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엔 익숙하지만 읽기엔 식상한 이야기. 요즘 제 여행 이야기는 '프롤로그'만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습니다. 아직까지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와 가슴 속에 있는 감정들이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여행으로 덮여 가려질까봐서요. 제 짧은 인생에 전례 없이 바쁜 여행이 계속되고 있는 2016년, 2월 프라하, 타이페이 여행에 이어 3월의 시작과 함께 호주 멜버른 여행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짐을 풀 새도 없이 곧 다시 졸라매 들쳐 매고 떠나는 기분입니다. 옷가지며 수첩, 사진기 같은 보이는 짐 보다는 지난 여행의 이야기를 갈무리할 시간이 촉박한 것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쉴 틈 없는 세 번의 여행, 앞선 두 여행 -프라하와 타이페이-이 제가 만든 여행이었다면 이번 멜버른 여행은 고마운 사람들이 제게 선물하는 특별한 여행입니다. 그래서 아직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없고 환전도 하지 못했지만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함께 떠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이번 여행은 그 분들과 모두 함께 떠나기 때문에 다른 의미로 기대되는 여행입니다. 수십인분 어치의 시간, 그만큼 수십 배 진한 추억 등.
언제나 그렇듯 여행 전날 하게되는 생각, 유난히 속 편한 이번 여행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루만 더 준비할 시간이 있으면 좋을텐데'
어느덧 여행짐 챙기는 것이 익숙한 '유사 여행자' 쯤 되었는지 이번에는 며칠 전에 짐을 대략 다 챙겨 뒀습니다. 덕분에 오늘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준비물인 카메라를 가장 먼저 챙기고 그 후에는 머무는 날짜와 온도에 맞춘 옷가지, 제 부족한 기억력 대신 여행 이야기를 기억해 줄 수첩과 펜, 홍콩을 경유해 멜버른으로 가는 긴 시간을 함께할 읽을거리 등을 여행 가방과 배낭에 나눠 채웁니다. 행운스럽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파랑색에 적당한 크기의 여행가방이 새로 생겨 짐 챙기는 데 드는 수고가 많이 줄었습니다. 제게는 생소한 브랜드 '멘도자'의 23인치 여행가방에 대한 후기는 아마 여행에 다녀와서 나눌 수 있겠죠.
지난해 구매한 전자책 크레마 카르타는 전보다 손이 잘 가지 않게 됐지만 그래도 여행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는 필수품이 됐습니다. 홍콩부터 시작해 프라하, 타이페이까지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 등을 전자책으로 구매한 가이드북을 통해 얻고 있거든요. 매번 준비 없이 떠나는 제 부족한 여행을 많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여행이 계속될 수록 점점 커지는 비행의 지루함을 채울 책들도 가볍게 챙길 수 있으니까요.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경유 비행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긴 시간에 어떤 책을 구매해갈지 고르는 중입니다.
작지만 큰 변화라고 한다면 여행때만 챙기던 구닥다리 소니 GPS와 드디어 이별하게 된 것입니다. (관련 포스팅 : http://mistyfriday.tistory.com/2566)
아마도 제가 가진 전자제품 중 가장 오래됐을 -2010년에 구매 했으니 벌써 7년차입니다- 이 녀석은 육중한 크기를 감안하면 보잘것 없는 GPS 로거일 뿐이지만 지오태깅을 통해 여행 사진을 정리한 후 느끼는 보람 때문에 그동안 모든 여행에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세월은 세월인지라 지난 타이페이 여행에서 스마트폰에 지오태깅 어플인 Geotag Photos를 꽤 높은 가격에 구매했고 몇몇 오류와 배터리 소모에 불만은 있지만 쓸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은 소니 GPS 로거인 CS-1 없는 첫 여행이 되겠습니다.
-지오태깅 화면과 여행기록 확인 화면-
-라이트룸으로 정리한 지오태깅 데이터-
저처럼 지오태깅의 매력을 여행에 접목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이번 여행을 마친 후 제가 구매한 이 어플에 대한 평가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이페이에 있는 저를 1분만에 싱가포르로 순간이동시키는 해프닝이 있을 정도로 완성도는 조금 부족하지만 기본적인 로깅 기능과 기록 관리에 충실한 어플입니다.
