와는 다른 느낌으로 연출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F2.8 최대 개방 촬영까지 함께 활용하면 그 효과가 배가되겠네요.
넓은 프레임에 근접 촬영 성능이 뛰어난 렌즈가 갖는 장점은 음식 촬영의 쾌적함입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항공샷으로 찍기에 좋더라고요. 제가 가진 렌즈들이 최단 촬영 거리가 멀거나 프레임이 음식 촬영에는 좁아서 아쉬웠는데 a6400과 11-20mm 렌즈 조합이 딱 좋았습니다. 11mm로는 테이블 전체를, 20mm는 한 음식을 예쁘게 담을 수 있어서요.
손떨림보정 VC의 부재
개인적으로 이 렌즈의 가장 큰 아쉬운 점을 꼽으면 VC, 손떨림 보정 장치의 부재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a6400 역시 카메라에 손떨림 보정 장치가 없어서 사용 전 걱정을 많이 했고 테스트 촬영 때도 A7C을 사용할 때보다 사진이 흔들릴 때가 많았는데 조리개 값과 ISO 감도를 타협하면서 셔터 속도를 조금 더 확보하는 방향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F2.8의 낮은 조리개 값이 고맙습니다.
문제는 동영상 촬영인데, 초광각이라 상대적으로 큰 흔들림은 적지만 잔떨림은 역시나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아래는 a6400과 11-20mm 렌즈로 촬영한 동영상입니다. 거기에 파이널 컷 프로의 흔들림 보정을 더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원본에서는 잔떨림이 느껴지지만 손떨림 보정을 거치니 어색함이나 불안정함 없이 볼만한 영상이 됐습니다. 물론 이것은 카메라를 가만히 들고 있었던 상황이고 움직임이 많은 촬영에서는 보다 심해질 것입니다. VLOG 촬영이나 동영상 촬영에서 이 렌즈를 활용하려면 손떨림 보정 장치가 내장된 카메라나 짐벌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넓은 프레임의 야경
촬영의 마무리인 야경. 송도의 인상적인 포토 스팟에서 최대 30초의 장노출 이미지를 촬영했습니다.
카메라가 작고 가벼워서 컴팩트한 삼각대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여행용 카메라/렌즈 조합으로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과물 역시 넓은 프레임 덕분에 다이내믹한 느낌이 나서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기대했던 빛갈라짐의 형태는 단렌즈처럼 또렷하지 않아서 그 점은 못내 아쉽습니다. 광활함 그리고 가벼움으로 위안을 삼아야겠죠.
첫 촬영을 통해 느낀 탐론 11-20mm F2.8 초광각 렌즈의 특징과 장단점은 이렇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행 렌즈다운 이미지 품질이었습니다. 점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만큼 작은 카메라/렌즈 조합이 F2.8 최대 개방 촬영부터 샤프한 결과물을 안겨줬고 우려했던 11mm 최대 광각 촬영에서도 눈에 띄는 화질 저하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15cm의 근접 촬영은 그간 광각 렌즈에서 시도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피사체와 구도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야간/실내 촬영에 유리한 F2.8 조리개 값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죠.
그간 소니 E 마운트 사용자들은 소니 10-18mm F4 OSS 렌즈 외에 사용할만한 초광각 렌즈가 없다시피했는데 그 허점을 11-20mm F2.8 렌즈가 잘 파고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렌즈의 휴대성/화질/근접 촬영 등 전반적인 균형이 좋아서 광각 중심의 전천후 렌즈로도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앞으로 남은 내용들에 대해 좀 더 심도 깊은 테스트를 해보겠습니다.
- 렌즈는 개발용 베타 제품으로 실제 판매될 제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탐론 B060 선행 리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되었으며, 리뷰 작성에 대해 소정의 원고료를 받습니다.
- 탐론 B060은 썬포토로부터 일정기간 대여받았습니다. 체험 완료 후 사용한 장비는 반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