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발매된 애플 제품 중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품은 무선 이어폰 에어팟(AirPods)가 아닐까 싶습니다. 발표 당시 독창적인(?) 디자인과 비싼 가격으로 호평보다 혹평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정작 제품 출시 후에는 전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일어날만큼 큰 인기를 끌고, 애플 생태계 내에서의 압도적인 편의성과 뛰어난 배터리 관리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더니 요즘은 가격 빼고는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기존 유선 이어폰 이어팟(EarPods)에서 선만 제거한 듯한 디자인은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지만 제품 출시 일 년이 가까워오니 많은 사람들의 눈에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비슷한 컨셉의 코드리스 무선 이어폰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자리를 잡기도 했고요. 사용자들에겐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에어팟이지만 별도의 버튼 없이 탭 형태로 이뤄지는 컨트롤에 대한 불만은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실제 사용하고 있는 저도 더블 탭으로 통화 연결과 재생/정지밖에 제어할 수 없는 빈약한 인터페이스가 가장 큰 불만입니다. 애플은 에어팟을 시리(Siri) 활용에 최적화 된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쑥쓰러움 등의 이유로 시리를 사용하지 않는 제게는 별 매력적이지가 않아서요.
에어팟이 iOS 11에서 좀 더 편리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iOS 11의 주요 업데이트 내용 중 무선 이어폰 에어팟의 인터페이스 개선에 대한 내용을 보았습니다. 기존의 더블 탭 컨트롤은 동일하지만 기존의 재생/정지 동작 외에 트랙 탐색 동작을 추가하고 좌/우 유닛에 서로 다른 동작을 지정할 수 있게 해서 인터페이스의 개선을 꾀한 것입니다. 얼마 전 GM 버전 펌웨어를 통해 아이폰 7 플러스에 iOS 11를 적용한 터라 에어팟의 새로운 컨트롤을 직접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설정-블루투스 메뉴에서 현재 연결된 에어팟 옆의 i 표시를 터치하면 에어팟 설정 메뉴가 표시됩니다. 연결/해제 메뉴와 장치 이름 변경은 기존에 있었던 메뉴이고, 이번에 더블 탭 조작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좌/우 유닛에 서로 다른 동작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지정할 수 있는 동작은 총 4종으로 기존에 있었던 시리 호출과 재생/정지, 그리고 새롭게 다음 트랙, 이전 트랙 재생이 추가됐습니다. 시리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한 가지뿐이었던 더블 탭 동작이 셋으로 늘어난 셈입니다. 저는 좌측 유닛에 이전 트랙, 우측 유닛에 다음 트랙 재생을 지정했습니다. 재생/정지의 경우 에어팟을 귀에서 빼면 자동으로 정지되는 동작 인식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맥 OS 하이 시에라 (High Sierra)에도 동일하게 적용
애플 생태계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연한 연동과 편의성을 보인 에어팟 답게 차세대 데스크톱 OS인 하이 시에라(High Sierra)에서도 이 더블 탭 동작이 추가됐습니다. 역시 블루투스 메뉴에서 연결된 에어팟의 설정 메뉴를 통해 해당 동작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옵션 역시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네 가지입니다. 아이폰과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거나 데스크톱 작업 환경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아이폰과 동일한 좌/우 유닛 컨트롤을 적용했지만, 아이맥과 연결 중에는 귀에서 유닛을 빼고 재생이 정지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자동 연결과 기기간 전환 등 에어팟은 역시 아이클라우드 기반의 애플 생태계에서 그 편의성이 종종 유선 이어폰 이상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한 가지 매력을 더한 에어팟(AirPods)
애플은 에어팟의 컨트롤 방식을 개선한 것과 함께 새로운 애플의 무선 충전 생태계에 맞춰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케이스를 별매품으로 발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 에어팟 구매자에게는 내심 속쓰린 뉴스일 수도 있겠으나 본격적으로 무선 충전 환경을 갖춰 나가는 애플의 행보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은 반갑습니다. 무엇보다 독자 규격이 아닌 Qi 공통 규격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무선 충전이 빠르게 자리잡을 것 같습니다.
처음 아이폰에 3.5mm 이어폰 단자를 삭제하고 뒤이어 159달러의 에어팟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애플의 상술에 혀를 내둘렀습니다만 어느새 이 무선 환경에 적응하고 만족도 역시 무척 높은 것을 보니 재미있습니다. 아직은 볼륨 조절 등 좀 더 많은 동작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 아쉬운데 앞으로 꾸준히 업데이트가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이야기하는 사람, 김성주.
바닥난 통장 잔고보다 고갈되고 있는 호기심이 더 걱정인 어른.
글을 쓰고 사진을 찍습니다. 종종 여행을 합니다.
도서 '인생이 쓸 때, 모스크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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