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지난 겨울을 유럽에서 보냈습니다. 스무살에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을 마흔, 두 번째 스무살에라도 달래보자는 맘으로 배낭 하나 메고 가볍게, 마음 발길 닿는대로 흘러다녀보았어요. 출발하던 날 까마득했던 귀국일이 어느새 다가와 서울에 돌아왔고, 이렇게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시작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끝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전부터 마음에 담아 둔 몇몇 도시들은 있었지만 그 외 시간 그리고 동선은 정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괜찮은 도시가 있으면 며칠 들렀다 가기도 했고, 민박집이며 식당, 펍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하는 혹은 추억이 있는 도시로 경로를 바꾼 적도 있어요. 도시가 마음에 들면 ..
중간중간, 여행이 필요할 때 꺼내보는 두 번의 프라하 여행 이야기가 이제 거의 바닥을 보입니다. 머리끝까지 가득했던 설렘 때문에 움직이는 모든 순간을 이야기로 담고자 했던 첫 번째 여행과 달리 두 번째 프라하 여행은 지난 추억을 복기하느라 그리고 재회의 감격에 빠져있느라 개인적인 감상이 대부분인 이야기가 됐습니다. 두 번의 여행을 마무리하기 앞서, 프라하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사실 제게 프라하는 해 뜨기 직전 여명 아래 우아한 실루엣으로 기억된 도시지만 해가 진 후 비현실적으로 붉은 조명이 밝힌 장면들에 대한 기억도 그 못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해가 지고난 후에도 도무지 멈추지 않았던 그 도시에서의 걸음, 그 중 아래 장면들을 통해 이 도시의 밤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그 밤..
이곳은 프라하를 여행중인 사람들의 '인증샷' 촬영지로 무척 인기있는 곳 중 하나입니다. 프라하 성, 구시가광장과 비교하면 그 굉장함에야 비할 수 없더라도, 프라하의 상징인 블타바 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600년 된 카렐교를 배경으로 수십 마리 백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막상 가보면 사람도 너무 많고 크게 볼 것도 없는데 이상하게 프라하에 갈 때마다 찾아가게 됩니다. 프라하 치헬나 거리에 있는 이 공간은 지도에 아예 'Swans'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블타바 강 유역에 백조들이 모여든 풍경이 이곳의 낭만을 상징하는데, 카렐교와 마네수트 다리 사이에 있습니다. 걸어서 가기도 어렵지 않아서, 그리고 백조들을 배경으로 하면 사진도 예쁘게 나..
바르셀로나 여행 중 가장 멋진 순간이라면 단연 사그라다 파밀리아(La Sagrada Família)의 기적같은 풍경을 멍하니 올려다본 순간을 꼽겠지만, 화창한 아침의 바르셀로나 대성당 역시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람블라스 거리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고, 성당 앞 고딕 지구에서 펼쳐지는 축제와 벼룩시장 등 즐길거리도 있는 곳이라 바르셀로나 여행을 앞둔 분들에게 추천할만 합니다. Pla de la Seu, s/n, 08002 Barcelonahttp://catedralbcn.org 1298년부터 1448까지 약 150년만에 완공된 카탈루냐 고딕양식의 성당으로 남성적인 첨탑의 실루엣과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인 에우라리아의 묘가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르셀로나 건축물 투어를 ..
프라하 성과 구시가광장, 바츨라프 광장 등 랜드마크가 많은 프라하에서 이 곳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다할 대형 건축물이나 광장도 없는, 상점보다 주거지가 많은 동네니까요. 저 역시 두 번째 프라하 여행에서 묵을 숙소를 찾으며 이 지역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머물면서, 다녀와서 이 소박하고 멋스러운 동네의 이름이 정겹게 남았습니다. 화려하기만한 프라하 여행을 꿈꾸는 이에게는 조용하고 재미없는 뒷골목에 지나지 않지만 도시의 낭만을 머금고 산책을 즐기기에, 그리고 되도록 이 땅에서 오래오래 머물기에는 프라하에 이 동네만한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름은 요세포프(Josefov)입니다. 프라하 구시가광장 북쪽에 위치한 요세포프(Josefov) 지구는 과거 유대인들이..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저릿한 도시가 있습니다. 며칠 머물다 온 것 외에는 인연이랄 것도 없는데 자꾸만 그리워지는 곳. 제게는 체코 프라하가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꿈꿨고, 두 번의 여행이 무척 진하게 남아서 이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것 같은 도시가 됐죠. 그래서 아주 느리지만 이렇게 조각들을 기록해 놓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기록들을 훑어보니 정작 프라하를 대표하는 프라하 성, 비투스 대성당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더군요. 이 성당에 '낭만의 정점'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낭만의 도시 프라하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는 건축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서 이 우아한 실루엣의 첨탑을 볼 수 있고, 시간을 내 페트르진 언덕까지 올라 이 성당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노라면 프라하 여행의 감동이 최고조에..
