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너무나도 갑자기 내게 다가왔다"
언감생심 꿈만 꾸던 라이카 M이 어느새 제 손에 들려 있더군요.
제대 훌 첫 아르바이트로 캐논 EOS-350D를 구입한지 8년, 그렇게 시작한 취미 생활에서 가장 큰 도전이자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수 많은 카메라를 거쳐 이제 오래 제 곁에 있을
새로운 제 '두 번째 눈' 라이카 M(typ 240)과 처음 만난 순간을 기록해 보았습니다
새 카메라를 산다는 것은 언제나 가장 설레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사진보다 카메라를 좋아한다는 것을 이제 인정할 때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잦은 기변으로 주로 중고 카메라를 영입/방출하게 되는 저한테는 이렇게 '새 것'을 맞이하는 것도 너무 오랫만이라 이렇게 상자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갖가지 좋은 감정들이 마구마구 생겨납니다..
실버 색상, 심플한 디자인의 라이카 M 상자가 제 앞에 있습니다.
라이카 M (Typ 240)
- 디지털 레인지 파인더 카메라
- 2400만 화소 LEICA MAX CMOS 이미지 센서
- 라이카 M 마운트 (어댑터를 통해 R 렌즈 사용 가능)
- ISO 200 ~ 6400 (확장 감도 ISO 100 지원)
- 1/4000 ~ 60초 (벌브)
- 3 fps 연속 촬영
- 1920 x 1080 / 25 fps 동영상 촬영
- 3인치 92만 화소 TFT LCD 디스플레이
- LCD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라이브 뷰 활용 가능
- 1800 mAh 배터리
- 139 x 42 x 80 mm
- 680 g
라이카 M의 기계적 성능은 요즘 중급 아마추어 DSLR과 비교해도 대부분이 열세에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같은 35mm 포맷 이미지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캐논 6D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상급 사용자가 사용하기에도 부족함 없는 고성능을 갖춘 것을 생각해 보면
가격 대비 라이카 M의 성능은 초라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현재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단 하나의 디지털 RF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
그리고 수십년째 M 마운트를 유지하며 시대를 초월해 같은 주제와 취미, 인생을 나누는 시스템의 의미와
수 많은 제품을 거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M 시리즈의 최신작.
라이카 M이 형편 없는 성능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누군가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특히나 라이카 M typ240은 숫자를 통해 구분했던 기존의 시리즈와 달리 LEICA M이라는 이름으로 라이카 M 시리즈 탄생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이뤄진 제품입니다.
고집스럽게 최신 기술을 외면했던
(이라지만 개인적으로는 뒤쳐져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의 제품들과 달리 LCD 모니터를 이용한 라이브 뷰 활용이나 Full HD 동영상 촬영 등이 최초로 적용된 것만 봐도
새로운 시리즈로서의 존재감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전의 디지털 M 시리즈 M8, M9을 비롯해 X1, D-lux 시리즈까지
몇 개의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느낀 특징은 패키지의 고급스러움
제품을 단순히 담는 포장의 개념을 넘어 제품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이 제품 패키징에서는
라이카가 확실히 다른 회사보다 돋보입니다.
물론, 이 포장을 하나 둘 씩 열다 보면 괜히 더 대단해 보이는 느낌도 분명 있습니다.
-멋진 수트를 입은 남자가 괜히 더 그럴싸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 처럼요.-
그래도 이렇게 섬세하게 해 놓은 포장은
확실히 구매자를 홀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표정만 봐도 말이죠.
많은 고민 끝에 저는 실버 컬러의 M을 선택했습니다.
라이카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컬러 조합이기도 하거니와
블랙 M8과 스틸 그레이 M9을 사용하며 실버 색상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기 때문이죠
오래 사용할 수록 질리지 않고 신뢰감이 생긴다는 블랙 컬러에도 아쉬움이 있지만
상자를 여는 순간 반짝이는 이 은색 카메라를 보니 그런 생각은 사라졌습니다.
배터리, 충전기, 케이블 등의 구성품과 메뉴얼 등도
카메라 못지 않게 정갈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자, 이제 라이카 M을 살펴볼까요?
