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사실 이거 하나 있다고 사람이 근사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훨씬 저렴하고 좋은 선택지도 많습니다.
이것의 몇몇 기능이 '꼭 필요한' 분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에게 이것은 액세서리, 어쩌면 '사치품'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필요한 것만 사, 갖고 싶은 것도 사는거지'
스마트워치는 제게 이런 존재입니다. 우스꽝스러운 초창기 제품을 시작으로 벌써 너댓개의 제품을 갈아 치우면서도 아직 뚜렷한 존재 가치를 잘 모르지만, 어느새 이것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제 다섯 혹은 여섯번째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 에디션 에르메스(Apple Watch Edition Hermès)에 잠시 정차하게 됐습니다.
- 못나도 꿋꿋이 써봤습니다, 이 정도면 나름 스마트워치 마니아입니다 -
두 아이콘의 만남, 애플워치 에르메스 (Apple Watch Series 2 Edition Hermès) 개봉기
얼마전 그녀는 보란듯이 애플워치 시리즈 2 에디션 에르메스를 들고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지난 해 애플워치 스포츠 제품을 약 3개월간 사용한 후 '이건 애플에서 만든 제품 중 최악이야'라고 투덜대며 방출했지만 이건 조금 달리 보이더군요. 광택 하나로 제품을 완전히 다르게 보이게 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과 브라운 색상의 가죽 밴드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물론 명품 브랜드의 '이름값'도 큰 몫을 했습니다.
지난 해, 그러니까 2015년 제가 사용해 본 가젯 중 최악을 꼽으라면 고민없이 '애플 워치'를 꼽을 정도로 이 제품은 제게 아무 쓸모가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사각형 시계에 대한 이질감을 망측한 워치 페이스가 부추겼고, 손목 위에 올려 놓은 알루미늄 덩어리가 제 옷차림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시계 외에는 할 수 없는 것이 없던 스마트 워치는 그 시계로서의 역할로도 제겐 낙제점이었습니다. 결국 X값이 되기 전에 방출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 다신 애플워치를 사는 일은 없을거야'
이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이 후 한동안 다시 아날로그 시계를 착용했지만, 어쩌다 마주친(?) 반 값 할인 기회로 다시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삼성의 기어 S2 클래식이었는데, 그럭저럭 아날로그 시계를 흉내낸 원형 디자인에 워치 페이스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마켓을 통해 구입/배포하거나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그 부작용으로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는 명품 브랜드의 페이스가 마구 유통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 시도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무엇보다 구매한 제품의 기능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공하려는 노력 그리고 시계 본연으로서의 사용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애플워치는 케이스가 사각형이지만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사각형 워치페이스가 없습니다.
- 기어 S2는 워치 페이스 바꾸는 맛이라도 있었죠, 더불어 티머니 교통카드 기능은 최고였습니다 -
갤럭시 노트 7이 폭발 이슈만 없었다면 아마 아이폰7 플러스를 구매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최신 갤럭시 노트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거기엔 잘 만든 스마트워치 기어 S2 클래식도 큰 몫을 했습니다. 익숙한 원형 디자인의 시계는 애플 워치보다 확실히 이질감이 덜했고, 밴드 선택의 폭도 넓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갤럭시 노트7이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다시 애플 워치로
갤럭시 노트7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난 탓에 일년여만에 다시 아이폰, iOS 환경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구매를 마음먹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이 스마트폰과 함께 쓸 스마트워치를 플랫폼에 맞게 교체하는 것이었습니다. 갤럭시 노트5 그리고 갤럭시 노트7과 함께 사용하던 삼성 기어 S2 클래식을 판매하고 애플 워치를 구매했습니다. 첫번째 애플 워치가 출시된 직후 스포츠 모델을 약 3개월한 사용한 결과 이번엔 꼭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 그리고 42mm 사이즈를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1세대와 시리즈2 사이에서 가격이 저렴해진 1세대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마침 시리즈 2 출시를 앞두고 기존 1세대 모델을 절반 가까이 할인 판매한 덕에 고민을 덜었습니다.
