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내게 그는 그저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혹한의 계절, 붉은 밤의 도시로 떠났습니다. 2년이 지나 다시 1월 5일. 다분히 개인적인, 그래서 이름조차 붙이기 어려운 기념일에 제 앞에 놓인 것은 그 10박 12일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입니다. 이것 역시 분명 기적의 한 종류겠죠? 오늘 하루는 이 책을 천천히 다시 곱씹으며 읽어 보려 합니다. 거짓말처럼 이제 희미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2년 전 뜨거웠던 그에게 한바탕 무용담 듣는 기분으로 말이죠. - 모스크바에서의 첫번째 사진 - 여행은 끝나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시간이, 그만큼의 여행이 있었지만 겨울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이 도시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아마 제 인생 가장 용감했던 그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놀랍도록 빠르게, 다시 그 날다녀온 지 벌써 일년이 됐습니다. - 일년 전, 모스크바 골든링 호텔에서 - 2016년 새해의 첫 월요일. 날짜는 1월 4일로 다르지만 일년 365걸음을 걸어 다시 같은 날에 왔습니다. 그 사이 바뀐 것은 2015라는 숫자가 2016으로 고작 1 늘어난 것뿐입니다. 날씨도 그때와 비슷하고 무심코 보았던 거울 속 제 모습도 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보기에 따라 1이라는 숫자보다는 분명 많이 변했겠지만 말입니다. 정확히 일년이 됐습니다. 지난 2015년 1월 첫 월요일에 저는 무작정 미지의 땅 모스크바로 떠났고 열이틀간 한바탕 구르고 떨고 웃으며 즐기다 알고 얻어 왔습니다.유난히 요즘 그 때 생각이 나는 것, 그 여행 속 제가 부러웠던 것은 크게 한바퀴 돌아 다시..
이것은 아주 오래 지난 기록들이고그리고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며여전히 아주 의미있는 정서들이다. 돌아오는 길, 몰려드는 아쉬움 속 유일하게 남은 즐거움이라면 그동안의 기록들을 보며 여행을 되새기는 것에 대한 기대이다.한바탕 여행 후에 남은 사진은 기념품과도 같아 휴대폰에 저장해두고 매일같이 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선택을 받지 못하는 사진이 적게는 수십배, 많게는 수백,수천배. 내게도 그런 장면들이 수만장 있다.그렇다고 그 사진들에 내 이야기가 없을리가 없다. 담아내는 내 능력이 부족해 볼수록 부끄러워 덮어둔 것일 뿐. 제법 시간이 지난 후에 우연 혹은 의도적 이더라도 그 사진을 다시 꺼내보면 마치 누군가의 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설렌다.내게 다시 듣는 무용담들이 종종 그 여행을 완전히 ..
미친 여행 Epilogue, 미친 여행의 마무리 - 이래서 모스크바여야만 했다 [Last & Best]
2015. 3. 27.
2015년 1월, 게다가 첫 번째 월요일인 5일. 이 여행은 저의 2015년과 함께 시작되었죠.게다가 아무런 준비 없이 영하 30도의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난, 그래서 '미친 여행'으로 이름 붙인 여행입니다. 여행은 아주 오래 전에 끝이 났고, 저는 무사히 살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동안 적은 모스크바에 대한 정보 중 몇 가지는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적지 않은 것들이 변했습니다. 가장 큰 건 역시 모스크바에도, 그리고 서울에도 봄이 왔다는 것이겠죠? 이제 제가 걷던 날처럼 춥지 않고, 눈도 쌓이지 않았을 뿐더러, 오후 네시에 해가 지지도 않습니다. 그 곳에서의 기억도 제가 쓴 글을 다시 봐야 알 정도로 흐릿해졌고요.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 기간보다 긴 시간동안 이번 10박 12일의 여행..
여행도 꿈도, 이제 마무리 할 시간 미친 여행 in 모스크바, 그 마지막 날 마지막 밤엔 유난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피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다섯시쯤에야 잠들어 일어난 시각이 아침 아홉시, 이제 막 모스크바의 늦은 해가 떠오른 시각이었습니다. 이제 이 짧고 늦은 해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맞은 이 날은 제 모스크바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휴대폰 달력과 다이어리, TV 속 날짜까지 전부 확인해 봐도 확실히 그 날이 맞습니다. '벌써 12일이 됐어', 혼자뿐인 숙소에서 혼자 중얼거린 이 말은 아마 누구에게라도 하소연하고 싶어서였나 봅니다.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여행 마지막 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 시작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날 아침은 예보에도 없던 맑은 하늘이 활짝 반겨준, 운 좋은 날..
미친여행 in 모스크바 - 33. 러시아 전통 인형 마뜨료시카를 살 수 있는 곳, 모스크바 전통 시장 이즈마일롭스키 (Измайловский)
2015. 3. 18.
미친 여행의 마지막 스케쥴 이즈마일롭스키 전통 시장 정들 때쯤 떠나야 할 때가 온다던가요, 열이틀의 여행도 이제 마지막 하루가 남았습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모스크바에서 열흘 넘게 뭐하지, 너무 길게 잡았나'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와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갔고, 아쉽습니다. 마치 이제 막 시차 적응 끝나니 다시 돌아가야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마지막 하루를 남기고 무엇을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이 남아 있었고, 서울로 돌아가기 전에 내사랑 성 바실리 성당도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고, 아직 못한 쇼핑 생각도 났고요. 하지만 여행 마지막 날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울에서 기다릴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의 선물 하나 변변하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았던 터라 이번 ..
