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말에 외출이라도 하면 저녁 아홉시 전에 저녁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꽤 중요한 미션이 됩니다. 이날은 상수에서부터 적당한 메뉴를 찾아 헤맸는데 평소 좋아하는 오레노 라멘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추천 받았던 최강금 돈까스도 대기 인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하던 중 발견한 곳이 헤키. 돈카츠집 중에 평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망원 시장 옆 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입니다. 반지하의 작은 공간에 있는데, 이미 꽤 알려진 곳인지 자리가 딱 하나 남아 있더라고요. 운이 좋았습니다. 메인 메뉴가 숙성육 돈카츠인데, 기존 돈카츠와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히레카츠 정식. 역시 첫 방문에는 시그니처 메뉴죠. 고급(?) 메뉴인 상로스 정식과 사이드 메뉴 멘치카츠는 아쉽게도 이날 품절이었습니다. 멘치카츠 참 좋아하는데 말이죠. 카츠와 밥 장국, 소스로 구성된 깔끔한 구성. 우선 그간 먹었던 돈카츠와 다른 고기 익힘 정도가 눈에 띕니다. 선홍빛이 돌 정도로 안쪽은 거의 익지 않았습니다.
고기 한 덩어리를 통으로 익히는 일반적인 돈카츠와 달리 이곳은 세 개의 고기 덩어리를 튀겨 반으로 짜른 형태입니다. 그래서 튀김옷이 있는 바삭한 부분을 좀 더 많이 느낄 수 있습니다. 숙성육의 식감이 일반적인 돈카츠보다 훨씬 부드럽기 때문에 튀김옷과의 대비를 강조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고기의 식감이 마치 얼마 전 여수에서 먹은 삼치 선어회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수육보다는 고기 안 수분이 적어 밀도감이 느껴지면서도 씹을 때 저항감이 없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느낌이더라고요. 그리고 튀김 상태가 좋아서 튀김과 살코기의 어울림이 좋았습니다.
이집이 맘에 들었던 것으로 다양한 소스를 꼽는데요, 히말라얀 솔트와 트러플 오일, 고추냉이, 돈카츠 소스까지 네 가지 소스와 곁들일 수 있습니다. 그 중 트러플 오일과의 조화가 탁월하더라고요. 숙성육의 담백함과 소금의 조화도 좋았고요. 고추냉이야 뭐 두 말 할 게 없죠.
급하게 찾은 곳이었는데 망원동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집이 됐습니다. 제가 그간 먹은 돈카츠 중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만족스러웠어요. 숙성육의 독보적인 식감과 곁들임의 조화가 맘에 듭니다. 멘치카츠 먹으러 담에 또 가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