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카메라로 사용하기에 올림푸스 E-M1X는 사실 크고 무겁습니다만, 이 카메라가 가진 장점들 중 몇몇이 다른 카메라로 대체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라 다른 짐을 조금 덜어서라도 챙기게 됩니다. 특히 빛이 부족한 야경과 실내 촬영 빈도가 높을 경우 강력한 5축 손떨림 보정 장치가 탑재된 이 카메라에 더욱 의지하게 되죠. 얼마 전에 다녀온 짧은 강릉 나들이 때도, 퇴근 후 회사 근처에 있는 한강 공원에 갈 때도 그랬습니다.
그동안 사용한 올림푸스 카메라는 물론,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공통적인 단점으로 높은 ISO 감도에서의 이미지 품질이 꼽히는데, 손떨림 보정 장치는 충분한 셔터 속도 확보를 통해 낮은 ISO 감도를 설정할 수 있어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불안정한 촬영 자세로 촬영할때 뿐만 아니라 정적인 촬영에서도 매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셈이죠.
E-M1X에 내장된 5축 손떨림 보정 장치는 올림푸스 최신, 최상위 카메라다운 성능을 갖추고 있어서, 동급 제품으로 분류된 E-M1 Mark II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0.5스톱 차이가 실제 촬영에서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라고는 하지만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종잇장만큼 얇은 간격에서 이 덕을 볼 순간이 올테니 좋은 건 확실하죠.
얼마 전 퇴근 후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 공원으로 저녁 출사를 나갔습니다. 반포 한강공원이 가까이에 있는 것은 제가 다니는 회사의 몇 안 되는(?) 장점이죠. E-M1X와 25mm F1.2 PRO 렌즈를 챙겼고, 무지개 분수를 사진으로 담으며 5축 손떨림 보정 장치를 간단히 테스트 해보았습니다.
이 날 새로 구매한 아이폰 11 PRO도 함께 챙겨가 보았는데, 전에 사용하던 아이폰 X 보다는 확실히 카메라가 좋아지긴 했지만 역시 미러리스 카메라를 대체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아이폰 11 PRO 카메라 후기도 조만간 포스팅 해 보려고요-
가을이고, 밤이고, 한강이고, 청춘이고.
강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부럽기도 했고요.
무지개 분수를 기다리며 사진을 담아 보았습니다. ISO 감도는 가장 낮은 ISO 200으로 설정했습니다. 높은 감도로 촬영한 이미지는 돌아와서 보면 노이즈 때문에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대신 25mm F1.2 PRO의 밝은 조리개 값, 그리고 E-M1X의 손떨림 보정 장치 덕분에 충분한 노출로 촬영을 할 수 있었죠. 두 장의 이미지는 1/6, 2/5초로 일반적인 촬영보다 긴 편이었는데 두 장 모두 흔들림 없이 선명하게 담을 수 있었어요. E-M1X는 이미 1초 내외의 셔터 속도까지는 충분히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제는 걱정 없이 촬영을 하죠.
이 날은 조금 더 긴 셔터 속도를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2초가 넘어가는 긴 시간동안 삼각대 없이 핸드헬드로 촬영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야간 촬영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래는 1/10초, 2.5초 촬영 결과물입니다.
1/10초 촬영은 일반적인 싱글 촬영과 동일합니다만, 2.5초 촬영 결과물은 제법 장노출 태가 나죠. 2.5초 셔터 속도로 몇 장을 촬영해 보았는데 일부는 실패해 이미지가 흔들렸지만 절반 이상의 이미지는 선명하게 기록됐습니다. 서서 촬영한 것은 아니고 돌에 앉아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촬영했습니다. 역시 일반적인 핸드 헬드처럼 흔들림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인데, 2.5초까지 손떨림 보정 장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합니다. 욕심을 조금 덜어 2초 정도로 설정하면 실패가 거의 없어지겠어요.
이미지 하단의 강물을 보면 셔터 속도에 따른 차이가 확연합니다. 아랫쪽이 확실히 더 부드럽고 인상적이죠. 이런 효과 때문에 장노출 촬영을 즐기는데, 삼각대 없이도 이 정도 긴 시간동안 촬영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 카메라의 확실한 장점입니다. 저녁 8시가 넘은 늦은 밤이었지만 모든 이미지를 ISO 200의 저감도로 촬영할 수 있어 이미지 품질 역시 만족스럽고요.
해 뜨기 전 정동진 바다를 담을 때도 이 손떨림 보정 장치의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물론 삼각대를 챙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60초까지 셔터 속도를 여유있게 설정해 아름다운 야경을 담을 수 있지만, 매일 삼각대를 짊어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E-M1X와 E-M1 Mark II를 함께 사용하면서 이 손떨림 보정 장치만큼은 E-M1X가 확실히 우위에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고, 무게와 크기 부담보다 결과물의 품질이 우선인 날엔 E-M1X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조금만 더 작고 가벼웠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그 아쉬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주 사용하게 되는 건 E-M1X가 분명 그만한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이 카메라로 담을 2019년 가을의 장면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