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바로 그 푸쉬킨
대문호의 생가를 찾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뎌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버린 것은 그리움이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 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문구로 유명한 푸쉬킨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사람입니다.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저 시와 푸쉬킨이라는 이름만은 익히 잘 알고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는 소공동에 푸쉬킨 동상도 생겨 관심을 모았죠. 그야말로 러시아의 자랑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에는 수 많은 푸쉬킨 박물관과 기념관이 있는데요, 마침 제가 머문 숙소 근처 그리고 모스크바의 대표적인 관광지 아르바트 거리 한복판에 이 푸쉬킨이 실제 살았던 생가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구요.
홈페이지 (http://www.pushkinmuseum.ru/?q=node/4)
러시아 역사 박물관에도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제가 유독 이 푸쉬킨 박물관만큼은 여행기간 중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요,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이 대문호의 삶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이 사람의 삶이 러시아인들에게 존경을 받는 이유를 왠지 그 곳에서는 조금이나마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뇌를 가진 남자'가 되겠죠. 이 대문호가 실제 살던 집이 모스크바 최고의 번화가 중 하나인 아르바트 거리에 있다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어딘가 재미있습니다. 아르바트 거리는 예전 러시아 귀족들의 주거지였다고 하니까요. -돈까지 많았어?-
푸쉬킨 박물관을 찾기롤 결정한 밤에 박물관 위치와 정보를 검색해보다 '어? 이거 어제 봤던 건물인데?'하고 놀랐습니다. 전 날 처음으로 찾았던 아르바트 거리에 유독 눈에 띄는 에메랄드빛 주택이 있어 눈길을 끌었었는데요, 바로 이 건물이 푸쉬킨의 생가이자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아마 아르바트를 찾으시는 누구라도 이 박물관은 쉽게 찾으실 수 있을 거에요.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특별함이 있거든요, 역시 그 분의 집 답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니 에메랄드 빛 건물이 두 개 있고 눈으로 덮인 집의 문은 무슨 이유에선지 열리지 않습니다. 마침 저처럼 이 곳을 처음 찾은 외국 관광객과 서로 이 이유에 대해 궁금하다 이윽고 이 곳을 찾은 현지 시민 덕분에 출입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생가 두 개 건물의 문은 출입구가 아니고 왼쪽에 있는 건물이 박물관 출입구입니다. 입구와 박물관 건물은 지하를 통해 연결되어 있더라구요.
전 날 이 곳이 그 곳인 줄 모르고 찍었던 사진, 크리스마스를 맞아 그의 생각를 찾은 인파가 대단했습니다.
그야말로 위치만 알고 찾아간 이 박물관에서 입구부터 당황스러운 일이 많았습니다. 검색해 본 정보로는 박물관 입장권이 200루블이었는데요,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입장과 함께 입장권을 그냥 주셨습니다. 그래서 얼떨떨해 하며 무료관람(?)을 즐겼습니다. -원래 입장료는 200루블,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150루블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합니다-
러시아만의 문화에 맞춰 박물관 입구에서 외투를 맡기고, 생가 보호를 위해 신발에 비닐 덧신을 씌우고 나서야 관람 준비가 끝납니다. 자 이제 그 분의 흔적으로 들어가 볼까요?
실내에는 생전에 푸쉬킨이 사용했던 집기며 피아노, 의자, 탁자 등이 보존되어 있고, 벽 곳곳에는 그의 초상화와 글, 그에 대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돈도 많고 뇌도 섹시한데다 잘생기기까지 했다는 생각을 하며 그 옛날 러시아 대문호의 삶을 구석구석 천천히 느껴보았습니다. 대부분이 실제 그가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관 및 전시 상태는 매우 좋았습니다.
워낙에 소중한 문화재이니만큼 전시실마다 관리감독관이 계셨습니다. 눈에 띄는 동양인 여행자였던 저는 본의 아니게 집중 관리(?)를 받게 되었죠.
지하 통로를 통해 들어선 박물관은 '생가'라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호화스러웠습니다. 새삼 옛 귀족들의 삶이 얼마나 부유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곳곳에 전시된 테이블이며 집기 등을 보면 '도대체 이 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았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러시아인의 존경을 받는 푸쉬킨의 박물관인 만큼 많은 분들이 이 곳을 찾아 그의 흔적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날은 가족 단위 관광객과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는데요, 우리에게 박물관은 이 정도로 가까운 존재였는가 하는 질문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에게는 너무 먼 곳이거든요.
사진은 새빨간 벽이 인상적이었던 전시실에서 열띤 대화를 나누고 계신 러시아 시민들의 풍경입니다.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이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 그냥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 그쳤습니다만, 푸쉬킨이 직접 썼던 친필하며, 그의 여인 나탈리아로 보이는 초상화와 옛날 러시아의 모습을 그린 그림 등 다양한 자료들이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박물관이라 관람 시간을 여유있게 잡으시는 것이 좋겠네요.
관람을 마치고 다시 아르바트 거리를 걷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푸쉬킨과 나탈리아의 동상이 사람들을 맞이합니다. 관광객 뿐 아니라 많은 모스크바 시민들이 줄을 서 가며 이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 아르바트 거리를 찾았을 때마다 늘 이 주위엔 사람이 가득할 정도로 아직도 푸쉬킨은 러시아인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모스크바에 몇 개의 푸쉬킨 박물관이 있지만 아르바트의 푸쉬킨 박물관은 관광 중 쉽게 찾을 수 있는 높은 접근성과, 대문호의 삶을 직접 볼 수 있는 푸쉬킨의 생가로서의 의미, 그리고 전세계에 러시아의 이름을 알린 대문호 푸쉬킨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장소가 될 것입니다. 다녀와서 푸쉬킨 동상과 꼭 기념사진 찍으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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