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쓴 편지
두물머리에서 강가에 있는 나무는 강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강을 바라보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같은 자리에서 어떤 얘기라도 들어줄 것 같은 기분, 하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의 비밀을 속으로만 간직하고 지켜주는 듯한 모습 벤치와는 또 다른 느낌의 묵직함, 믿음직스러움.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낡고 오래되서 이제 탈 수는 없지만 저렇게 멍하니 떠서 그림을 만들어주는 것 만으로 충분한 가을이 아니면 시선에 방해만 될 듯한 쓰러져가는 배 이제 곁에 갈 수도 없는데 남보다도 못한 사람인데도 유독 가을만 되면 생각마는 사람이 다들 한명쯤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