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하는 순간 지나쳐 곧 저만큼 멀어져 버립니다. 아침과 밤이 다르게 피더니 두어 번 비에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일 년 내내 그립다며 이름을 불렀지만 잠시 한 눈을 판 죄로 다시 일 년의 기다림만 남았습니다.2017년 봄이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날들이 이제 추억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꽃이 다 떨어지고 그 자리에 파란 잎이 돋아난 4월의 봄날, 하지만 이렇게 사진 몇 장으로나마 2017년 봄을 남겨둘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요. 올림픽 공원, 서울 해마다 4월이면 별 것 아닌 일들이, 그것도 매년 다른 일들이 몰려 혼자 잠시 꽃놀이 갈 시간도 없이 봄이 흘러가 버립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크고 작은 일들에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올 해는 다행히 아침 한 때 공원을 찾아 이미 흐드러진 ..
첫 번째 프라하 여행, 그리고 그 여행의 첫 번째 아침에 저는 페트르진 언덕에서 제 키만한 삼각대에 올림푸스 E-M5 Mark II 카메라를 올려놓고 타임랩스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처음 숙소를 나설 때까진 깜깜한 밤이었지만, 서서히 밝아오는 그리고 점점 붉게 물드는 도시의 풍경을 한 컷에 담기에는 제 실력이 너무 아쉬웠던 터라, 어떻게 담을까 망설임 끝에 5초에 한 장씩 사진을 찍기로 결정했습니다. - 타임랩스 영상으로 담은 체코 프라하의 아침 - 그날 아침 촬영한 200여장의 사진과 한 개의 타임랩스 동영상은 2년이 지난 현재도 프라하의 아침, 그 순간의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여행을 갈 때마다 꼭 한 두 번은 타임랩스 동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4K 동영상으로 기록한 싱가포르 여행의 순간들 (올림푸스 OM-D E-M1 Mark II)
2017. 4. 6.
여전히 올림푸스 카메라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PEN-F가 아닌 E-M1 Mark II를 선택한 이유 중 절반 이상은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탑재된 4K 동영상 촬영 때문이었습니다. Full HD 동영상은 사진에 비해 전혀 매력이 없었지만, 4K 동영상을 맛본 후 사진으로만 담기에 아쉬운 여행의 장면들을 짤막하게 동영상으로 기록하며 재미를 붙이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싱가포르 여행 역시 사진보다 동영상에 더 큰 기대를 했습니다. '이제 막' 흥미가 생긴 영역이니까요. 얼마전 포스팅에서 이 카메라의 4K 동영상에 대해 간단히 평가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 올림푸스 E-M1 Mark II의 4K 동영상 4K, 여행을 더욱 생생하게 출국 전 날 받은 12-100mm F4 IS P..
올림푸스 최신 PRO 렌즈 비교 < 25mm F1.2 vs 12-100mm F4 IS > - 내 OM-D에 맞는 렌즈는?
2017. 4. 4.
E-M1 Mark II를 위한 두 장의 날개결국 한 쌍의 날갯짓 올림푸스 E-M1 Mark II를 약 3개월간 사용하며 저는 단 두 개의 렌즈로 모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두 개의 올림푸스의 PRO 렌즈는 PRO 렌즈 시리즈라는 것과 무척 비싸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지만, 둘 모두 매력적이라는 것과 어느 한 쪽을 선택해도 결국 모두 갖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요즘 제가 그 매력을 저울질하고 있는 두 개의 렌즈의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아마 E-M1 Mark II 사용자는 물론이고, OM-D와 PEN 시리즈 사용자 중 적지 않은 수가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고 계실테니까요. 최고의 화질 &..
지난 싱가포르 여행을 함께 할 카메라로 E-M1 Mark II를 가장 먼저 낙점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중 우선 순위를 꼽는다면 4K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입니다. Full HD 시대까지만 해도 영상 촬영 기능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4K 고해상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사용한 후로는 여행을 떠날 때 동영상 촬영용 카메라를 찾아볼 정도로 그 매력에 빠져 있거든요. Full HD 동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선명함이 사진보다 생동감 있는 동영상의 매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를 나흘간 여행하며 E-M1 Mark II로 촬영한 사진 역시 수백장에 이르지만,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저는 이 카메라를 캠코더처럼 사용했습니다.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채용된 4K 동영상 촬영에 대한 기대가 그만..
단 하나의 렌즈로 여행한다는 것 - 올림푸스 E-M1 Mark II와 12-100mm F4 IS PRO 렌즈
2017. 3. 19.
지난 싱가포르 여행에는 손에 익은 카메라와 함께 이제 막 배워가고 친해지는 중인 올림푸스 카메라를 챙겼습니다. 카메라는 일찌감치 E-M1 Mark II로 정했지만 렌즈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현재 사용 중인 25mm F1.2 PRO 렌즈가 무척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여행 중 마주치는 다양한 장면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 줌렌즈를 챙겼습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렌즈는 얼마 전 새로 출시한 고배율줌 PRO 렌즈 M.ZUIKO 12-100mm F4 IS PRO 렌즈입니다. 광각부터 장망원까지 하나의 렌즈로 모든 장면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었고, F4로 비교적 밝은 조리개 값과 손떨림 보정 IS, 결과물에 대한 믿음을 주는 PRO라는 이름 역시 결정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나의 카메라 ..