먼저 그 동안 수고해 준 M9과 나란히 한 장,
톤 다운된 스틸 그레이 컬러의 M9도 정말 멋지지만,
아무래도 환하게 빛나는 실버 컬러가 눈에 더 띄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면 수광창과 프레임 선택 레버 등
전면 디자인은 확실히 M9이 더 '카메라다운'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나란히 두고 보니 M은 너무 '요즘 기계'가 되었다는 느낌이에요.
전면 수광창과 프레임 레버의 삭제만으로 라이카 M은 상당히 심플한 디자인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운데 공간이 허전했던지 빨간 라이카 로고는 전보다 더 커졌습니다.
차후 M9-p와 같은 로고 없는 라이카 M의 페이스 리프트 버전이 나오게 된다면
아마 더욱 환영을 받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로고가 너무 커졌거든요. 좀 촌스러울 정도로.
RF 카메라 특유의 뷰파인더는 왠지 전보다 더 커진 느낌입니다 시원하네요-
볼커나이트는 M9 스틸 그레이 모델보다 좀 더 커친 텍스쳐로 되어 있어 클래식 디자인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M9 스틸 그레이 모델의 얌전한 볼커나이트에 큰 불만을 갖고 있던 1인-
셔터 버튼 다이얼과 전원 레버, 셔터 버튼, 핫슈 등 상단 디자인은 기존 M 시리즈와 동일합니다.
한 가지 큰 변화가 있다면 라이카 M 상단에는 동영상 촬영을 위한 M 버튼이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점이네요.
물론, 라이카 M에 왜 동영상이 필요하냐는 다수의 유저에게 이 버튼은 오히려 불편함과 혼란만 더 가중시키며
조작 중 쓸 데 없이 오동작 하는 현상이 많다는 불만이 상당히 많아
급기야 얼마 전 펌웨어를 통해 이 M 버튼을 비활성하는 메뉴가 추가되었습니다.
-근데 왜 다른 기능을 할당할 수 있는 Fn 버튼으로 해 줄 생각은 안하는 걸까요?-
M8부터 M9까지 그 악평이 자자했던 2.5인치 23만 화소 저질 디스플레이가
3인치 92만 화소로 화려하게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화면 크기 증가 자체로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화질 자체와 색 표현 등이 크게 좋아져
그 동안 구도 확인 외에는 쓸모 없던 M 시리즈의 디스플레이에
이제서야 '촬영한 사진 확인' 기능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버튼 디자인도 기존의 원형에서 네모로 변경 되었습니다.
버튼 배치 순서는 기존과 같지만 라이브 뷰 촬영을 위해 맨 위에 LV 버튼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근데 이게 또, 뷰파인더 촬영을 고집하는 기존 M 시리즈 사용자에겐
쓸 데 없는 오작동의 원흉이자, 번거로운 애물단지일 뿐이죠
물론 저는 잘 사용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적은 사용자를 위해 PLAY 버튼 아랫 쪽에 배치되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단은 전통적인 금속 덮개 방식입니다.
이제 참 처음 M8을 만날 때부터 적응이 안되고 어려웠지요,
- 아직도 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익숙해졌을 뿐 -
후면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면서, 동시에 거슬리는 존재는 저 흔색 다이얼과 버튼들
개인적으로는 M의 클래식 디자인에 찬물을 끼얹는 21세기 똑딱이의 잔재라고 생각하며, 대체 왜 저 디자인, 저 색으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집니다
하단 버튼은 모양에서 알 수 있듯 메뉴 조작이나 기능 선택에서 4방향 조작계를 제공하며
상단 다이얼 역시 노출 보정과 메뉴 조작에서 보다 빠른 조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상단 다이얼부분은 카메라 파지시 엄지 손가락을 의지할 수 있는 엄지 그립의 역할을 겸해
전체적인 카메라 그립감은 이전 M 시리즈보다 좋아졌습니다.
- 그래야만 할 것이, 전보다 뚱뚱해졌으니까요, 대책이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또 하나의 큰 변화인 상단 핫 슈 시스템
외장 플래시 사용 등 기존 시스템의 용도를 겸하면서 새롭게 추가된 전자식 뷰파인더 활용이 가능해졌습니다.