언젠가 다시 갈 것이라 의심치 않습니다. 평생 그렇게 믿어왔고 직접 다녀와서 확인한 낭만의 도시 체코 프라하. 오늘은 철지난 사진첩을 넘겨보던 중 눈물나게 그리워진 프라하 카렐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천 년 역사의 도시를 잇는 가장 오래된 교각이자,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낭만, 환호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리 이상의 공간. 이 사진들은 설렘 가득했던 첫번째 재회의 감격으로 채워진 두 번째 여행에서 기록한 장면들입니다. 낭만의 도시에서도 단연 아름다운 장면들이 가장 많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프라하, 카렐교(Karlův most) 프라하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성 비투스 대성당이 있는 프라하 성과 구시가 광장, 그리고 이 카렐교를 꼽습니다. 특히나 프라하 성과 블타바 강 그리고 카렐교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인 로마. 그 중에서도 로마를 찾은 관광객이 빠짐 없이 찾는 곳이 세 곳 있다죠. 콜로세움, 판테온 그리고 트레비 분수. 저 역시 1박 2일간 짧게 로마에 머물며 이 세곳을 잠깐씩 맛보고 왔습니다. 그 중 가장 처음 달려간 트레비 분수의 강렬함을 잊을 수 없어요. 분수의 규모와 조각상, 건축물 자체의 아름다움은 물론 발 디딜 틈 없이 분수 앞에 가득 들어찬 인파까지. 역시나 사랑받는 관광지는 규모나 아름다움 그리고 인기가 남다르다는 생각을 한 곳이었습니다. 특히나 한바탕 거센 비가 쏟아진 직후 화창하게 갠 날씨에 700년 역사의 분수는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아쉬움 가득했던 여행지 로마 로마는 떠올리면 늘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1박 2일간의 시간은 이 고도에 가득한 유적..
제게는 아마도 다시 찾을 날까지 아니 어쩌면 그 후에도 계속 오후의 도시로 기억될 바르셀로나. 그 오후를 대표하는 장면 그리고 장소는 손가락 다섯 개쯤 말 나오기가 무섭게 접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반짝이던 순간은 단연 항구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그 여행 중 가장 깨끗했던 하루 그리고 그 절정의 오후에 바르셀로나 포트 벨(Port Vell)에 있었던 것은 상투적인 말이지만 가장 큰 행운이었습니다. 마드리드가 스페인의 수도이자 내륙의 중심지라면 바르셀로나는 대표적인 해안 도시로 분류됩니다. 유럽 문외한이었던 저는 얼마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를 바르셀로나로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도시죠. 해안 도시로서 바르셀로나의 장점은 카탈루냐 광장부터 람블라스 거리로 이어지는 도심 지..
이 곳을 일부러 찾아간 것은 두 번째 여행 마지막 날 단 한 번이지만, 기억과 사진에는 프라하 성 못지 않은 컷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첫 번째 여행에선 아침마다 이 성문을 통해 구시가 광장과 바츨라프 광장으로 향했고 두번째 여행에선 설레는 첫날밤의 걸음을 멈추지 못해,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 여행 속 작은 여행이었던 체스키 크룸로프로 떠나고 또 돌아오며 여러 번 이 탑을 마주했습니다. 아름다운 빛깔의 중세 유럽 건물들 사이에 훌쩍 솟은 시커먼 탑을 모든 이들이 아름답다고 하진 않겠지만, 그에 얽힌 시간을 읽고 어렵게 탑 꼭대기에 오르면 알게 됩니다.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낭만적인 프라하 풍경이 있다는 것을. 프라하 화약탑(Prašná brána, Powder tower) 1475년에 건축된 ..
이탈리아, 로마 -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이고, 굳이 가 볼 필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정보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직접 가 보니 '과연'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시 전체가 유적처럼 고풍스러웠고, 몇 걸음마다 책에서 보고 듣던 장면들이 펼쳐졌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꼭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도시였습니다. 물론 그 이유 중 '먹거리'에 대한 매력이 무척이나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젤라또의 고향이니까요.그 중에서도 젤라또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로마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 수 있다지만, 한국에서 이런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니까요. 저는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지올리띠(Giolit..
오후 세 시, 바르셀로나 기억 속 바르셀로나의 장면들은 늘 같은 시간대입니다. 만물이 가장 선명한 빛을 내게 하는 화창한 햇살, 무더위가 조금 지나 숨통이 트인 오후. 사진첩에는 해질녘의 카탈루냐 광장과 짙은 남색의 밤거리 풍경도 있지만 제게는 그저 어두운 오후, 깜깜한 낮처럼 보입니다. 활력 넘치는 오후의 도시 바르셀로나의 모습 중에는 보케리아 시장의 풍경들도 있습니다. 풍부한 먹거리와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풍요로운 표정, 귀를 즐겁게하는 시장 특유의 소음까지. 언젠가부터 저는 도시마다 빠짐없이 전통 시장을 찾고 있습니다. 보케리아 시장(Mercado de La Boquería)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전통 시장입니다. 먹거리가 풍부한 스페인에서도 유독 눈과 코, 입이 즐거운 곳이라 바르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