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푸스 PEN-F의 다양한 기능 중 이번에는 여행 중 만난 풍경을 더 멋지게 담을 수 있는 부가 기능에 대한 소개와 평가를 해보려 합니다. 카메라의 화질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요소 중 하나인 '화소'에 새롭게 접근해 기본 성능 이상의 해상력을 발휘하는 매력적인 기능 '초고해상도 촬영'입니다. 촬영에 다소 제약이 따르지만 PEN-F의 2000만 화소 이미지를 순간적으로 '뻥튀기' 해 5000만 화소의 대형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OM-D E-M5 Mark II를 시작으로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의 간판 기능 중 하나이지만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운 기능이기도 하죠.
큰 화소가 반드시 좋은 화질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2000만 화소의 스마트폰 카메라와 컴팩트 카메라에서 우리는 '화소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화소는 사진을 이루는 픽셀의 수, 즉 사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이미지 센서와 렌즈, 프로세스 등 화질 외의 조건이 동일하다면 고화소는 분명 저화소보다 같은 장면을 더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2000만 화소 이미지에 미처 담을 수 없는 작은 피사체 그리고 매우 세밀한 윤곽 표현에서 이점을 얻게 됩니다.
저는 여행 중 가장 멋진 뷰 앞에서 삼각대를 꺼내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PEN-F의 5000만 화소 촬영 기능을 사용합니다.
- 출처 : 올림푸스 한국 홈페이지 -
PEN-F의 5000만 화소 고해상도 촬영은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로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해 고화소 이미지 한 장으로 합성하는 기능입니다. 한 번의 촬영을 위해 총 8번의 다중 촬영이 이뤄지는데, 이때 이미지 센서의 각 픽셀이 1/2 픽셀 단위로 미세하게 이동하며 두 배 이상 큰 이미지를 만들어 냅니다. 2000만 화소를 단순히 5000만 화소로 키운 것이 아니라, 실제 촬영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숫자 만큼 향상된 해상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PEN-F로 촬영한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 (8160 × 5440, 3:2 비율) -
- PEN-F로 촬영한 2000만 화소 촬영 이미지 (5184 × 3456, 3:2 비율) -
위 두 장의 이미지는 동일한 장면을 PEN-F의 고화소 촬영 기능을 사용해 5000만 화소와 2000만 화소 두 장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고화소 촬영 기능을 사용할 경우 5000만 화소로 촬영 되지만 해당 이미지는 이미지 비율을 3:2로 변경해 8160 × 5440 픽셀, 약 4440만 화소로 촬영됐습니다. 웹페이지 크기에 맞춰 리사이즈 한 이미지에서는 두 사진의 화소와 해상력의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동일한 크기로 확대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 PEN-F로 촬영한 5000만 고화소 촬영 이미지 확대 -
- PEN-F로 촬영한 2000만 화소 촬영 이미지 확대 -
동일한 부분을 확대한 5000만 화소와 2000만 화소 이미지를 비교하면 화소 수에서 오는 표현의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장면을 더 크게 촬영하기 때문에 확대했을 때 좀 더 섬세한 표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위 결과물의 경우 2000만 화소 이미지가 더 샤프하고 5000만 화소 이미지는 흐릿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고해상도 촬영이 이뤄지는 동안 카메라가 미세한 흔들림에도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 화소수가 큰 만큼 파일 크기 역시 월등합니다 -
- PEN-F로 촬영한 5000만 고화소 촬영 이미지 확대 -
- PEN-F로 촬영한 2000만 화소 촬영 이미지 확대 -
PEN-F의 고해상도 촬영의 경우 8장의 다중 촬영이 이뤄지는 동안 카메라가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야 제대로 된 고화소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피사체 역시 이동이 없어야 하고요. 시간은 약 1-2초가 소요되는데, 때문에 고해상도 촬영 기능은 정적인 풍경 혹은 인물 촬영에 유리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경우 그 움직임이 잔상처럼 남게 됩니다. 8장의 다중 촬영이지만 셔터 속도가 10초 이상 설정된 장노출 촬영에도 5000만 고해상도 촬영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멋진 여행지의 풍경을 2.5배 가량 더 크고 넓게 촬영하면 작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형 인화를 할 때 그 진가가 드러나겠죠.
< 고해상도 촬영 기능의 디테일 비교 (OM-D E-M5 Mark II, 4000만 화소 촬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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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비교를 위해 동일한 원리의 고해상도 촬영 기능이 탑재된 OM-D E-M5 Mark II의 결과물을 덧붙입니다. 이 카메라는 PEN-F보다 한 세대 전의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고, 8번의 다중 촬영으로 4000만 화소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습니다. 체코 프라하를 여행하며 이 기능을 많이 사용했는데, 삼각대를 들고 다니는 수고와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크고 선명한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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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하기 전에는 글씨의 형태조차 보이지 않던 풍경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담으면 호텔의 이름까지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E-M5 Mark II의 4000만 화소, PEN-F의 5000만 화소 고해상도 이미지는 대부분의 35mm 풀 프레임 카메라보다 큽니다. 물론 다중 촬영 후 합성을 통한 이 이미지의 해상력이 비슷한 유효 화소 수를 가진 카메라보다 뛰어나지는 않지만 이 작고 가벼운 카메라에서 이 정도의 표현이 가능한 것이 유의미하다고 평하겠습니다.
- 100% 확대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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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상도 촬영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역시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입니다. 크게 촬영하는 카메라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촬영자의 노력'과 다중 촬영되는 1-2초 가량의 시간동안 피사체가 움직이지 않고 기다려주는 '장면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만 틀어져도 결과물에 손상이 생깁니다. 위 이미지는 촬영 중 움직인 행인이 픽셀 단위로 이동하는 다중 촬영에 의해 잔상처럼 기록되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 고해상도 vs 일반 촬영의 디테일 비교 >
-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왼쪽) | 일반 촬영 이미지(오른쪽) -
-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왼쪽) | 일반 촬영 이미지(오른쪽) -
동일한 장면을 촬영한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와 일반 촬영 이미지를 비교하면 공통적으로 고해상도 결과물이 더 크고 섬세한 표현력을, 일반 촬영 결과물이 높은 샤프니스를 보입니다. 이는 다중 촬영 시간동안 카메라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이미지가 해상도에 비해 샤프니스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후보정을 통해 샤프니스를 높이면 대형 인화 등에서 고해상도의 여러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저는 몇몇 풍경 촬영에서 풀 프레임 DSLR 카메라 이상의 고해상도가 가져다 주는 섬세함에 감흥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대형 액자에 프라하의 여명을 인화해 걸게 된다면 2400만 화소 풀 프레임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 대신 올림푸스 카메라의 4000만 화소 이미지를 걸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 올림푸스 카메라의 고해상도 촬영 이미지 >
이 기능이 사용자들에게 아직 많이 알져지지 않은 것이 아쉽습니다. 몇몇 제약이 있지만 가끔 제격인 상황에 활용하면 작고 가벼운 올림푸스 미러리스 카메라의 단점을 상당부분 상쇄하고, 종종 크고 무거운 카메라 부럽지 않은 결과물을 안겨주는 고해상도 촬영 기능은 결정적인 한 장면을 기대하고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에게 추천할만한 기능입니다. 사용법도 그리 어렵지 않으니 한 번 활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