X2와 X VARIO와 동일한 규격으로 광학 뷰파인더를 사용하기 힘든 환경이나
보다 다양한 구도로 촬영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네, 이런 모양입니다
올림푸스 PEN용 VF-2와 동일한 제품이라고 하죠,
- 그래서 저렴한 VF-2를 구매할 예정입니다 -
하단 철제 커버에는 요즘 많이들 사용하시는 Wi-Fi SD 카드 사용을 위해 전파 송/수신 플라스틱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 그냥 Wi-Fi 기능을 넣어줄 수는 없었던 거니? -
다음은 보유 중인 렌즈와의 마운트 샷입니다
라이카 M의 외모를 보는 데 도움이 되시라고 :)
Summicron 35mm asph. Silver
제가 일찍이 이 실버 렌즈를 구입한 것이 아마 이 날을 위해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버 컬러의 M과 잘 어울리는 렌즈입니다.
작고 컴팩트한 외관에 빨간색 레터링이 카메라와 일체감이 있죠.
- 하지만 실버 렌즈들의 무게는 어마어마 하다는 -
사각 후드도 작아서 귀엽습니다
Summilux 50mm asph.
워낙에 50mm를 좋아하는 데다, 성능에서 현재 라이카 렌즈 중 가장 좋다고 평가받는 제품 중의 하나인 만큼
아마 가장 많은 사진을 찍게 될 것 같은 조합입니다.
부피가 좀 크긴 하지만, 곧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보니 50룩스도 실버로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아마 그 무게를 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lmarit 28mm pre-asph
M8에 찰떡궁합이었던 이 렌즈를 잊지 못해 M9 사용 중 다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35/50mm에 비해 사용 빈도가 높지 않음에도
이전의 좋은 기억들과 가끔 뽑아주는 마음에 드는 사진 때문에 아직 곁에 있는 렌즈입니다.
커다란 사각 후드 때문애 외관으로는 가장 강한 인상을 주네요,
이게 썩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조합이 이렇게 또 썩 마음에 들어서
여행길에 챙기게 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음은 배터리 이야기-
많아야 300컷 정도, 그마저도 날씨가 덥거나 추우면 금방 토라져 버리는 기존 라이카 M 시리즈의 배터리는
M8부터 M9, 그리고 M 모노크롬까지 생각보다 오래, 많은 시리즈를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았는데요
이번 M에서 새로운 규격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단 1800mAh의 넉넉한 용량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 물론 그 용량을 위해 꼭 이래야만 했냐는 뚱뚱한 외모때문에 제 점수느는요 -3점 -
동영상 촬영과 라이브 뷰를 염두해선지 대용량 배터리로의 변화는
실제 촬영에서도 그 성능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천 컷도 찍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
많아진 기능과 설정 때문에 메뉴 체계도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전과 같은 부분도 많지만 우선 화면 크기와 해상도의 변화 만으로도 완전히 새로운 카메라를 만지는 느낌을 줄 정도로
UI 역시 큰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얼마 전 배포된 새 펌웨어에서는 몇몇 기능의 추가와 함께 라이카 M 시리즈 최초로 한글 메뉴가 지원된다는 소식이-
이 날 받은 제품은 펌웨어 적용 전 제품이라 영어 메뉴였습니다
- 하지만 한글 폰트가 영 후져서 한 번 써보고 지금은 다시 영문 메뉴를 쓰고 있습니다 -
늘 써오던 M 카메라라 전원을 넣고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데 까지는 어려움이 없지만
역시나 큰 변화를 겪은 new M은 아직 생소하고 이것저것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마 이런 것 때문에 몇몇 보수적인 유저들이 새로운 기능들의 추가를 반대했던 것인가도 싶습니다.
기능이 많아질수록, 카메라는 더 어렵고 때로는 불안정해지니까요.
어쨌거나 라이카 M
이 녀석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괜히 파인더로 보고 셔터도 눌러보게 되는 녀석입니다.
그와 동시에
무게만큼 저한테 큰 질문을 주는 카메라이기도 하구요.
저한테는 너무나도 과분한 카메라,
그래도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뛰어든 만큼
좋은 순간에 항상 함께 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