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이화동에 다녀왔습니다.
봄이 한창이라 어딜 가나 사람이 많을 것은 아는데, 후보들 중에선 그나마 가깝고 한적하게 다닐 수 있겠다 싶었어요.
물론 이 날 저녁 메뉴인 카레 음식점이 이쪽인 이유가 더 큽니다만.
대학로 뒷편 낙산 공원 그리고 그 아래 이화 마을. 한 때 사진이 취미였던 사람들은 다들 몇 번은 가 보셨을 거예요.
오래된 동네 골목 사이사이에 그려진 벽화, 언덕 위 성벽 너머 보이는 서울 풍경이 출사족들의 인기를 끌었던 곳.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더군요. 그래도 낙산 공원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전경은 여전히 근사합니다. 뭔가 애틋한 기분이 들기도.
나중에 든 생각인데, 2012년 그러니까 9년 전 제 첫 라이카 카메라 M8을 중고로 구매하고 기쁜 마음에 어디로든 사진을 찍으러 가자 해서 떠났던 곳이 이화마을이었어요. 십 년 가까이 지난 이날도 이름 다른 라이카 카메라를 들고 여전히 사진을 찍고 있는 제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냥 늘 갖고 싶었던 카메라, Leica M8.
# 0 2012. 1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2006년 언제쯤, '내가 이 카메라를 쓸 날이 올까?' 미니 홈피에 무심히 썼던 말이 정말로 이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크고 비싸고 무거운데다 돈 값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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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21년 4월의 이화동, 낙산 풍경.
사람들을 불러 모았지만 반대로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했던 벽화들은 상당수 사라지거나 다른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거기에 지금은 마을 곳곳이 공사중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성곽길 양 옆으로 보이는 서울 풍경은 늘 그대로인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 부서지고 만들어지고 있는데도.
이렇게 멀리서, 높이서 사람 사는 모습을 볼 때 거리두기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낙산 공원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공원의 녹지가 더해져서 한결 포근하게 느껴진달까.
'생각보다 서울에 녹지가 많은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가 '이마저도 없으면 안되겠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날 오후까지 비 예보가 있어서 하늘이 흐렸어요. 대학로까지 걸어 내려오니 날이 활짝 개서 못내 아쉬웠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벽화들은 많이 사라졌지만 새롭게 그려진 벽화 그리고 예술가들의 작업실 앞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 역시 한창 새단장 중이라 다음에 올 때를 기대하게 되더군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상점 앞을 지나다 화분이 된 구두와 신발, 등산화를 화분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제 키 높이만큼 높은 상점 안에서 주인이 말을 건네더군요. '이 안쪽에서 찍으면 더 예쁘게 나와요.'
그 한마디를 들으니 이 동네엔 여전히 멋과 여유가 있다 싶었습니다.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던 중에 마주친 풍경. 요즘은 보기 귀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오면 몇 년 후에도 여전히 이런 모습이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