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모스크바까지,
그토록 외웠던 그 것을 한 번 실행 해보자
모스크바 여행의 시작, 아에로 익스프레스 (Аэроэкспресс)
아에로 익스프레스 열차는 셰레메티예보 공항과 모스크바 시내를 왕복하는 직행 열차입니다. 도착지는 모스크바 중심부에 위치하는 벨로루스카야(Belorusskaya) 역으로 중간에 서는 곳도 없는 직행 열차이니 ‘시내 입성'을 위한 여행객의 고민을 한결 덜어주는 특급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운행 시간은 약 40분이며 한 시간에 약 세대 정도가 운행되더군요. 여행 가방을 놓을 자리가 열차 양 끝에만 마련되어 있는 점이 아쉽지만 제가 이용하던 시간대에는 좌석이 여유있어 옆자리에 두셔도 크게 지장이 없겠습니다. -여행객들의 후기를 보니 이 열차가 가득 차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 같더군요- 여행 시작부터 짐을 잃어버리거나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 가급적이면 넉넉한 좌석을 찾아 곁에 꼭 두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후에 모스크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모스크바의 대중 교통 시스템은 서울보다 오히려 더 체계적으로 되어 있고, 사용 편의를 위한 장치도 잘 되어 있습니다. 아에로 익스프레스 역시 티켓 발매기의 숫자나 사용법이 저 같은 Stranger에게도 친절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영어도 지원하고요. 당장 표 한 장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나 걱정했던 저는 이 장면에서 가슴을 한 번 쓸어내리며 드디어 대망의 첫 루블을 꺼냅니다. -오사카에서 많이 헤맸었거든요-
아에로 익스프레스의 이용 가격은 편도 400루블로 왕복권을 구입하면 조금 더 저렴합니다. 당시 환율로 8천원 정도니 조금 비싼 듯하게 느껴지지만, 교통 체증이 심한 버스를 타면 자칫 원치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공항에서 시내까지 에누리 없이 실어다 주는 이 열차 정도야 작은 사치라고 생각하고 타시는 게 좋겠네요.
-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는 450루블을 냈습니다. 새 해 맞아 가격이 인상된 것일까요? -
영수증 같은 성의 없는 티켓이 나오면 특급열차에 입성할 준비가 끝나는 것이죠. -첨엔 저거 버릴 뻔했습니다, 티켓이 따로 나오는 줄 알고요-
보셨죠? 무사히 아에로 익스프레스 티켓 구매에 성공했습니다. :)
아에로 익스프레스 자판기는 공항에서 터미널로 진입하는 곳은 물론이고 열차 탑승구 앞에도 다량이 설치되어 있으니 당황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이 네시 반이니 수속과 티켓 구매까지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네요, -여권 사진만 아니었어도- 생각보다 무난하게 통과했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 있게 플랫폼으로 가려는데, 무서운 인상의 러시아 아저씨께서 알 수 없는 러시아어를 쏟아내며 저지합니다. 눈치를 보니 다음 열차 시각까지 기다리라는 것 같네요. 표정은 무서웠지만 다행히 손짓으로 시계도 가르켜주시며 친절하게 대해주십니다. '아 이런 게 러시아인의 친절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은 시간을 계산합니다. 다음 열차가 여섯시라고 하니 영락 없이 여기서 삼십분을 서 있어야 하는군요.
그래도 다행히 공항 내에 스타벅스부터 던킨 도너츠, 버거킹 등 시간을 보낼 곳이 많이 있습니다. 세계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저 셋은 여행객들에게 정말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죠.
반갑기가 서울역에 그지없구나
이 티켓에 대체 무슨 말들이 써 있는 걸까
왜 글씨가 제대로 인쇄가 안 되었을까
이제 경비가 얼마 남은거지
이 표는 저 아저씨한테 두 손으로 드리면 되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며 여섯시를 기다립니다.
출발, 특급열차!
플랫폼에 도착하기 전 또 다시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티켓을 넣는 방식이 아니라 QR코드를 찍는 방식이더라구요, 다른 분들은 다 카드 쓰시길래..- 당황하지 않고 무사히 열차를 향해 갑니다. 빨간색 열차에는 친절하게 AERO EXPRESS라고 영어로 씌여 있어서, 그리고 다들 그 쪽으로 가기 때문에 손쉽게 승차합니다. 짧지만 깊이 정들었던 공항과 이제 잠시 안녕이네요, 걱정마 금방 다시 올테니까.
열차는 생각보다 깨끗하고 쾌적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후에 모스크바 지하철 메트로를 이용하며 더욱 굳어집니다. 걱정했던 ‘숙소행’ 미션을 절반쯤 완성하고 열차에 앉아있으니 이제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안도감이 함께 몰려오면서 오늘은 숙소에서 일단 잠부터 자고 내일부터 여행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은 이제 막 여섯시지만, 모스크바의 겨울은 여섯시면 이미 한밤중이니까요. 게다가 생각해보니 저는 오늘 아침 한국에서 출발했습니다. 서울은 이제 열 두시가 되어가고 있으니 저는 어느덧 24시간 가까이 깨어 있군요.
다행히 열차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원하는 자리에 앉아 가방을 잘 거치(?)시키고 열차를 둘러볼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여행객은 잘 보이지 않고 -더욱이 아시안은 저 뿐이었던 듯- 여행 후 돌아오는 듯한 러시아인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시계를 보니 이제 여섯시,
이제 저는 모스크바행 특급열차와 함께 달립니다.
Welcom to MOSCOW 문구가
'어서와, 이제 왔으니 뭐 어쩌겠어'라고 들리는 건 그저 제 기분 탓이겠지요?