미친여행 in 모스크바 - 32.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
2015. 3. 17.
러시아 심장부에 우뚝 솟은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 짧지만 강렬한 모스크바의 핫플레이스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곳에 대한 내용은 여행기에 넣은 계획이 없었습니다만, 모스크바 그리고 러시아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행자들이 모스크바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주요 관광지 중 손꼽힐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비교적 쉽게 방문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저는 사실 이 곳에 방문할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인연이 있었던지 아르바트 골목길을 따라 정처 없이 걷던 길 끝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 구주 그리스도 대성당(Cathedral of Christ the Saviour)을 만났습니다. 정말 우연히 시작된 이 날의 여행이었죠. 이 날도 ..
미친여행 in 모스크바 - 31. 미친 여행자가 모스크바에서 사는 법, 모스크바 물가 이야기와 생존 팁 [모스크바 사용법]
2015. 3. 16.
모스크바 탐험자의 본격 러시아 생존법, 물가 이야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여행의 윤택함은 결국 ‘돈’과 직결됩니다. 비싼 음식을 먹고 택시를 타는 '부유한 여행'이 빵 하나로 식사를 해결하는 가난한 배낭 여행보다 반드시 즐겁지는 않고, 오히려 후자가 훗날 더 행복한 여행의 추억으로 남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금전적인 면을 당연히 외면할 수 없습니다. -비행기부터 숙소, 가서 먹는 밥에 지하철 요금, 돌아오는 가족들과 친구들 선물까지 모두 돈,돈,돈이 들어가니까요- 때문에 여행갈 도시의 ‘물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어떤 여행에서든 가장 중요한 준비 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는 저도 사실 여행 준비하면서 모스크바의 물가나 속칭 ‘싸게 여행하는 법’..
미친여행 in 모스크바 - 30. 문화와 여가가 공존하는 러시아 종합 전시 센터 VDNKh (ВДНХ)
2015. 3. 15.
문화와 여가가 있는 모스크바 대형 복합 문화공간 VDNKh (ВДНХ) 우연히 만난 현지인에게서 추천 받은 장소가 바로 이 러시아 종합 전시 센터 VDNKh (ВДНХ)입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주요 관광지를 어느 정도 돌아보고 난 후에는 늘 '현재 러시아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는데요, 그래서 방문한 곳이 쇼핑 타운이나 공원, 식당 등이었지만 제 욕구를 채워 주기엔 부족했습니다. -모스크비치가 되고 싶었던 까레이스키의 간절한 외침- 그러던 중 얻게 된 이 ВДНХ에 대한 정보는 단비처럼 소중했습니다. 그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근대 러시아가 가장 융성했던 소비에트 연합 시절의 다양한 유산들을 모아 놓은 곳으로 현재는 독립 국가가 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의 지역을 상징하는 개성 ..
미친여행 in 모스크바 - 29. 모스크바 최고의 대학교 엠게우(МГУ) 캠퍼스를 함께 거닐어 볼까? (Moscow State University)
2015. 3. 14.
러시아 최고의 대학교,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엠게우(МГУ)애 가다 대학교가 모스크바의 주요 관광지라니 의외죠? 모스크바 남쪽에 위치한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Московский Государственный Университет, МГУ, 엠게우)가 바로 그 학교입니다. 러시아 최고의 대학교로서의 의미는 물론 러시아 혁명 이후 경쟁 국가에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세워진 스탈린 고딕 양식의 대표 건물 중의 하나로도 그 가치가 대단한 곳입니다. -'스탈린 시스터즈'라고 불리는 7개의 건물 중 하나라고 하죠- 외국 관광객이 서울대를 관광한다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이 엠게우에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아마도 이 곳 관광객이 많아질수록 이 곳 학생들과 모스크바 시민들은 자랑스러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
미친여행 in 모스크바 - 28. 사진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스크바 사람들, 모스크비치 이야기
2015. 3. 13.
모든 것이 예술인 러시아그리고 예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모스크바 여행 전의 저처럼 러시아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분들도 러시아의 유명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몇 가지 쯤은 알고 계실겁니다.예를 들어 러시아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유명한 시,표트르 일리치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칸딘스키,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인 볼쇼이 발레단까지. 차이코프스키 - 호두까기 인형 볼쇼이 발레단 - 백조의 호수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러시아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알고 있고, 그의 대부분은 '예술'과 '예술가'입니다. 예술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위용을 떨쳤던 러시아,..
미친여행 in 모스크바 - 27. 예술 도시 모스크바, '예술가의 집(Central House of Artists)'에서 칸딘스키와 샤갈을 만나다
2015. 3. 12.
예술도시 모스크바에 왔다면 칸딘스키 정도는 만나고 가야지? 여행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출발 전 귀동냥으로 들었던 유명한 모스크바의 관광지들을 한 번씩 가보았다고 생각될 때쯤,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으니 그것은 아마도 예술의 나라 러시아의 수도에 와서 여지껏 제대로 된 전시 미술 전시를 하나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칸딘스키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러시아와 러시아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떠오르며 이 여행이 끝나기 전에 제대로 된 미술 전시, '러시아의 보물'을 만나고 왔습니다. 바로 러시아 강 건너 남쪽, 고리키 공원 건너편에 있는 Central House of Artists, 그리고 트레티야코브 미술관(Третьяковская Галерея)이었습니다. 내가 한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