출발하던 날 아침, 서울은 여전히 겨울이었지만 여섯 시간 오십 분의 비행을 마치고 복도를 걷는 동안 계절은 어느새 여름으로 바뀌었습니다. 따가운 여름 햇살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이 흠뻑 젖고 마르기를 반복했고, 35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얼굴이 붉어지기 일쑤였지만 낯선 도시를 걷는 동안 오랜만에 다시 뜨거워지는 것을, 가슴이 흠뻑 젖는 경험을 했습니다. 싱가포르로 닷새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시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서울 크기만한 작은 나라. 마리나 베이 그리고 먹거리와 쇼핑의 나라. 출발 전까지 제가 알고 있던 것은 고작 이정도였지만, 정작 여행하는 동안 3박 5일의 시간이 짧다며 종종 투덜댈 정도로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또 반했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다녀온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서는 다른 때보다 ..
여행을 위한 올인원 렌즈,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개봉기
2017. 3. 3.
떠나기 전날, 마지막 준비물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 만큼은 준비를 제대로 하고 떠나고 싶었는데, 밀린 일들을 미리 해치우다 보니 어느새 여행 전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자리를 비우는 게 갈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자 즐거움 중 하나가 사진이다 보니 카메라는 여행 일자와 장소가 정해지면 늘 첫번째로 고민하고 챙기게 됩니다. 그리고 떠나기 전날 옷가지며 준비물들을 챙긴 후 가장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체크 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출간 후 헛헛했던 마음 때문인지 이번 여행은 떠나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욕심을 부려보았습니다. 물론 카메라 욕심이요. 메인 카메라 라이카 Q와 요즘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올림푸..
올림푸스의 플래그쉽 카메라 OM-D E-M1 Mark II에 관한 세 번째 포스팅. 지난 두 번이 외형을 훑어보고, 손에 쥐며 촬영을 준비하는 단계였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이미지 품질을 테스트해보려 합니다. E-M1 Mark II는 고속 AF와 연속 촬영에 특화된 플래그쉽 카메라로 18fps 연사와 올 크로스 타입 위상차 AF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새로운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의 화질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이미지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빠른 속도도, 극한 환경에서의 내구성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 2010만 화소 Live MOS 이미지 센서 ][ E-M1 Mark II에 탑재된 Live MOS 이미지 센서는 2010만 유효 화소로 제작됐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 #2 마법같은 F1.2 표현
2017. 2. 17.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렌즈는 M.ZUIKO 렌즈 중 첫번째 표준 단렌즈로 특별한 가치가 있습니다. F2.8 고정 조리개의 줌렌즈와 어안/장망원 렌즈로 구성돼 있던 PRO 렌즈군이 선호도 높은 표준 단초점 렌즈 추가로 한결 탄탄한 구성을 갖게 됐습니다. 줌렌즈보다 월등한 화질로 최상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도 있고요. 줌렌즈보다 단렌즈를 선호하는 저는 17mm F1.8이나 12mm F2 같은 컴팩트 렌즈군에 이어 선택이 폭이 넓어진 것이 즐겁습니다. [ 호화 렌즈 구성 ]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렌즈 구조 -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렌즈 구성을 살펴보면, 단초점 렌즈로는 화려한 14군 19..
올림푸스 E-M1 Mark II의 첫인상에 디자인과 조작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플래그쉽 카메라로서 직관적이고 효율적인 조작 역시 화질과 AF/연사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E-M5 Mark II를 평가할 때보다 조금 더 높은 기준이 필요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E-M1 Mark II는 영락없는 올림푸스 OM-D 카메라지만, 그동안의 올림푸스 카메라에서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습니다. 실루엣 - It's OM-D 중앙에 두른 가죽 느낌의 그립과 삼각형의 헤드가 전통적인 OM-D 시리즈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다만 플래그쉽 시리즈 E-M1 Mark II의 정체성에 맞춰 오른손 그립부를 DSLR 카메라처럼 두툼하게 디자인했고 상단에 다수 조작계를 배치해 좋은(?) 카메라의 ..
24개월, 365일.일직선으로만 흐르는 시간을 그저 편의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이지만, 이제 사람들은 꼭 그 틀에 맞춰 시간이 흐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시간, 계절에 같은 이름을 붙여 똑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꼭 다시 그 시간이 돌아온 것 처럼. 내내 잊고 있다가도, 해마다 이맘때쯤 되면 저도 모르게 이곳이 떠오릅니다.그날도 오늘처럼 매서웠고, 그래서 다녀온 후 며칠동안 열병을 앓아야 했었지만, 그 기억이 겨울이면 으레 이 곳으로 발길을 이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꼭 그날처럼 매서웠던 2월의 어느날, 두물머리에 다녀왔습니다. 실컷 걷고 또 찍고 싶은 날 찾게되는 곳입니다. 양수역에 내려 일부러 두물머리까지 걸어갑니다. 약 2.4km의 상당한 거리인데, 상점들이 즐비한 대로 뒷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