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얘기
오랜만에 전하는 소식 - 무거운 마음에도 봄이 옵니다
2020. 3. 21.요즘은 가족과 동료, 친구들과도 늘 코로나 19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많은 것이 미뤄지고 더러는 취소되기까지 해서 어떤 날엔 세상이 잠시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것 같던 발이 묶이고, 마음마저 얼어붙어 있던 날이 계속됐습니다. 어느새 날짜와 요일에 무감각해지던 3월의 어느 날, 매일 걷던 길의 나무에 꽃망울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몇몇은 이미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더라고요. 시간은 계속 흐르고, 새 계절이 어느새 땅에 내려앉았더군요. 하루 하루 힘차게 잎을 펼치는 꽃들을 보면서, 멈춰있던 제 시간을 다시 돌리기로 했습니다. 기운을 내서 일상을 다시 밟아 나가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매일 마스크 속에 갇혀있고, 슬픈 뉴스들을 들어야 하지만 일상 속에서 작은 즐거움을 하..
가을의 끝자락, 11월 사진 일기
2019. 11. 24.길고 힘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다는 것에 기뻐한 게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출근길에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어야 할만큼 날이 차가워졌고, 골목에는 떨어진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습니다. 가을, 그리고 11월의 끝자락. 이대로 보내면 안되겠다 싶어 지난 한 주간은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일상을 틈틈이 기록해 보았습니다. 매일 출퇴근하는 회사원의 일상이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더군요. 제가 가지고 있는 올림푸스 카메라 E-M1 Mark II과 E-M1X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했어요. 출퇴근 하는 날엔 작고 가벼운 E-M1 Mark II를, 동네 나들이나 공원을 산책할 땐 E-M1X를 가방처럼 메고 다녔고요. 두 카메라는 외형과 휴대성에 차이가 제법 있지만 이미지 성향은 매우 비슷해서 ..
2018년 10월, 지인의 결혼식 스냅 촬영
2018. 11. 5.3년 전, 프라하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종종 연락을 하며 남편과의 연애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함께 자리도 가졌던 터라 이제는 부부와 모두 친분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인연으로는 드물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요. 결혼 소식은 작년 이맘때쯤 알게 됐는데, 한 달 전 청첩장을 받으며 결혼식 스냅 사진 촬영 요청을 받게 됐습니다. 한 번뿐인 소중한 자리를 제 실력으로 잘 담을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마침 좋아하는 두 사람의 결혼에 뭐라도 도움이 될 게 없을까 생각하던 참이어서 수락을 했어요. 결혼식장은 청주였고, 토요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화창한 가을 하늘 사이로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이 제 안에 있는 두 사람의 이미지처럼 익살스러워서 가는 동안 몇 번 웃음..
2018년의 어느 봄날, 강릉 안목 해변의 풍경.
2018. 5. 21.고작 노래 몇 곡을 듣는 동안에도 풍경은 몇 번이고 감동적인 장면들을 빚어 시선 앞에 내려 놓았습니다. 어쩌면 이 모두가 떠나왔기에 가질 수 있는 것들이다, 강릉의 어느 해변에 앉아 보낸 어느 봄날 오후는 그동안 잊고 있던 것을 새삼 다시 일러줬습니다. 다름 아닌 '무작정 떠나볼 가치’에 대해서요.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고, 버스를 타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세 시간 후, 해변에 도착했습니다. 이 얼마나 꿈 같은 일인가 싶어 스스로가 대견하기까지 했어요. 잰걸음으로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본 뒤엔, 챙겨 온 가방 속 내용물을 탈탈 털어 모래 사장 위에 깔고 그 위에 앉아 시간을 보냈습니다.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는 요즘엔 잘 챙기지 않는 구형 아이팟으로 예전 ..
2017년 마지막 장면 - 부산 겨울바다에서 보냅니다.
2017. 12. 27.2017년 마지막 한 주도 절반이 지났습니다. 안 그래도 점점 빨라지는 시간에 이어지는 연말 모임, 행사 거기에 자꾸 시계를 보게 되는 조바심까지 겹쳐 벌써 이만큼 와버렸습니다. 저는 조금 이른 이달 초에 부산 해운대 바다를 보며 2017년 묵은 해를 털어내고 왔습니다. 한창 달리고 있을때는 몰랐던 거친 숨을 끝지점쯤 도달해서야 몰아쉬게 됩니다. 어려운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잊어야 할 것들과 버릴 것들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겨울 해변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 말이죠. 그래도 해가 가기 전에 이렇게 가까운 곳이나마 떠나와 쏟아낼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올 한해는 무언가에 발목이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쭉 들었거든요. 아침 일찍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