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의 꿈꾸는 라디오> 출연을 계기로 20년만에 라디오 듣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어요.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순간의 행복, 누군가의 사연에 젖어드는 감동 등 시월은 오랜만에 소년처럼 보내고 있죠.
여러분들도 들어보세요. 제가 출연하는 날 말고 다른 날 코너도 재미있어서 매일 퇴근길에 듣고 있거든요.
http://www.imbc.com/broad/radio/fm4u/dream/podcast/index.html
그 중 지난 수요일 코너에 나온 사연과 노래는 제맘을 통째로 흔들어 놓아서, 당장 어디든 떠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았습니다.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의 고백, 그리고 연인이 되기로 한 약속, 그 약속과 꼭 들어맞는 노래까지. 그날밤 청량리-강릉행 밤기차 표를 예매했습니다. 토요일 밤을 내내 달려 해 뜨기 전 정동진에 도착하는. 그리고 토요일까지 설렌 맘으로 지냈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도착해 해가 뜨길 기다리는 낭만적인 여행. 감동으로 시작해 감상을 찾아 바다로 떠났지만 빈 손으로 가긴 허전해서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중학생 때 이후 20년만에 보는 정동진 일출이라 기록해 두고 싶기도 했고요. 가볍게 떠나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역시 손이 가는 건 올림푸스 E-M1X. 크고 무겁긴 해도 GPS와 손떨림 보정 고해상도 촬영, 4K 동영상 등 여행용 카메라로는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녀석입니다.
일출 전의 고요
다섯 시가 되기 전에 기차가 정동진역에 도착했습니다. 기차는 만원이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정동진까지 동행했습니다. 새삼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출 시간까지는 한 시간 반이 남았고, 파도 소리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정동진역이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 하죠?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해안가의 선박 모양 구조물이 보이는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출을 준비했습니다. 사진에는 제법 밝게 나왔지만 해가 뜨기 삼십분 전의 어스름한 새벽이었어요. 이 때 E-M1X의 손떨림 보정 장치가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F2.8의 밝은 조리개 값, ISO 400 감도에서도 셔터 속도가 1/3초밖에 확보가 되지 않는 어두운 환경이었지만 핸드 헬드로 촬영해도 흔들림이 없었어요. E-M1X는 올림푸스 카메라 중 가장 뛰어난 손떨림 보정 성능을 갖춘 제품으로 제 경우에는 2초까지 핸드 헬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고감도 이미지 품질에 약점이 있는 마이크로 포서드 시스템의 단점을 줄여주는 장점이죠.
물론 삼각대가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리모컨 없이도 60초까지 셔터 속도를 지정할 수 있고 내장 ND 필터까지 활용하면 상당한 수준의 장노출 촬영이 가능하죠.
해 떠오르는 순간
해가 뜨기 전까진 선박 구조물 뒤로 조금씩 해가 보일 때부터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쉼 없이 셔터를 누르다가 영상으로도 남겨 보았고요. 이 때는 E-M1X의 동영상 촬영 기능과 5000만 화소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활용했어요.
이전까지는 타임랩스 촬영 기능을 이용했는데, 이번엔 동영상 촬영 옵션에서 속도를 8배속으로 변경해 촬영했습니다. 8초간의 영상이 1초로 기록되는 옵션으로 재생시 8배 고속 재생 효과가 있습니다. 타임랩스보다는 움직임이 부드럽지만 극적인 효과는 조금 떨어지죠.
E-M1X로 촬영한 동영상 (8배)
https://www.youtube.com/watch?v=2cLZ9I9X208
E-M1X로 촬영한 동영상 (64배)
https://www.youtube.com/watch?v=bZCQ-Qx28eE
영상의 총 시간이 약 50초니 약 400초, 3분 40초간 촬영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일출 시간의 변화를 담기엔 조금 부족하게 느껴져서 영상 편집 프로그램에서 8배를 더 빠르게 해 64배 속도의 영상으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해도 타임랩스보다는 시간의 변화를 느끼기엔 부족하네요. 프레임 간의 시간차가 있는 타임랩스가 이런 장면에선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다.
기다렸던 장면은 고화소로 기록하면 훗날 인화를 할 때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겠죠. 특히 E-M1X는 핸드 헬드로도 5000만 화소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합니다. 아래는 동일한 환경에서 촬영한 2000만 화소 일반 이미지와 5000만 화소 고해상도 이미지입니다.
최근 컴퓨팅 환경에서 2000만 화소는 종종 아쉬움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때 5000만 화소 고해상도 촬영이 유용합니다. 중형 디지털 카메라에 필적하는 고화소에 다이내믹 레인지 역시 일반 촬영 결과물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죠. 동일한 1920x960 해상도로 이미지를 크롭했을 때 디테일의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정적인 풍경 촬영에서는 고해상도 촬영 기능을 적극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거기에 내장 GPS는 여행용 카메라로 매우 매력적인 장치죠. 사진 찍은 장소가 매우 정확하게 이미지 파일에 기록되니 여행 사진 관리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제가 여행용 카메라로 E-M1X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죠.
텅 빈 아침 백사장
아침이 환하게 밝고 뒤를 돌아보니 해 뜨기 전 모였던 사람들이 이미 떠났더군요. 어느새 텅 빈 백사장을 걸으며 밤기차를 타고 바다를 찾아 온 그 순간의 감정을 되새기고, 파도 소리와 바닷물에 반짝이는 아침빛을 듣고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었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울컥하는 맘에 조금 훌쩍거리기도 했고요. 저는 바다를 아주 많이 좋아하나 봅니다.
위로를 주는 공간들
남은 시간들은 제가 사랑하는 강릉 속 공간들을 찾아 인사하며 보냈습니다. 허난설헌 생가터에 있는 짧은 숲길, 그리고 안목 해변. 아쉽게도 돌아와 해야할 일 때문에 오후에 돌아와야 했어요. 늘 그랬듯 안목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있는데 발이 안 떨어져서 몇 번이나 버스를 취소했어요. 하루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여러 감정들에 푹 젖어 지낸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담엔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긴 시간 머무르고 싶어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