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남산에 바람쐬러 갔더니
테디베어 전시회를 하고 있더군요
곰인형에 큰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테디베어를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벌써 코엑스에 이어 두 번째 테디베어 전시회 관람기입니다
가격은 8천원으로 조금 비싼편이지만, 남산 산책 후에 데이트 코스로는 아기자기 괜찮은 편입니다.. ^^
A관, B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아무래도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남산 N타워 특성에 맞게
'한국' 이라는 큰 주제 아래 한국의 시대, 장소를 배경으로 테디베어 전시를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가자마자 발견한 인형은 저고리를 입고 짚신을 신은 테디베어.
첫 번째 테마는 연회를 즐기고 있는 조선시대 궁의 모습이 배경입니다.
조선시대 의상과 악기들이 꽤나 정교하게 재연되어 있고,
음악에 맞춰(?)서는 아니지만 간결한 인형들의 움직임도 있어서 보기에 꽤나 귀엽습니다.
이쯤에서 아시겠지만, A관은 '조선시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의 과거를 테마로 하는 전시관입니다.
집현전(?)일까요?
테디베어들이 학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표정이야 다 똑같다지만 왠지 다들 꽤나 심각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콧수염까지 기른 테디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
다음은 여성분들이 가장 좋아하셨던 '전통혼례' 장면입니다.
잘 갖춰입은 테디가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고 있는 곳으로
정중하게 맞절을 하는 모습이 귀엽다고들 하시더군요 :)
이번엔 대장금?
테디들이 잔치(?)를 열고 있네요~
모형이지만, 음식을 만들기 위해 역할분담도 잘들 하고 있는 모습이고,
플라스틱 가짜 요리도 조명빨 받으니 은근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상을 세개나 들고 있는 저 도령(?) 테디는 힘자랑을 하려는지 연신 상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조선시대 풍경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장터 풍경' 이겠죠?
흰옷을 입은 평민 백의테디들이 저마다 물건들을 팔고, 구경하고 있고
테디보다 작은 소가 끄는 수레는 차라리 테디가 끄는 게 나아 보이네요 ^^;
도포 입은 선비 테디는 사지도 않을 거면서 구경만 하고 있구요 :)
다음은 왕들이 즐긴 조선시대의 폴로(?) 게임입니다.
이번에도 어째 말들이 조금 힘겨워 보이는 듯 ㅋ
평민들은 저렇게 아둥바둥 사는데, 이분들은 참 속편하게 지내시는 듯?
그래서 그런가 얼굴에 좀 욕심이 많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요
궁궐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오던 날,
저 때 저 사람들은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왕 체면도 잊고 해맑게 좋아하는 표정입니다
저 뒤에 포졸 테디들은 어째 좀 아부하는 포즈와 표정같지 않으세요?
가을은 예나 지금이나 풍요롭고, 분주한 계절이죠
테디 마을에도 가을을 맞아 배추뽑아 김치도 담그로, 박과 감도 따느라 모두들 분주한 모습이네요 :)
같은 표정이라도 이 테디들은 서로들이 화목해 보이고 웃음을 짓고 있는 듯 보입니다.
시간은 어느 덧 흘러 조선에도 근대화의 바람이 불어옵니다.
서양식 제복을 입은 고종황제 테디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는 모습이네요
황제의 표정이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 건 단순히 느낌이겠죠?
아프지만 부끄러워 숨길 필요는 없겠죠?
조선의 근대화와 같은 시기에 일어난 일본의 침략,
어리둥절해 하는 조선의 테디 백성들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입니다.
왜세에 의해 본격화 된 근대 한국의 풍경은 하나하나가 고풍스럽고 멋스럽지만
이렇게 인형으로 꾸민 사진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 왜색이 짙어 안타깝습니다.
짧은 시기에 사람들의 의복이 바뀌고, 생활상이 바뀐 근대 조선의 테디들은 이전에 봐오던 테디들과 너무 많이 다른 모습이네요.
조선시대의 모습을 재현한 A관의 테디베어 전시는 삼국시대나 고구려 시대의 멋진 모습들까지는 볼 수 없어 아쉬움이 생기지만,
보기만 해도 깜찍한 인형들로 한국의 역사를 보기쉽게 꾸며 놓아,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가족단위로 산책 온 어린이들이 부모님 손을 붙잡고 와서 보기에도 꽤나 괜찮은 교육적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B관에는 어떤 테디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