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 숙소에 대한 후기입니다.
이번 홍콩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숙소에 묵었고 -길에서 잘 수는 없으니까- 밤낮으로 온화한 날씨 때분에 다른 여행보다 숙소가 간절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피곤한 하루 끝에 편안한 안식처가 됐습니다. 아쉽게도 2박 3일의 짧은 여행 기간이라 단 이틀밤 '스치듯' 머무른 곳이지만 좋은 인상을 받아 이렇게 소개합니다.
홍콩 남쪽, 오션파크와 가까운 L'Hotel Island South 입니다. 이름이 어려워서 돌아오는 날까지 외우지 못했어요. -IslandSouth, SouthIsland-
홍콩에 도착한 날은 제법 많은 비가 왔습니다. 때문에 아쉽게도 홍콩의 낭만을 느낄 시간 없이 바로 호텔로 향했습니다. 창에 바짝 붙어 빗물에 번져 보이는 홍콩의 거리 풍경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죠. '호텔이 후지기만(?) 해봐라' 하면서.
- L'Hotel Island South 주차장 입구 -
http://www.lhotelgroup.com/en/hotel/lhotel-island-south/Home
홈페이지 URL에서도 알 수 있듯 L'Hotel Island South는 L'Hotel 그룹에 속한 호텔입니다. 홍콩 전역에 걸쳐 콘셉트와 시설, 가격대별로 다양한 호텔을 둔 그룹으로 제가 머문 L'Hotel South Island는 도심과 다소 떨어진 비교적 여유로운 주변 환경과 현대식 인테리어가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홍콩 겨울 여행을 즐긴 오션 파크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도 있었고요.
- L'Hotel 그룹은 센트럴과 코즈웨이 베이, 몽콕 등 홍콩 내 주요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
L'Hotel South Island의 로비입니다. 1층이나 L층이 아닌 P1-5층으로 된 체계가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엘리베이터 내의 층 설명을 잘 보시면 어렵지 않게 가실 수 있습니다. 출입문과 로비가 다른 층으로 분리된 형태라 로비 분위기가 조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로비 곳곳에서 보이는 조명과 피아노, 조각물 등이 현대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고 한켠에 보이는 조명 트리는 연말을 맞아 익살스런 주전자 장식이 더해졌습니다. 꼭 펭귄을 연상시키는 모양새인데 꽤 재미있죠?
투명 유리로 구분된 로비 반대편에는 간단한 차를 마시며 앉아 쉬거나 일행과의 모임 장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아침마다 저도 말리지 못한 머리를 털며 이 곳에서 차를 마셨죠, 저녁에도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체크인을 하고 제가 배정받은 방은 3702호. 이 호텔의 가장 높은 층입니다.
사람은 하나지만 침대는 두개 입니다. 트윈 룸은 생각보다 공간이 컸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의 비즈니스 호텔에서 주로 묵을 때는 캐리어 펼칠 공간도 부족해 불편함이 조금 있었는데 좌측 침대 옆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공간에서도 충분히 여행짐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방이 넓었습니다. 호텔 외형과 로비 분위기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호텔의 인테리어는 중화권 특유의 분위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철저한 현대식입니다. 톤다운된 벽지와 가구, 청결해보이는 하얀 침구의 색 대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창가에 있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전체적으로 모던한 느낌의 실내 인테리어와 다소 동떨어지는 여름철 경포대 리조트 감성(?)이었달까요. 물론 저 의자는 매우 편했습니다만 저는 그냥 창가에 앉아 아침을 보냈습니다. 차라리 없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 '포인트'였어요.
침대 맞은편에는 TV와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탁자가 있습니다. 인터넷과 전원도 대부분 이쪽에 있습니다. 이 L'Hotel South Island의 이야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전원에 인색한 편이라 밤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 노트북을 번갈아가며 충전하느라 조금 번거로웠습니다. -가뜩이나 플러그도 괴상하던데..-
테이블 위에는 홍콩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 책자와 상큼해 보이는 푸른 사과가 놓여 있습니다. 새파란 사과 모양이 너무 예뻐서 어쩐지 먹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조식때는 그림처럼 새빨간 사과가 나오질 않나, 이제 홍콩하면 떠오르는 색 중 하나가 이 강렬한 사과의 색입니다.