친구를 통해 '매우 덥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호주 날씨는 1월의 모스크바보다 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큰 땅 호주의 남쪽에 위치한 멜버른은 대표적인 호주 여행지인 시드니보다 상대적으로 선선 하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오늘 확인한 멜버른의 날씨는 제 걱정보다 오히려 더 높습니다. 한국의 초여름 정도의 낮기온에 첫날인 화요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무려 40도에 육박하더군요. 추운 건 견뎌도 더운 건 못 이겨내는 제게는 어쩌면 이번 여행 가장 큰 어려움이 날씨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정말?-
멜버른은 뭐가 좋아? 라고 몇 지인들에게 물어봤지만 사실 아직 이렇다할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천혜의 자연 경관과 풍부한 식자재로 만들어진 맛있는 음식들 정도가 기억에 남습니다. 당장 내일 떠나는데도 불구하고 부끄럽게도 처음 밟는 호주, 멜버른에 대한 정보가 전무합니다. 비교적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에 멜버른에서 프라하처럼 수백년된 건축물이나 역사의 흔적을 보며 감탄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며 더운 날씨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걷는 여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여행하는 동안 멜버른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푸드 & 와인 축제가 열리고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호주의 광활한 자연을 감상하거나 커피로 유명한 몇몇 카페를 탐방하는 이색적인, 제게는 처음 하는 경험들을 기대하게 됩니다. 나머지 시간들은 제가 그 곳에서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들이 되겠죠.
가장 기대되는 것은 역시나 그동안 방문했던 아시아, 유럽, 러시아와 다른 오세아니아 대륙만의 이색적인 거리 풍경과 문화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여행했던 곳들과 늘 같거나 혹은 다른 것들을 찾으며 여행을 즐기고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이번 여행은 또 완전히 새로운 대륙에서의 시간이다보니 출발이 가까워질수록 그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사실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이 녀석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간단히 소개한 '첫번째 준비물' 올림푸스 카메라는 기대와 걱정이 시간마다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미 E-M5 Mark II를 통해 그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음에도 아무래도 '작은 카메라'에는 걱정어린 시선이 앞서게 됩니다. 게다가 카메라 두세개를 가지고 떠난 그동안의 여행과 달리 이번에는 오직 이녀석 하나만 믿고 가니까요. 하지만 그만큼 제 어깨도 걸음도 가벼워질 것은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여행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 색다른 기대감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역시나 이번 여행도 벼락치기입니다-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은 밤, 매 여행마다 저를 괴롭히는 '여권 챙기지 않는 꿈'을 떠올리며 한번 더 가방 속 여권을 확인하고, 카메라 못지 않게 중요한 충전기와 배터리, 메모리 카드를 다시 한 번 손으로 만져본 후 마지막으로 여행가방 자물쇠를 채웁니다. 이렇게 또다시 '떠날 준비'가 끝났습니다. 올해 벌써 세번째 떠날 준비입니다.
2016년 2월과 함께 시작된 세 번의 여행 중 마지막, 때문에 관심도 기대도 가장 조금 받은 미안한 출발이지만 그만큼 이 마지막 여행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많이 이야기하고 웃게 될 시간들이 기대됩니다.
다녀오면 분명 즐거웠다고 할 것입니다. 적지 않은 이야기들과 작지 않은 의미가 남을 것입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이제 막 봄이 내려앉는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도 건강하세요!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첫 여행기 전체보기]
#1 호주 멜버른 여행의 첫번째 준비물 소개, 올림푸스 OM-D E-M10 Mark II
#2 떠나기 전 밤에 적는 이야기, 멜버른 여행 D-Day
#3 감각적인 도시 멜버른, 여행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4.1 떠날 준비 첫번째, 멘도자 STAR-LITE 23" 캐리어 가방
#4.2 떠나기 직전, 롯데면세점 선불카드로 구매한 선물
#4.3 멜버른 여행을 위해 준비해 본 포켓 와이파이 (와이드 모바일)
#5 올림푸스 E-M10 Mark II로 담은 멜버른, 그 시선의 평가
#6 첫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기까지 (호주 여행 간단 정보)
#7 첫 멜버른 여행의 추억을 담은 3분 30초 동영상
#8 멜버른 여행의 시작과 끝, 페더레이션 광장 (Federation Sqaure)
#9 멜버른의 커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디그레이브 스트리트(Degraves Street)
#10 멜버른의 대표적인 축제,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 (Food & Wine Festival)
#11 먹고만 오기에도 짧은 멜버른 여행 (먹거리 소개)
#12 누군가에겐 인생의 버킷 리스트,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12.2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리고 로치아드 협곡 (Loch Ard Gorge)
#13 그레이트 오션로드 12사도상 (12 Apostles), 하늘 위에서 본 호주의 대자연
#14 올림푸스 터프 카메라 TG-870으로 담은 호주 패들보드 체험
#15 지구 남반구 최고의 전망대, 멜버른 유레카 스카이덱 88 (Eureka Skydeck 88)
#16 '미사거리'로 유명한 멜버른 예술거리 호시어 레인(Hosier Lane)
#18 금빛 시대로의 시간 여행, 소버린 힐 (Sovereign Hi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