- 애플워치 스테인리스 스틸 42mm + 클래식 버클 새들 브라운 -
애플워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새들 브라운 컬러의 클래식 버클. 개인적으로 가장, 그리고 유일하게 좋아하는 조합이었습니다. '전자시계'인 애플 워치에서 그나마 기존 아날로그 시계의 감성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두 조합의 만족감은 대단히 컸습니다. 가죽 스트랩은 무척 부드러웠고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역시 애플 워치 스포츠 모델에서 느꼈던 불만을 해소해줬습니다. 42mm 크기는 38mm와 장단점이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 어렵습니다. 아, 미세하지만 더 오래가는 배터리는 확실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단 하나, '얼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애플워치의 가장 큰 단점은 사각형 디자인이나 비싼 가격, 느린 성능, 액세서리 종류도 아닌, 못생긴 그리고 제한적인 워치페이스입니다. 그럴듯한 쿼츠 시계는 물론 저렴한 오토매틱 워치의 가격을 웃도는 '시계', 그것도 '스마트' 시계임에도 시계 화면을 설정하는 것이 굉장히 제한적인데다 다른 애플 제품들의 모습에서 상상할 수 없을만큼 못났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 어쩜 이 중에 맘에 드는 것 하나가 없니 -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 사각 페이스. 마침 그녀가 옆에서 잔뜩 바람을 들여 놓았기 때문에 선택이 더 쉬웠을 것입니다.
머리 속에서는 그 동안의 스마트 워치들에 대한 평가와 현재 이 제품의 의미, 그리고 향후 잔존 가치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쉴 새 없이 충돌했지만, 그 기간이 한달쯤 이어지니 언제나처럼 '일단 써보고 결정하자'는 결론이 나더군요. 그리고 그때쯤 좋은 가격의 물품을 찾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애플워치 시리즈2에서 추가된 방수와 듀얼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 등이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진 1세대 제품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현재 애플워치 구매를 고려하시는 분들에게도 1세대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애플워치는 애플의 여러 제품 중 감가상각이 가장 큰 제품에 속합니다. 백만원 가까웠던 애플워치 스테인리스 스틸에 가죽 혹은 스틸 밴드 모델을 반값 혹은 그 이하에 구매할 수 있으니까요. 외형 역시 거의 같고 밴드 등의 액세서리는 모두 호환됩니다.
그렇게 선택한 애플워치 에디션 에르메스. 화면뿐 아니라 패키지 역시 일반 애플워치와 다릅니다.
페어링 화면 역시 주황색 컬러를 더해 일반 모델과 차별화를 뒀습니다. 사실 워치 페이스 외에는 큰 차이가 없으니 이런 것으로라도 위로를 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애플워치 에디션 에르메스 + 밀레니즈 루프 -
고유의 가죽 밴드도 좋지만 기본 에르메스 가죽 밴드는 수분과 오염에 취약하고 태닝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스틸 밴드 조합으로 편하게 착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밀레니즈 루프와의 조합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사실 일반 모델에도 밀레니즈 루프 밴드를 사용했는데, 확실히 사각형 워치 페이스가 제품 디자인 자체를 좋아 보이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르메스 가죽 밴드보다 이 사각 페이스가 더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렇게 세번째 애플 워치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애플워치 스포츠 38mm 스페이스 그레이 -> 스테인리스 스틸 42mm -> 에디션 에르메스까지. 사실 셋 다 같은 1세대 제품이지만 만족감은 바뀔 때마다 매우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에르메스 버전은 이 사각 페이스 하나만으로도 시계로서의 생명력이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게 뭐라고...! -
어차피 애플 워치로는 시간 확인과 전화/메시지 알람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니까요.
역시나 스마트워치는 '사치품'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비록 2세대 최신 제품은 아니지만 앞으로 사용하며 애플워치 그리고 스마트워치의 가능성과 가치에 대해 천천히 평가해보려 합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새로운 애플 워치가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