그림같은(?) 마운틴 뷰
섬으로 이뤄진 홍콩, 그 중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한 호텔. 게다가 저는 가장 꼭대기 층인 37층에 있으니 당연히 저 멀리 한조각이라도 바다가 보일까 싶어 배낭을 내려놓자마자 커튼을 열어 젖혔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것은 마치 벽지처럼 빽빽히 그린 나무들. 완벽한 마운틴 뷰를 자랑한 이 호텔은 창 밖을 보는 즐거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해가 막 뜨는 새벽녂이면 산 꼭대기 위 부잣집 -아마도 그럴듯한- 한덩이에 빨갛게 들어오는 불빛이 그림같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을 감상했던 기억입니다.
머리맡 작은 탁자에는 메모지와 펜, 전화기와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도킹 오디오가 있습니다. 아이폰을 사용하지 않는 제게 저 오디오는 잠을 방해하는 조명만 깜빡이는 쓸모없는 물건이 될 뻔했지만 깜빡한 카메라 충전기 케이블을 대신해 준 무척 고마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아, 홍콩의 이 낯선 전기 규격 때문에 시간이 없어 변환기를 구매하지 못한 저는 첫날 꽤 많은 걱정을 했는데요, 다행히 변환 플러그 하나를 객실마다 기본으로 제공하더군요. 덕분에 추가비용 지출 없이 잘 사용했습니다.
아, 한가지 유의할 점으로 객실 내 '온도' 관리를 들 수 있는데요, 워낙에 더운 나라라 그런지 객실 내에 별도의 히터 시설 없이 에어컨만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이 있는 한국에서 살다 온, 그리고 이런 시스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스크바에 다녀온 저로서는 이 부분이 무척 재미있었는데요. 12월에도 한국의 봄날씨같은 기온을 생각하니 뭐 딱히 필요가 없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추위를 많이 타시는 분은 라디에이터를 대여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바라보는 저를 기준으로 오른쪽 침대 옆으로 욕실이 보입니다. 블라인드 형태로 무려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커다란 거울 주위로 환한 불빛, 블라인드로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욕조, 깔끔한 흰색 타일 등 욕실 역시 객실 전체 분위기에 맞게 모던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크지 않지만 깔끔해서 좋았고 빗이며 치약 칫솔, 비누와 샤워용품등도 부족하지 않게 마련돼 있었습니다.
오션파크 관광에 최적, 택시로 시내까지 도달할 수 있는 위치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이 호텔의 위치는 제게 이 정도의 이점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번 홍콩 여행의 주무대였던 오션 파크를 도보로도 갈 수 있는 가까운 위치라 늦잠을 자고 조식을 배불리 먹고 아침 산책까지 다녀와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여행을 한결 여유롭고 즐겁게 해 주더군요. 이 호텔의 정보를 찾을 때 보게된 호텔 예약 사이트의 리뷰들을 봐도 많은 분들이 이 오션 파크 관람을 위해 이 호텔을 선택했고, 그런 이유에서 지리적 장점을 느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홍콩 여행의 대표 명소인 센트럴 지구와 소호, 란콰이펑 등도 택시를 타고 만원 정도의 요금으로 갈 수 있습니다. 홍콩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택시 요금이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저도 매일밤 -이틀뿐이었지만- 늦게까지 홍콩의 야경을 즐기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습니다. 그 유명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와 소호, 란콰이펑을 짧지만 모두 둘러볼 수 있었고 조금 더 힘을 내면 스타 페리 선착장까지 닿아 침사추이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아마 호텔 위치가 조금 더 멀었다면 이렇게 쉽게 시내로 달릴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물론 시내 복판에 있는 것보다야 불편하지만 오션파크와 시내 투어를 모두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또 다른 중심가인 코즈웨이 베이. 홍콩 타임스퀘어와 주변의 거대한 상권, 홍콩의 역동적인 거리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죠. 코즈웨이 베이는 오히려 센트럴보다 조금 더 가깝습니다. 저도 여행 첫 밤을 이 곳에서 보냈고 택시를 타고 어렵지 않게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홍콩 하면 소호와 침사추이 정도만 생각했는데 코즈웨이 베이 인근도 꽤나 큰 번화가더군요. 이 곳은 처음 저를 홍콩에 반하게 한 밤거리 풍경으로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이 외에도 빅토리아 피크나 스탠리 등을 이 호텔에서 택시 등의 교통 수단을 통해 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짧은 여행기간 탓에 방문하지는 못했습니다.
