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정말 많이 왔던 일요일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눈이 왔던 날이 언제였던가 떠올려 보게 됐던 날이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차를 마시며 창밖으로 구경하는 눈오는 날의 풍경은 오랫만에 소년이 되어 연탄재를 굴리던 옛 집 앞 골목을 떠올리는 아련함을 선물해 주었지만, 곧이어 집에 가는 길엔 십분만에 움직이는 초밥이 되는 역사를 행하기도 하셨죠 -_-;;; 그래도 모처럼 저를 소년으로 만들어 줬던 눈오는 날의 창 밖 풍경 몇장입니다. 유난히도 춥고 긴 이번 겨울, 잠깐 따뜻한 일요일 하루 휴가가 폭설로 얼렁뚱땅 지나가 버렸어요. 이제 다시 한파가 찾아온다고 하니,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
뭐가 그리 급했는지, 때이른 눈은 파도처럼 밀려와 아직 남은 가을 풍경들을 덮으려고 합니다. 쌓인 눈 아래엔 아직 가을이 남아있지만, 눈만 보고 우리는 ‘벌써 겨울’이라고 하죠. 어쩌면 우리는 겨울을 더 미워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나태했던 나 때문이 아니라 정말 그냥 가을이 짧은 거였다고 말하고 싶어서.
AF도 없는 200만화소의 다소 누추한 프라다폰의 카메라는 디테일도 뭉개지고 노이즈가 자글대지만 어딘지 모르게 35만원 주고 산 내 첫 디지털카메라의 사진이 생각난다 Misty Photo_ 언젠가 갑자기 눈이 펑펑 오던 날 Photographed by SJ with LG-SB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