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나고 자라면서도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던 한강, 스무살이 되어서 첫사랑과의 백일 기념일에 탔던 한강 유람선, 그리고 여의나루. 그 후로 좋아하는, 좋아하고픈 사람이 생기면 항상 함께 갔던 곳이 원효대교가 보이는 이곳이에요. 원효대교가 가장 예쁘게 보이던 벤치도, 함께 이곳에 있던 사람들도 이제 없지만 가끔 그 사람들을 떠올리고 싶을 때, 그리고 잊고 싶을 때 혼자서 멍하니 한참을 앉아있다 오는 곳입니다, 바라보는 다리구요.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내 비밀 얘기 소문 안내고 다 들어주던, 마당에 있던 대추나무같은 존재에요.
여의나루역, 매점을 등진 원효대교가 가장 예쁘게 보이는 벤치. 스무살때부터 이곳에선 유독 '좋은 사람'과의 추억이 많아서 요즘은 종종 답답할 때 혼자 앉아있다 오곤 합니다. 백일 기념일의 생애 첫 유람선 김밥과 컵라면을 먹으며 보낸 한가로운 시간 떨어지기 싫다며 한강보러 가자고 내 손을 끌던 사람과 마시지도 못하는 술 맥주 반캔 마시고 들떠 얘기하던 그녀와 그 옆에서 야경을 보며 편지를 쓰던 나. 전망이 가장 좋았던 그 벤치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래서 그런지 혼자라서 그런건지 좀 쓸쓸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가면 집에 오는 길까지 기분 좋아지는 곳이에요. 일요일 저녁에 갑자기 가고싶어 다녀왔는데, 맘이 편해지는 게 좋았어요 ^^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곳이 있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