단촐하지만 맛좋은 조식
어느새 제 호텔 평가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된 호텔 조식. 혼자 떠난 모스크바 여행 때만 해도 이 호텔 조식은 한번도 이용하지 않아 감흥이 없었는데 프라하 여행때의 화려한 메뉴들에 반해 이제 외국 나가면 아침마다 기대하게 됩니다. L'Hotel South Island의 조식은 P3층에 마련된 별도 공간에서 오전 여섯시 삼십분부터 열시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룸 넘버를 부르고 입장하는 방식입니다.
판교의 어느 카페같은 분위기의 조식 레스토랑. 너무 밝지 않은 조명이 좋았습니다. 실내가 꽤 넓어서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요. 저는 물론 혼자 식사를 했던터라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즐기며 먹었습니다.
뷔페 레스토랑 중앙에 놓인 음식들. 제가 가보았던 호텔 조식보다 가짓수는 많지 않은 편이지만 빵부터 죽, 면과 만두까지 동서양 사람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만큼의 종류는 채워 놓았더군요. 커피와 티, 주스, 우유까지 마실거리가 많은 것이 좋았습니다.
역시나 중화권 국가인만큼 만두 종류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유독 쌀죽 종류가 많았는데 죽을 좋아해서 먹지는 않았습니다. 만두와 소시지, 볶음면과 파이까지. 몇가지 음식들이 특히 제 입맛에 맞아서 그것들을 집중 공략했죠. '오늘하루 힘든 하루가 될거야'라고 저를 독려하며 아침 치고는 꽤 많은 양을 먹게된 것도 종류를 많지 않았지만 꽤 맛이 있었던 이 조식 때문이었습니다.
- 아침부터 세접시, 이쯤되면 조식의 영역은 넘어섭니다 -
평온하고 깔끔해서 좋았던 내 홍콩 보금자리
야경 덕분인지 특히나 더 아쉬웠던 홍콩의 멋진 하루, 그 마무리에는 항상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풍경이 있었고 하루가 가고 돌아올 날이 다가온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지만 이 호텔은 하루치 에너지를 다 쓰고 돌아온 제게 조용하고 깔끔한 안식처가 되어줬습니다. 무엇보다 시내에서 떨어진 호텔 주변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제가 주로 찾았던 오션 파크와 무척 가까워서 여행 전체가 편해졌습니다. 깔끔한 객실내 분위기도 좋았고요.
홍콩에서 처음 맞은 아침, 전날 내내 퍼붓던 비가 그치고 상기된 푸른빛의 하늘아래 부잣집 새벽 조명이 보이던 이 창밖 풍경을 보며 이 여행에 대한 기대가 한층 커진 순간이 떠오릅니다. 다음 홍콩 여행에도 오션 파크에 방문하게 될지 아직은 잘 알수 없지만 그럼에도 오션뷰 못지 않게 운치 있었던 이 마운틴뷰가 가끔 그리워지긴 할 것 같습니다. 홍콩 남쪽 그 중에서도 오션 파크를 관람하시는 분께 이 L'Hotel Island South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2015 겨울, 홍콩 여행] 전체 보기
떠나기 전날의 이야기, 미리 크리스마스 @홍콩 & @오션파크 (Ocean Park)
#2 동심을 깨운 오션 파크의 축제 - 홍콩 오션 파크의 크리스마스
#3 이것이 크리스마스 센세이션! 홍콩 오션 파크의 만화경 아이스 쇼
#4 오션 파크 그랜드 아쿠아리움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인 디너 @넵튠스 레스토랑
#5 현대식 인테리어의 세련된 호텔 L'Hotel Island South
#6 홍콩에서 만난 바닷 속 세상, 오션파크의 그랜드 아쿠아리움
#7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1/2, 워터 프론트(The Waterfront)
#9 홍콩 오션파크를 즐기는 비결 2/2, 즐길거리 가득한 서밋(The Summit)
#10 그림같은 뷰의 베이뷰(The Bayview) 레스토랑
#12 홍콩 오션파크 관람을 더욱 즐겁게 하는 특별한 체험들
#14 홍콩 타임스퀘어 Pak Loh Chiu Chow 레스토랑에서의 디너
#15 홍콩여행 첫날밤, 비 오던 코즈웨이 베이 거리 풍경
#17 마지막 밤. 소호 그리고 란 콰이 펑, 그날의 분위기
위 포스팅은 홍콩 오션파크(http://kr.oceanpark.com.hk)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