모든 모스크바 여행객의 첫 목적지, 벨로루스카야(Белорусская) 역
40분간을 걸려 도착한 아에로 익스프레스의 목적지는 벨로루스카야(Белорусская) 역입니다. 모든 모스크바 여행객이 아마 가장 먼저 보게되는 모스크바 풍경이 되겠죠.
같은 영하 7,8도라도 확연히 체감이 모스크바의 겨울 바람, 그리고 어딘지 불청객이 된 듯 아프게 때리는 눈발. 이 것이 제가 처음으로 밟은 모스크바 땅에서의 기억입니다.
여행객을 비롯해서 러시아인들도 많이 이용하는데요, 땅이 워낙 넓은 나라다보니 국내 여행이나 혹은 출퇴근을 위해서도 사용되지 않나 싶습니다.
아에로 익스프레스의 종착역인 벨로루스카야역은 동명의 전철역과 나란히 붙어 있어 메뜨로를 통해 모스크바 시내의 숙소나 관광지로 바로 갈 수 있습니다. 출발 전 가장 걱정했었던 이 '공항에서의 교통편'이 이렇게 수월할 줄이야. 아에로 익스프레스 시스템은 여행객에게는 정말 좋은 교통 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Белорусская 역
그렇게 무사히, 모스크바에서의 첫 날 밤
스트레스 가득했던 아침 공항 버스의 풍경과 열 시간의 비행이 마치 며칠 전 일인 것처럼, 여행 첫 날은 참으로 길었고 모스크바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간단히 저녁을 먹고 숙소에 짐을 푼 시각이 이미 아홉시였으니까요. 모스크바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눈 호텔 로비 직원과의 영어와 러시아어, 한국어가 섞인 3개국어 배틀이 생각보다 피곤했던 탓일까요? 웬수같은 28인치 캐리어를 해체하고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호텔 앞 풍경을 따라 잠시 산책을 하며 미친 여행의 첫 날이 마무리됩니다.
칼바람에 속도가 붙은 눈이 뺨을 할퀴었던 날카로운 저녁 산책의 기억, 이 쯤 되면 이 미친 여행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질 만도 한데,
'아 모스크바가 역시 춥긴 춥네’라며 무던하게 알 수 없는 글자들 속으로 걷습니다.
혼자서 묵는 주니어 스위트룸
좋을 줄 알았는데, 휑하고 외로웠어요
결론 : 까레이스키의 무모한 사치
[전체 보기] 한겨울 모스크바, 10박 12일의 미친여행
한겨울 모스크바, 10박 12일의 미친여행 - Prologue, 왜 모스크바였을까?
2. 모스크바행 특급 열차, 아에로 익스프레스 (Aero Express)
3. 모스크바 여행의 시작, 예술을 사랑한 거리 아르바트 (Арбат)
4. 모스크바의 모든 감동은 붉은 광장으로부터 - Red Sqaure (КРАСНАЯ ПЛОЩАДЬ)
5. 허기진 여행자를 위한 Shake Shack(쉑섁) 버거 [본격 모스크바 맛집 탐방]
9. 꿈에 그리던 성 바실리 대성당과의 만남 (아직도 난 널 잊지 못해)
10. 러시아 현지 통신사를 사용해보자, Beeline 개통 및 사용기
11. 모스크바의 까만 밤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마네쥐 광장
14. 모스크바 시민의 발, 그리고 여행자의 날개. 모스크바 지하철 미뜨로(метро)
15. 러시아의 영혼이 살아 있는 거리, 푸쉬킨스카야 (부제 : 걷다 보면 알게되는 것들)
16. 밤의 도시, 겨울의 모스크바. 그리고 가장 모스크바 다운 풍경
18. Lumiere 갤러리에서 만난 엘비스 프레슬리 (뤼미에르 갤러리, 사진전)
19. 그림 같았던 노보데비치 공원, 폭설 속의 겨울 산책
20. 러시아의 정신을 간직한 노보데비치 수도원 (Новодевичий монастырь)
21. 모스크바 스타벅스에 간 이유 (모스크바 텀블러 구매기)
22. 모스크바를 가로 지르는 모스크바 강, 특별한 너의 의미
23. 모스크바 최대 쇼핑타운 유러피안몰 (Европейский), 폭풍 쇼핑 위험지역!
24. 모스크바 여행 최대의 해프닝, 2000루블에 얽힌 슬픈 이야기 (왜 그는 나에게, 도대체)
25. 모스크바 최대의 휴식 공안 고리키 공원, 가장 아름답지 않은 날의 기억
26. 미친 여행자의 안식처, 숙소 이야기 [모스크바 호텔 & 아파트]
27. 예술 도시 모스크바, '예술가의 집(Central House of Artists)'에서 칸딘스키와 샤갈을 만나다
28. 사진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스크바 사람들, 모스크비치 이야기
29. 모스크바 최고의 대학교 엠게우(МГУ) 캠퍼스를 함께 거닐어 볼까? (Moscow State University)
30. 문화와 여가가 공존하는 러시아 종합 전시 센터 VDNKh (ВДНХ)
31. 미친 여행자가 모스크바에서 사는 법, 모스크바 물가 이야기와 생존 팁 [모스크바 사용법]
32. 러시아 정교회의 상징,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Храм Христа Спасителя)
33. 러시아 전통 인형 마뜨료시카를 살 수 있는 곳, 모스크바 전통 시장 이즈마일롭스키 (Измайловский)
Epilogue, 미친 여행의 마무리 - 이래서 모스크바여야만 했다 [Last &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