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버거집 육십 곳을 가 봤습니다. 왜 하필 버거였냐 물으면 당연히 ‘좋아서’입니다. 삼 시 세끼, 석 달 내내 먹어도 물리지 않을 자신 있는 음식이니까. 이왕 먹는 거 제일 좋아하는 걸 제대로 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미네타 태번은 "뉴욕 버거 중에 어디가 제일 괜찮았어요?"라는 친구의 질문에 가장 먼저 생각난 곳입니다. 버거가 가장 맛있어서? 아닙니다. 말 해 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오래 된 뉴욕 선술집 분위기, 드라이 에이징 패티를 쓴 버거, 비싼 가격, 홀리데이 시즌 분위기 등.
https://maps.app.goo.gl/9xdEfhjYPAFNg25S9
미네타 태번 · 113 MacDougal St, New York, NY 10012 미국
★★★★★ · 프랑스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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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에 처음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주로 근처 상인과 한량들이 찾던 선술집(Tavern)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유명 작가와 시인, 스포츠 스타들의 단골집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얻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리모델링 후 프렌치 기반 레스토랑으로 운영 중이지만 옛 정취만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변으로 소호(SOHO)와 그리니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가 있어 식사 전후로 일정 짜기도 좋습니다.
이 집의 절반은 분위기.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 커튼을 젖히면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샛노란 조명 아래 낡은 나무 바. 벽면을 가득 채운 초상화들. 일렬로 늘어 선 사람들 뒤로 보이는 술병들. 1950년대 뉴욕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주문도 하기 전에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주더군요. 영문 모르는 제게 ‘해피 홀리데이.’라고. 연말 선물이랍니다.
미네타 버거와 블랙 라벨 버거. 둘의 차이는 패티에 사용 된 소고기입니다. 미네타 버거는 일반 소고기를 사용하지만 블랙 라벨 버거에는 프라임 등급의 소고기를 드라이 에이징(건조 숙성) 한 뒤 만든 패티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가격은 각각 31달러와 38달러. 양쪽 다 세금에 팁을 포함하면 5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여기까지 온 거 블랙라벨 시켰죠. 그리고 베이컨을 추가했습니다.
커다란 접시에 버거와 감자 튀김이 가득 찼습니다. 버거 자체는 크지 않은데 감자 양이 어마어마해요. 비싼 가격을 의식한 건지, 노포의 인심인지. 구성은 번과 패티, 구운 양파, 토마토, 상추 그리고 피클. 치즈를 제외하면 전형적인 클래식 햄버거입니다. 핵심은 첫째도 둘째도 드라이 에이징 패티입니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좋은 고기를 스테이크로 먹지 않고 다져서 패티를 만든 것이 아깝다고. 하지만 저처럼 스테이크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들에겐 이런 버거가 더 좋은 선택이 될 거예요.
버거의 핵심인 패티를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플레이팅부터 고기가 돋보이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미디움 굽기로 주문한 패티의 단면은 선홍빛이 많이 보입니다. 크기를 보아 대략 8-10 온즈로 보이는데 덕분에 고기, 빵만으로도 꽤 든든한 버거가 됩니다. 패티를 씹는 순간 진한 육향이 퍼집니다. 시즈닝도 강하게 하지 않았는데 고기가 좋아서인지 그 자체로 풍미가 강했어요. 그래서 치즈를 넣지 않은 걸까요. 패티가 이 정도 수준이 되니 버거가 완전히 다른 음식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버거는 고기를 주인공으로 나머지 재료를 곁들이는 음식이다, 라고.
베이컨도 그간 먹었던 베이컨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긴 베이컨 두 줄이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먹는 바싹 구운 베이컨이 아닙니다. 통통하고 육즙도 살아 있는 게 훈연 삼겹살 쪽에 가깝습니다. 이것만 한 조각 잘라 먹으니 식감 쫄깃하고 훈연 향도 제법 살아 있어서 맥주에 손이 절로 가더군요.
세금과 팁 포함 90불 가량을 지불했습니다. 뉴욕 물가를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구석구석 배어 있는 뉴욕의 낭만, 이전과는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줄 드라이 에이징 버거.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한 곳이기에 버거 투어의 첫 번째 집으로 늘 소개하고 추천합니다.
더욱 상세한 소개와 감상은 제 브런치 스토리에 적어 두었어요.
https://brunch.co.kr/@mistyfriday/218
02화 미네타 태번, 블랙 라벨 버거
뉴욕 선술집 감성과 드라이 에이징 패티. 더 말해 뭐 해. | 매일 버거만 먹어도 후회 안 할 거야. 이런 버거, 이런 식당이라면. 귀국이 며칠 남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알게 된 작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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